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잠든 사이’ 추자현의 가치와 무기 [인터뷰]
- 입력 2024. 03.21.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드라마 ‘수리남’ ‘작은 아씨들’ ‘그린마더스클럽’ 등 열일 행보를 이어간 배우 추자현이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과 함께 매체 인터뷰에 나섰다.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감독 장윤현)을 통해서다. 그동안 인터뷰 기회가 많았음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이 잠든 사이' 추자현 인터뷰
추자현의 스크린 컴백은 아주 오랜만이다. 중국영화 ‘게임의 규칙’(2017) 이후 약 7년 만이며 한국영화로는 ‘환상극장’(2011) 이후 13년 만이다. 추자현은 ‘신인’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재차 강조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니 한국에서 공백기가 길었어요. 와서는 예능 복귀, 드라마를 했죠. 굳이 콘텐츠 장르를 구분한 건 아니었는데 멜로 장르가 좋아서 하게 된 게 영화였죠. 영화관에 가서 (카메라) 플래시 앞에 서니까 옛날 생각이 가물가물 나더라고요. 진짜 신인 같은 느낌이었어요. 40대에 데뷔하는 신인 느낌이었죠.”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추자현은 극중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교통사고로 인해 선택적 기억 상실을 경험하는 덕희 역을 맡았다.
“2년 반 전에 촬영했어요. 긴장하면서 봤죠. 시나리오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결과물을 어떻게 봐주시고, 평가할지 걱정하면서 봤어요. 제 영화가 아니면 즐기면서 봤을 텐데 계속 전전긍긍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저희 영화가 저예산이라 열정만으로 시작했거든요. 단점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고, 열악한 환경이었죠. 저와 이무생 배우의 스케줄에 맞춘다고 타이트했어요. 몸은 힘들지만 몰입하는데 늘어지진 않았어요. 만약 늘어졌으면 연기가 한층 더 딥하거나, 잘 나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늘어지면 계속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훅 치고 빠지는 느낌이 좋았죠.”
추자현은 영화를 소위 ‘멱살 잡고’ 이끌어 나간다.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기억 상실로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감정, 남편 준석의 의문스러운 행적들을 추적해가면서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는 연기로 열연을 펼친다.
“단순히 제가 고생스럽게, 힘들었다고 해서 연기에 도움 되기보단 제 나이가 가지고 있는 연륜 덕인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20~30대 보다는 연기의 깊이감을 더하는 건 살아온 인생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인 것 같아요. 특히 이 영화는 전문직을 연기해야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죠. 영화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런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상을 하니까 마음이 더 힘들더라고요. 제가 판단한 건 연기를 할 때 분석도 많이 하고, 연기 대사톤을 설정하고, 여러 준비를 하는데 이번엔 날 것으로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희 영화가 이무생 배우와 제가 계속 끌고 가다 보니 매신, 톤 조절을 세밀하게 해야 했죠. 덕희라는 인물과 목소리는 똑같지만 소수점짜리까지 톤에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그런 연기 작업이 재밌었죠.”
특히 시어머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추자현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먹먹함과 애통함이 몰려오는 장면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소위말해 ‘사람이 넋 나갔다’고 하잖아요.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사람이 혼이 나가고, 하늘이 노랗고, 그 이상의 넋이 나가는 것처럼. 우여곡절 인생을 살아보니 그 감정을 알겠더라고요. 시나리오 글자로 봤을 때 나이가 되니까 알겠는데 어떻게 표현할지가 숙제였어요. 어떻게 표현할지 계산하지 않았죠. 카메라 감독님에게 동선만 말씀드리고, 내 남편의 죽음, 그 감정에만 집중했어요. 끝나고 나서 대사를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손에 마비가 오기도 했어요.”
추자현은 중국배우 우효광과 2017년 1월 혼인신고 후 2019년 5월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는 그는 ‘당신이 잠든 사이’ 속 덕희와 준석의 설정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아이가 없고, 결혼을 안 했으면 다른 결의 연기가 나왔을 수도 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내가 이런 일을 겪으면?’이라고 상상했을 때 숨이 쉬어지지 않았죠. 그런 면에서 영향을 받는데 불행한 요소의 배경을 활용하고 싶진 않았어요. 나이에서 오는 연륜, 내공은 쌓였으니 연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준석을 보고 이무생 배우를 사랑해서 나온 거지, 남편 우효광을 떠올린 건 아니에요.”
이무생은 극중 아내 곁을 다정하게 지키는 자상한 남편이자 인기작가 준석 역을 맡아 추자현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추자현은 이무생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을 이어갔다.
“이무생 배우를 ‘부부의 세계’를 보고 놀랐어요. 그때 캐릭터가 세지 않았거든요. 김희애 선배님을 바라보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그때 당시 많이 알려진 상황이 아니었는데 존재감이 와 닿았어요. 연기 톤도 차분했죠. 너무 확 와 닿아서 그 친구에게 시선이 많이 갔어요. ‘서른아홉’ 때도 전미도 씨와 감정 연기를 저렇게 하는 구나 싶었죠. ‘더 글로리’ 땐 다른 연기라 스펙트럼이 넓다는 걸 알았어요. 같이 작업하면서 더 반했죠. 실제 인물에게는 더 반했어요. 더 알리고 싶은 친구에요.”
1996년 SBS 드라마 ‘성장느낌 18세’로 데뷔한 추자현은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활동했다. 중국 활동을 집중하던 그는 2019년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으로 한국 활동에 복귀했으며 여러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저에게 맞는, 끌리는 캐릭터와 작품을 선택해요. 저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1~4화까지 넘어가는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다가 이해가 안 되거나 공감을 못하면 이 작품은 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하죠. 지금도 그런 면에서는 고집을 피우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 대본은 너무 감사해요. 조금 더 많은 작품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려면 제가 다양한 매력을 발산해야하니 그런 노력을 할 거고요.”
추자현은 앞으로 활동에 제한 두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다양한 얼굴과 색깔의 작품, 캐릭터와 만날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예전에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주어지는 것에 열심히 하는 것이 초점이었어요. 저는 주어지면 되게 열심히 해요. 저만의 연기관은 매력 있는 역할은 연기를 매력 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게 아니라, 제가 매력 있게 소화하면 대본에서 보이지 않는 역할도 그렇게 보인다고 생각하죠. 그게 배우의 힘이에요. 어떤 역할을 생각해본 적 없지만 그 역할을 매력 있게 보여주는 게 저의 가치이자 무기라고 생각해요. 지금 또 바뀐 건 해보고 싶은 캐릭터들이 생겨나더라고요. 예전에는 구체적으로 없었는데 어떤 역할을 나만이 해석해서 보여주고 싶은. 그래서 기다려져요.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될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