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 “‘파묘2’ 제작? 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진보 하고 싶다” [인터뷰]
입력 2024. 03.22. 16:48:47

'파묘' 장재현 감독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천만 관객 돌파까지 약 40만 명 남았다. 개봉 후 2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영화 ‘파묘’가 이번 주, 2024년 첫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서울의 봄’에 이어 ‘파묘’가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봄비를 뿌리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파묘’ 흥행 감사 인터뷰를 진행한 장재현 감독은 “항상 영화를 만들 때 손익을 맞춰 만드는 건 아니다”라며 천만 돌파를 앞둔 소감을 이어갔다.

“영화를 완성하고, 항상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보여요. 처음에는 많이 어벙벙 했는데 배우, 스태프들, 홍보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저도 덩달아 좋네요. 이런 시간이 평생 또 오지 않을 수 있잖아요.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어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작품 ‘파묘’는 천만 고지까지 약 40만 명 남았으며 이번 주말 천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개봉 한 달 째 접어들면서 흥행 동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N차 관람’을 유발하며 꾸준히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끌고 있다.

“제가 이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이니 재밌는 것을 위주로 만들게 돼요. 그러나 소재를 잡아 글을 쓰고, 만들기 시작하며 희미해지죠. 팬데믹이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락적인 영화, 처음 보여주는 걸 만들고 싶더라고요. 절대 안전한 길을 가지 않겠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 체험적인 오락영화를 만들어야 된다는 판단이 영화를 만들며 올라왔죠. 스코어가 많이 사랑 받은 건 배우들의 역량이 큰 것 같아요. 배우들이 역할을 워낙 잘 소화해주고, 마케팅도 적절하게 해주신 것 같아요. 여러 요인이 있어 흥행한 게 아닌가 싶어요.”



‘파묘’는 국내 흥행뿐만 아니라 해외 극장가에서도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 15일 개봉한 베트남에서는 ‘육사오(6/45)’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대만에서 또한 일주일 만에 총 2884만 대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만들 때 주제, 서브 텍스트들은 최대한 안 드러나게 만들려고 했어요. 그걸 목적으로 만들면 이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장르적 재미를 살리려고 했죠.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과거, 정서를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이 영화의 95% 정도는 장르적 재미를 끌려고 했죠. 장르적 재미와 새로움이 어떤 분들은 안 좋아할 수 있겠지만 장르적 재미에 집중했어요. 그것을 외국 관객들도 보신 게 아닐까요.”

‘파묘’의 장르는 대중적이지 않다고 평가받는 ‘오컬트’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로 관객들은 영화 속에 숨겨놓은 ‘항일코드’를 꼽는다. 김상덕, 고영근, 이화림,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따 극중 인물에게 붙이고, 차량 번호판은 ‘1945’ ‘0301’ ‘0815’로 광복과 연결되어 있다. 극중 등장하는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언급한다.

“풍수지리사 세 분 정도 만났어요. 파묘 소재 말고도 무엇이 있을까 집중했죠. 과거로 들어가 파고 파다보면 우리나라의 ‘한(恨)’에 도달하게 돼요. ‘쇠말뚝’이라고 하면 저희 세대에선 교과서에서도 나온 거예요. 그러나 쇠말뚝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해요. 저도 있다, 없다를 쉽게 결정할 수 없어 고민을 많이 했죠. 이게(쇠말뚝) 나오면 안 되겠다고 판단해 이걸 대체할, 상징할 무언가를 만들었어요. 쇠말뚝이 물체화 되어 등장하는 게 ‘험한 것’이었죠.”



‘N차 관람’은 물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파묘’.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각자가 발견한 디테일과 숨은 뜻, 의미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영화 코어가 관심을 받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저를 도와주신 분들의 보답이기도 하고, 그 사상, 무속, 풍수지리, 한국의 장례법 등에 관심을 가지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죠. 관객들의 해석은 대부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저는 영화를 해석하게 만드는 건 ‘실패’라고 생각하거든요. 재밌게 봐서 더 알고 싶으니 파는 거지만 그걸 의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이 즐겁냐, 슬프냐, 후련하냐 등 감정에 집중하지 해석하게 만들게끔 의도하진 않아요. 말끔한 영화를 좋아하죠. 그러나 영화를 재창조 하는 건 행복해요. 해석한다고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디깅(발굴)’한다고 표현하고 싶죠. 그래야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지니까요.”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장르에 정통한 감독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 3편을 연달아 내놓으며 오컬트 장르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에서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의 연출관은 했던 것을 또 만들고 싶지 않아요.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새로운 걸 찾고, 진보해나가고 싶죠. 그게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퇴보’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관객 수와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저의 마인드죠. 영화라는 매체는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감독이 주인공이 아니고, 투자자도 주인공이 아니에요. 보는 관객이 100% 주인이라고 생각하죠. 저 스스로 뭔가 있어 보이려고, 했던 것 또 편하게 하는 건 제 연출관이 아니에요. 저 스스로 새로운 것, 진보한 걸 보고 싶기에 계속 새로운 걸 도전하려고 해요. 제가 바운더리가 좁아요. 바운더리가 좁기에 그 안에서 깊게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잡음도 뒤따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파묘’에 대해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좌파영화”라고 언급해 비난을 받은 바. 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파묘’에 등장하는 축경 문신을 두고 “중국에서는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행위를 모두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로 여기고 있다”라며 “한국인들이 얼굴에 모르는 한자를 쓴다는 게 참 우스꽝스럽다”라고 조롱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장재현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라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건 가지각색이라 생각해요. 그쪽 면으로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죠.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고마워요. 제가 의도하지 않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는 중국영화를 사랑하잖아요. 곧 ‘패왕별희’가 재개봉할 거고, 장국영 기일도 다가오고 있어요. 제가 중국영화를 너무 사랑하는 입장에서 한국영화도 중국에 보여주고 싶어요. 개봉의 기회가 많이 열렸으면 하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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