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SHOUT] 10주년 '마리 앙투아네트', 정의에 대한 묵직한 물음표
- 입력 2024. 03.22. 10:3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
마리 앙투아네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향락의 왕비로 불렸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소문과 진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에게 '참된 정의'의 의미에 대한 '물음표'를 끊임없이 던진다.
최근 개막한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역사 콘텐츠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뮤지컬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전설적인 대작을 탄생시키며 세계적 뮤지컬 거장 콤비로 불리는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ey)가 빚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루이 16세기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이끄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공연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 '목걸이 사기 사건'을 중심으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요즘 말로 '가짜 뉴스'로 인해 어떻게 죽음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둘러싼 극 중 묘사는 실제 역사와 부합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발언으로 잘못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라는 유명한 망언도 등장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처럼 '역사 콘텐츠' 마니아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Marie Antoinette syndrome)'이라는 명칭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불과 38세였던 그가 며칠 만에 백발로 변하자, 이후 이런 현상을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으로 부르게 됐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백발은 극에서도 중요한 장치다. 극 초반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가발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극 말미 머리가 하얗게 변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억울한 울부짖음이 관객들에게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큰 여운을 남긴다.
다만 일부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대조되는 '허구 인물' 마그리드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반부 뜬금없이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가 '이복 자매'라는 개연성이 부족한 'K-막장 드라마'식 관계가 드러나면서 극의 몰입도를 흐트린다.
눈과 귀는 확실히 즐겁다. 360도로 회전하는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 장치와 로코코 시대를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은 듯한 배경은 물론 디테일한 의상과 가발 등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울러 '내가 숨 쉴 곳(All I Do)', '난 최고니까 (I’m The Best)', '최고의 여자(All a Woman Can Be)', '더는 참지 않아(Enough Is Enough)', '운명의 수레바퀴(The Wheel Of Fortune)' 등 대표 넘버들 역시 주옥같다.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이자 네 번째 시즌이다. '그랜드 피날레'로 다음 시즌은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 '그랜드 피날레'를 위해 레전드 캐스트와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새로운 얼굴들이 힘을 합쳤다. 재연부터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아온 김소향을 필두로 이지혜, 옥주현, 윤공주, 이아름솔, 이해준, 윤소호, 백호, 민영기, 김수용, 박민성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페르젠 역에 기존의 '경력직'이 없고 뉴 캐스트(이해준, 윤소호, 백호)만 캐스팅 됐다는 점이다. 또한 뮤지컬 대표 부부 김소현·손준호의 호흡을 기대한 팬들에게도 이번 캐스팅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랜드 피날레'를 장식할 이번 시즌의 배우들의 열연은 부족함이 없다. 특히, '향마리' 김소향은 점차 몰락해가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점층적으로 그려내 마치 1인 2역을 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더욱 깊어진 내공이 이번 시즌에서 폭발한다. 여기에 뮤지컬계 '퀸' 전문 배우 옥주현이 마리 앙투아네트 역이 아닌 마그리드 아르노 역으로 분해 거친 매력으로 뿜어내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두 배우의 조합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어갈 수 있다.
한편, 공교롭게도 마리 앙투아네트는 개막 시기와 맞물려 최근 정치권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발언이 회자되며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제작사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한번 더 눈길을 끌게 하는 데에는 성공한 듯 하다.
'마리 앙투아네트' 10주년 기념공연은 오는 5월 2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