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내주는 해결사' 이지아, 채워지지 않은 갈증 [인터뷰]
- 입력 2024. 03.13.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이지아가 2016년 영화 '무수단' 이후 8년 만에 인터뷰에 나섰다.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설렘 가득한 눈빛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지아
JTBC 수목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극본 정희선, 연출 박진석)는 일명 이혼 해결사 김사라(이지아)와 변호사 동기준(강기영)이 이혼에 솔루션을 내리는 응징극이다.
이지아는 '이혼해결사'라는 키워드에 끌려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그는 "사라는 변호사가 아닌 이혼해결사다. 변호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까지 법적인 선을 넘나들며 해결한다. 물론 나쁜 사람들에게 복수도 해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그게 좋았고 더 멋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히어로물이다. 솔루션 팀을 어벤져스처럼 얘기했었다"며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됐다"며 "사라 캐릭터가 주저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돌진하는 추진력이 멋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지아는 극중 위장이혼을 당하고 교도소까지 갔다가 이혼 해결사로 악질 배우자를 처단하는 변호사 김사라로 분했다. 이지아는 사라 캐릭터의 경중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에 더욱 신경 썼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했을 땐, 사라가 태권도 유단자고 변호사 공부를 열심히 하던 친구다. 보시면 알겠지만 욕망이 큰 친구는 아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면서 원치 않은 결혼을 하게 됐고, 이런 식의 전사를 시작으로 접근했다. 이 드라마가 코믹한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쪽으로 확 갈 수만은 없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 수위를 잘 조절하려 했다. 복잡하고 아픈 것들을 표현해야 하니 마냥 즐겁거나 코믹할 수는 없었다."
정희선 작가는 이지아를 두고 '끝내주는 해결사' 김사라 캐릭터를 썼다고 전했다. 이에 이지아에게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그는 "제가 갖고 있는 부분도 있긴 하다"며 "너무 고민하지 않고, 한번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부분이 닮았다. 그런데 사라는 추진력이 돌진하는 그게 저보다 훨씬 용감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작가님이 '펜트하우스'를 재밌게 보시기도 했지만, 제가 출연했던 예능을 보면서 밝은 것도 잘하겠다고 생각하셨다더라"며 "응징할 때 심각한 기조로 가지 않게끔 요구하셨다. 저도 그런 점에서 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엔딩에서 발차기로 끝내지 않나. 현실에서는 있지 않은데 나라면 '정말 하고 싶다' 싶은 장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에서 이지아는 강기영과 함께 러브라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9년 만에 비즈니스 파트너로 재회한 옛 연인 사이로 등장해 애틋한 케미를 선보였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어떤 신이 있으면 서로 상의를 많이 했다. 대본에 쓰인 것 이상으로 설정을 넣으려고 했다. 예를 들어 처음 가본 장소인데도 사라는 성격이 급해 앞질러 갈 것 같다는 식의 설정을 했다. 성격에 맞춰 행동을 예상했다. 그리고 가끔은 1번부터 4번까지 연기를 보여주면서 어떤 게 제일 낫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를 많이 나눴다."
이지아와 함께 호흡을 맞춘 강기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스 장르에서 처음 남자 주인공을 맡게 됐다. 첫 도전인 만큼 이지아는 강기영의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하기도 했다고. 그는 "사랑하는 눈길로 바라봐야 하는 신에서 부끄러워 하고 쑥스러워 하더라. 현장이 편해지도록 많이 노력했다. 저를 차갑게 혹은 다가가기 어렵게 보시는 분들이 있어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그래 인마'라는 말을 많이 했다. 긴장을 좀 풀고 나를 편하게 생각하라는 말했었다"고 얘기했다.
특히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사라의 전 남편인 노율성 역으로 등장하는 오민석과 이지아의 비주얼 케미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노율성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아내였던 김사라를 교도소로 쫓아내기까지 한 인물이다. 이지아는 "그렇게 못되게 했는데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오민석이 연기를 잘한 것 같다. 계산된 연기였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오민석과의 호흡에 대해 이지아는 "이번엔 정말 상대배우 복이 있었던 것 같다. 대사에는 멱살 잡는 게 없었는데 서로 감정에 따라 갑자기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돌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를 잘해줬고, 그런 부분을 또 좋아해줬다"며 "오민석도 애드리브가 많은 편이라서 매 테이크 연기가 다르다. 거기에 맞춰서 연기하는 묘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펜트하우스'부터 '판도라: 조작된 낙원', '끝내주는 해결사'까지 이지아는 계속해서 복수를 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물론 '끝내주는 해결사'에서는 앞선 작품들과 달리 한층 밝아진 느낌이었으나 그는 "실제 성격처럼 훨씬 밝은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는 갈증을 드러냈다.
"코믹 캐릭터에 욕심이 있다. 남들을 웃기는 것에 욕심이 있어서 너무 해보고 싶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런 역할이 잘 안 들어왔다. 늘 서사가 웅장하거나 감정의 폭이 깊은 게 많이 들어오더라. 신혜선 씨가 나왔던 '철인왕후', 이하늬 씨가 나온 '밤에 피는 꽃'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망가지는 건 사실 두렵지 않다. 많은 분들이 저를 정적인 캐릭터들로 기억을 하셔서 이제는 밝은 캐릭터를 맡고 싶다."
이지아가 데뷔 이후 종횡무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로 살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캐릭터로 살아보는 게 너무 재밌다.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같이 작품을 하는 좋은 경험들, 그리고 좋은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소중하다. 그런 지점들이 모두 행복한 것 같다. 계속 경험해가고 배워가는 게 동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쉼 없이 달려온 이지아는 아직도 목마르다. 그는 "저에게 조금 혹독한 스타일이라서 만족도에 언제 도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스스로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편"이라며 "끝내주는 다음 작품을 빨리 결정하고 싶다. 더 밝은 작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끝내주는 해결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