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밖의 행운이 필요해 보이는 '돌핀'[씨네리뷰]
- 입력 2024. 03.13. 08:00:00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위로와 공감을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다. 무슨 일에도 '핀이 계속 내려오는' 볼링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으나 틀에 갇힌 이야기로 힘이 빠지는 '돌핀'이다.
영화 '돌핀'
지방 소도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는 평범한 30대 나영은 애착을 가지고 소중하게 지켜오던 것들에 대한 작은 변화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바다 마을을 벗어나 서울로 가고 싶은 남동생 성운과 재혼 후 집을 떠나는 엄마, 서천에 정착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해수 등 변화를 받아들이는 이들과 지키려는 나영은 부딪히게 된다.
'돌핀'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볼링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돌핀'이라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돌고래처럼 툭 튀어 올라 남은 볼링 핀을 쓰러뜨리는 뜻밖의 행운을 뜻하는 말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겨 두렵지만 나영이 용기를 가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만 밋밋함이 감돈다. 가족애, 지방 소도시와 대도시, 외지인을 대하는 현지인 등 일상과 현실에 맞닿은 문제들을 자극적이지 않게 잔잔하게 풀어냈으나 큰 울림도 없이 미지근할 따름이다. 또한 추억이 담긴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집, 낡은 가구, 열쇠 등 나영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치들은 틀에 박힌 듯하다. 이러한 설정들에 대한 흐름 역시 고리타분한 느낌도 든다.
더불어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도 몰입에 방해가 됐다. 해수를 오해하고 분노하는 나영과 누나와의 다툼에 급발진 운전을 하는 성운 등 오락가락한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나마 와닿은 것은 배우들이었다. 베테랑 배우 길해연은 물론 권유리의 새로운 얼굴을 엿볼 수 있었다. 복잡한 내면을 겪는 나영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표현하며 그동안 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전달했다.
'돌핀'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캐나다 밴쿠버아시아영화제에 초청되며 3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무엇보다 소녀시대 권유리의 첫 단독 주연 영화라는 점에서 화제성을 얻으며 돌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작품만 두고 본다면, 제목처럼 뜻밖의 행운이 필요해 보인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마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