송중기 “제 성격 반영된 ‘로기완’, 더 뜨거워졌죠” [인터뷰]
입력 2024. 03.08. 11:22:12

'로기완' 송중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송중기는 7년 전, ‘로기완’의 출연을 거절했다. 당시에는 기완이 처한 상황에 멜로가 공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송중기는 공감되지 않았다는 ‘로기완’ 출연을 번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기상, 거절 후 ‘군함도’를 했어요. 당시 용필름 대표님이 대본을 주셔서 ‘하고 싶다’고 답변을 드렸는데 번복했죠. 제 잘못이에요. 그땐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었어요. 기완이의 어머니가 희생을 하면서까지 아들을 살리려고 하는데 잘 살아남는 과정에서 ‘지금 사랑할 때인가?’ 싶더라고요. 영화에서도 ‘사랑은 사치 아니냐’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대표님에게 ‘사랑 타령하는 게 사치 아니냐,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솔직히 공감이 되지 않으니 거절하고, 번복한 거죠. 그때는 사치처럼 느껴졌어요. 죄책감이라는 정서와 맞닿아있는 영화란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멜로로 들어가는 게 공감되지 않더라고요. 이후 저에게 다시 와서 읽었는데 세부적인 건 바뀌었지만 큰 줄기는 그대로였어요. 그런데 받아들이는 게 바뀌었죠.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관심사를 두고 살았는지 지금과 다르니까 판단을 내린 거예요. 다시 봤는데 ‘잘 사는 건 뭐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하는 게 아닌가. 남녀 간의 사랑이든 친구간의 우정이든 부대끼고 살아야지’란 생각이 들면서 확 이해가 됐어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다시 시나리오를 받은 건 ‘재벌집 막내아들’ 찍고 있던 때였어요. 중간 정도 찍었을 때 받았고, 넷플릭스 작품이라 좋았어요. 감사했고요. 저도 제 영화지만 쉽게 투자하기 힘든 작품인 걸 알고 있었거든요. 7년 동안 뭐가 달라진지 모르겠지만 (시나리오에) 공감이 됐어요. 마리와 로맨스, 그 지점도 좋ᄋᆞᆻ죠. 상처를 받은 마리와 풍파를 겪고 있는 기완이가 가까이 다가가 부대끼는 정도가 좋았어요. 7년 전과 다르게 공감됐죠. 넷플릭스를 만나면서 이 시대에 맞게 바뀐 게 아닌가. 이번 케이스는 넷플릭스가 선택해줘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로기완’의 제작은 용필름이며 하이지음스튜디오가 공동제작을 맡았다. 송중기는 현재 하이지음스튜디오에 적을 두고 있다.

“제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공동제작이든, 아니든 끼어서 같이 하려고 하죠. 공동제작 타이틀이 들어가면 더 잘하고 싶은 건 있어요. 이름도 걸려있으니 너무 중요한 부분이죠. 이름이 들어가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공동제작이라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안에 들어가 같이 했어요. 감사한 건 감독님이 열려있는 분이에요. 감독님에게 ‘7년 전엔 공감이 안 됐는데 지금은 공감이 되어 다행이다.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건 죄책감과 결부된 영화란 생각인데 후반부에 기완이 행복할 자격이 있는 놈인지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대사가 들어가는 게 어떻냐’고 했더니 글을 잘 쓰셔서 다듬어주셨어요. 그런 부분에 의견을 냈죠.”

영화는 ‘수학여행’ 김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조해진 작가의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정성껏 들으시더라고요. 그릇이 큰 분이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곱씹어 듣고, 약간 외유내강 스타일이죠. 감독님의 원래 성격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퓨어하죠. 제가 대사를 하다 욕설 비슷한 걸 한 적 있었는데 감독님이 오셔서 ‘선배님, 기완이는 욕하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송중기는 극중 가진 것 하나 없이 떠나온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에서 유일한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탈북자 로기완 역을 맡았다.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동떨어져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라는 존재가 누군가 아픔보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아픈 게 아닐까 싶었어요. 본능적으로. 조금만 더 시선을 돌려보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건데 ‘나도 그러지 않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죠. ‘나는 나라고 주변을 보는 건가? 나는 한국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사랑 받는 배우인데. 그런 나는 주변을 잘 봤나?’이런 생각을 꽤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영화는 각색을 거치면서 기완의 이야기에서 마리와의 멜로가 강조됐다. 기완이 마리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에 대해 ‘밥 먹는 장면’이라 언급했다.

“성은 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대본을 봤을 때 ‘엄마’라는 공통점에 시선이 가겠다 싶었는데 막상 찍어보니 거기가 아니더라고요. 밥 먹는 장면의 텍스트만 봤을 땐 그런 신이구나 싶었는데 실제로 들어가니 ‘이건가 보다’ 싶었어요. 저는 그때 약간 멜랑콜리한 게 있었죠. 기완이의 시선이 가나보다 싶어 슛 들어갔을 땐 힘주고 찍었던 것 같아요. 정사를 나눈 장면도 영화에서 한 번 나오는데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대화가 중요했어요.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나’ 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행복해질 자격 있어, 그런 존재야’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을까. 그걸 누가해주냐가 중요했어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해주는 존재가, 그 지점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죠.”



넷플릭스에 따르면 ‘로기완’은 공개 첫 주(2월 26일~3월 3일) 누적 시청시간 310만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영화부문 3위에 올랐다. 상위권에 랭크됐으나, 최근 공개된 ‘황야’의 첫 주 누적 시청시간(1430만 시간)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평가 또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기완과 마리의 갑작스러운 로맨스 전개가 뜬금없다는 지적이다.

“기사, 리뷰를 봤는데 ‘영화가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멜로를 하냐’는 혹평도 있더라고요. 누구보다 이해해요. 그럴 수 있다는 평가죠. 저도 7년 전에 본 기완이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더 셌어요. 용필름 대표님이 ‘로기완을 만났다’ 판권을 산 후, 11년간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대표님이 ‘너 만나고 기완이가 뜨거워진 게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성격이 반영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회의하며 바뀐 부분도 있고, 저에게 느낀 부분도 있을 거예요. 그 상황에 놓여도 얘(마리)는 놓지 않는 인물인 것 같은데 그런 지점이 실제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죠. 마리와 사연이 기구한 건 비슷한데 내 색깔을 살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리와 기완이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7년 후 대본을 봤을 때 공감됐죠. 저는 너무 예쁜 휴머니즘, 사랑 이야기라 생각해요. 7년 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나중에 한 번 더 보시면 그땐 공감되길 바라요. 저도 한 작품을 볼 때 수십 번 보고, 그때그때 감정이 다르거든요. 공감이 안 되신 분들도 나중엔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으면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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