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라미드 게임' 정애연 "나이 먹을수록 연기 더 재밌어"[인터뷰]
- 입력 2024. 03.23. 09: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신 스틸러(scene stealer).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들을 일컫는 말이다. 배우 정애연이 최근 화제작 쿠팡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 '피라미드 게임'에서 신 스틸러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는 '신 스틸러'를 넘어선 '심(心) 스틸러'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다는 그다.
정애연
극 중 정애연은 최이화 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최이화는 백하린(장다아)의 엄마이자 백연여고 이사장이다. 딸인 백하린과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이다.
정애연은 "후반부에 백하린이 최이화의 친딸이 아니라 억지로 입양하게 된 자식이라는 게 나온다. 백하린은 최이화에게 원치 않는 딸이다. 백하린도 엄마, 아빠보다는 자신을 입양해 준 할머니에게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 비정상적인 모녀, 부녀 관계가 된다. 그런 관계성을 중점에 두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우아하고 고상한 재벌가 며느리 최이화 캐릭터를 소화한 정애연은 고급스러운 스타일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외형적으로 특별히 신경 쓴 점에 대해 "외적으로도 최대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보이는 것도 중요한 캐릭터라 스타일리스트와 많은 상의를 했다. 시선을 뺏길 수 있는 강한 컬러보다는 블랙 등 모던한 느낌으로 주로 입었다"라고 설명했다.
캐스팅 비화도 전했다. 정애연은 "처음에는 다른 배우 분이 이 역할을 맡으셨다고 들었다. 개인 사정 때문에 하차하면서 제가 합류하게 됐다. 그래서 전체 리딩은 참여하지 못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에서 사전 미팅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라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피라미드 게임'은 총 10부작으로, 지난달 29일 1~4부를 공개하고 매주 목요일 2부씩 공개됐다. 시청자 모드로 '피라미드 게임'을 본 정애연은 "학원물을 엄청 좋아한다. 여성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학원물은 어떻게 나올까 정말 궁금했다. 감독님이 전체적으로 톤을 조금 눌러서 조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셨다. 완성본을 보니 음악 편집과 어우러져서 굉장히 재밌게 봤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교실 안에서 특정한 게임을 통해 계급이 나뉜다'는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세계관이 압권인 동명의 인기 웹툰(작가 달꼬냑)을 원작으로 한다.
정애연은 '피라미드 게임'의 첫인상에 대해 "캐스팅이 된 후에 원작을 봤다. 정말 구조가 잘 짜인 이야기다. 일상적인 학원물이 아닌 이런 독특한 게임 안에서 관계성을 나눈다는 거 자체가 재밌는 소재였다. 다른 학원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작품은 '사회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들을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다큐 멘터리에서 다룰 법한 '학교 폭력'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이슈를 잘 녹여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피라미드 게임'의 관전포인트는 신선한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인 배우 장다아, 신수지 등은 '피라미드 게임'이 데뷔작이고, 다른 주연 배우들도 신인급 배우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정애연은 신인 배우들이 많았던 '피라미드 게임' 촬영 현장에 대해 "박소연 감독님이 배우들을 정말 많이 아끼셨다. 학생들이 나오는 신을 정말 공들여 찍으셨다고 들었다. 애정이 뚝뚝 떨어지시더라. 배우들도 감독님을 믿고 잘 따라줬다. 그리고 (경력이 많지 않았지만) 다들 잘하더라. 특히 요즘 (데뷔한) 젊은 친구들은 막힌 거 없이 유연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모녀로 함께 호흡한 백하린 역의 장다아에 대해서는 "뒤늦게 합류하게 되어서 전체 리딩을 참여하지 못했다. 촬영장에서 장다아 배우를 처음 봤다. 처음에는 장원영의 언니인 줄 몰랐다. (동생인 장원영과) 말투와 목소리가 많이 비슷하더라. 체형 같은 것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집의) 유전자가 뛰어난 것 같다. 놀랐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이 처음 드라마라고 들었다.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잘 해내더라.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고 열심히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게 보였다.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라고 칭찬했다.
'피라미드 게임'에 앞서 정애연은 최근 인기를 끌었던 '소년시대'에 배우 이시우(정경태 역)의 어머니 역으로 특별출연해 주목받았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소년시대'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다. '소년시대'는 2번 정도 촬영했다. 작품이 워낙 잘 되어서 분량이 많지 않은데도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신 것 같더라. 너무 감사하고 좋다."
정애연은 지난 2002년 연극을 시작해 지금까지 20년 넘게 연기를 해오고 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후에야 연기의 진짜 재미를 제대로 알게 됐다는 그다.
어느덧 40대 배우가 된 정애연은 "지금 내 나이가 너무 좋다. 예전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역할을 주신다면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 알 거 같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드니까 훨씬 더 재밌게 연기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나이 먹는 게 즐겁다. (연기는) 나이에서 오는 무언가가 있다. 나이는 허투루 먹는 게 아니다. 더 깊어질 수 있다.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들이 있지 않나. 그걸 또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정애연은 '피라미드 게임'을 마친 후 차기작을 준비 중이며, 연극 '비클래스'를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심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