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잠든 사이’, 낡아버린 그 감성 [씨네리뷰]
- 입력 2024. 03.20.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장윤현 감독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2014년 연출한 영화 ‘평안도’ 이후 무려 12년 만의 신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활동 공백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올드한 감성만 남아버린 ‘당신이 잠든 사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
미술 강사인 덕희(추자현)는 우연히 준석(이무생)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덕희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선택적 기억상실’을 앓게 된다.
어느 날, 준석은 자서전 작업을 위해 덕희와 떨어져 강릉 작업실로 잠시 떠난다. 그러던 중 덕희에게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속도위반 통지서, 카드대금 연체, 호텔 결제 내역까지. 덕희는 비밀을 감춘 듯한 준석을 의심하고, 이를 추적해나가며 혼란과 생각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접속’ ‘텔 미 썸띵’ ‘황진이’ ‘가비’ 등을 연출한 장윤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접속’은 1997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흥행작이란 점과 동시에 OST 성공으로도 회자되는 영화다. 메인 테마곡인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앨범 판매량 80만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바.
멜로물에 한 획을 그었던 장윤현 감독의 스크린 복귀작이란 점에서 영화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막상 뚜껑을 연 ‘당신이 잠든 사이’는 진부한 전개, 낡아버린 연출, 몰입을 방해하는 음악으로 기대를 저버렸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반전도 문제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택했기에 극 후반 반전 장치를 넣었지만 불륜, 마약, 시한부 선고 등 설정이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다. 여운을 노린 결말임에도 인위적인 느낌만이 강하게 남는다.
아쉬움 속 배우들의 열연은 빛난다. ‘당신이 잠든 사이’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추자현은 남편의 행적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절망과 혼란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이무생은 자상한 남편이자, 무언가 숨기고 있는 준석 두 얼굴을 담으며 폭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적은 제작비와 팬데믹 상황 속 제작진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이들의 노력이 극장가에 저예산 영화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20일 개봉. 러닝타임은 100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