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 권유리,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인터뷰]
입력 2024. 03.11. 08:00:00

권유리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나는 생각보다 속도감이 빠르지 않다. 알아가려고 노력하면서 부딪히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어려운 순간이 매번 찾아오지만 꾸준히, 부단히 이겨내고 있는 권유리다. 작은 기적처럼 찾아온 뜻밖의 행운을 의미하는 '돌핀'처럼 튀어오를 날을 기대하고 있다.

'돌핀'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권유리의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독립 영화로 화제가 됐다. 그룹 소년시대 멤버 유리가 아닌 배우로서 시험대에 오른다.

권유리는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처음이다 보니까 떨림은 있지만 이런 피드백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을 자신도 있다. 제가 집중 한 것은 촬영 현장이었다. 할 수 있는 몫을 한 거 같다. 주사위는 제 손에서 떠난 거 같다"라며 "그것에 조금 더 집중해서 어떤 피드백을 받을지에 대한 두려움, 긴장감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정도로 새로운 것이 많아서 어안이 벙벙하고 신기하고 재밌는 상황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무서운 단계인 것 같다. 주연의 무게감도 있다. 극장에 걸렸을 때 반응에 대해 주연의 몫이라고 한다면 그걸 처음 겪는 중이라 얼떨떨하지만 감동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3년 만에 개봉되는 거라 더욱 얼떨떨하고, 연기에 대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권유리는 "연기적으로 스킬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왜 저렇게 표정을 지었을까', '딕션이나 발음이 더 좋았으면', '눈은 왜 저렇게 뜨고 머리카락은 왜 튀어나와 있었지'라고 생각했다"라며 "또 캐릭터들에 애정도 가고 인간애가 생겨서 서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떨어져서 하기에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나영이에 대해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공감했다. 권유리는 지방 소도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는 평범한 30대 나영 역으로 분해 소박한 본연의 인간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나영을 연기하면서 그가 집중했던 것은 '덜어냄'이었다. 그는 "기존에 했던 연기나 작품 접근 방식이 다르긴 했었다. 뭔가 드러내거나 무엇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내적인 상처를 많이 받은 인물이다 보니까 외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아서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의심하며, 감독님이 소통을 많이 해주셨고, 길해연 선배도 확신을 가져주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덜어내기 위해 표현을 담백하게 했던 것은 물론 비주얼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던 그였다. 권유리는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였어서, 화려한 이미지를 벗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상도 계속해서 돌려 입고 메이크업도 민낯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머리도 말리고 바로 묶고 목소리도 크지 않게 에너제틱한 저와 다르게 정반대의 모습을 고민했다"고 했다.


권유리는 '돌핀'을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었다. 삶의 낯선 변화와 도전 앞에 놓은 나영과 많이 닮아 있기도 했다. 그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사람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 '이런 사람도 존재하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제가 직업적으로 늘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드러내야 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저의 아팠었던 시기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나영이와 닮았는데, 그걸 감독님이 알아봐주신 거 같다. 제가 보기에도 새로웠꼬, 나만 아는 모습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발견해주셔서 감사했고 신기했다. 계속해서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그는 지난 2007년 8월 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2세대 걸그룹으로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예능 '더 존: 버텨야 산다',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입지를 넓혀갔다. 그에게 이러한 활동의 원천은 소녀시대였다.


권유리는 "풍파가 이렇게 많은 세상에서 어떻게 안 흔들릴 수가 있나. 흔들리다가도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원천이 소녀시대다. 제 자부심이고 제 인생에서 큰 뿌리처럼 저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존재다"라며 "이 나이대에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어린 나이에 압축적으로 빠르게 많이 경험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많은 경험을 하다 보니까 대본을 읽으면서 즐겁고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됐다. 그정도로 소녀시대는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함께 연기를 하고 있는 윤아, 수영 등 멤버들에게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는 "로맨스 코미디로 멤버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제가 멤버들보다 조금 더 웃긴 거 같다. 잘 되고 흥행하면 저도 너무 좋다. 그 다음은 나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좋은 자극과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보고 수영이도 연극 '와이프'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 윤아가 '공조', '엑시트'로 잘 됐으니까 '이번에는 내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가수를 하다 배우로서 전향은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은 두렵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그는 "두려움이 진짜 컸고, 부단히 이겨내고 있다. 꾸준히 하고 있다"라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은 매순간 있다. 그럼에도 배우와 가수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선배님들이 많이 보여주시고 계셔서 큰 용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도 점점 성장하다 보니까 이해하는 바가 달라졌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서툼은 저도 있었다. 여전히 원활하게 잘 이겨내고 있는 건가 싶고 매일 같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지만 잘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 성장하고 있는 거 같다. 사실 뭘 해봐야 실패도 알지 않나. 성공하면 좋고. 생공했다고 해서 또 나 혼자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저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준 것만으로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씩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구 선생님처럼 계속해서 무대에 서는 그런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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