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부대’ 손석구, 멈추지 않는 도전 [인터뷰]
- 입력 2024. 03.26. 15:36:3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너 지금 납치된 거야”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온 국민을 ‘추앙’ 신드롬에 빠뜨린 배우 손석구. 잔혹한 악역부터 현실에 발을 디딘 캐릭터까지 매번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연기로 소화하고 있는 손석구가 이번에는 기자 임상진 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댓글부대' 손석구 인터뷰
“감독님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가 알기론 거의 초창기 때 학생영화 느낌으로 하신 거라 들었어요. 그게 당시에 화제가 됐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사회현상을 다루잖아요. 그게 좋았어요. 이번에도 댓글부대 소재를 선택해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모르는 걸 건드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 믿음이 있었어요. 2년 반? 3년 정도 전에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전체적인 구도는 똑같지만 디테일이 달랐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님이 이걸 통해 하고자 하는 질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영화를 통해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시각과 질문을 하고 싶은 게 명확했죠. 처음 봤을 때 인물이 실체 없는 것과 싸우기에 연기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만들어지고 나서 보니 센세이션 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손석구는 자신의 오보가 조작된 것임을 알고, 판을 뒤집으려는 기자 임상직 역을 맡았다. 기존 작품에서 그려져 온 정의감 넘치는 기자에서 탈피,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냈다.
“사회 정치부 기자 세 분 정도 만났어요. 깊게 아닌, 아는 분을 통해 응원정도 받았죠. 너무 깊게 얘기하려하진 않았어요. 미팅도 주선했지만 어느 정도에선 만나지 않았죠. 영화가 너무 현실을 반영하는 건 아니니까요. 직업 생리만 알고, 나머지는 상상력으로 채워야겠다 싶더라고요. 관련된 다큐를 찾아보곤 했어요.”
임상진은 정의감 넘치는 기자는 아니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다. 정작당한 뒤에는 찻탓캇(김동휘)의 제보로 댓글부대 ‘팀알렙’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알고, 판을 뒤집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팀알렙을 파헤치며 변해가는 모습까지, 내면의 감정 변화 폭이 큰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몰입을 더한다.
“초반 빌드업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엔딩으로 갈수록 감독님이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명확해서 침투할 필요가 없었죠. 초반에는 어떤 식으로 오보성 기사를 썼고, 좌천된 후 팀알렙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기자의 생리를 모르는 일반 사람이 봐도 납득될 거라 생각했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찻탓캇을 찾고, 이후 본격적인 팀알렙의 이상한 활약상을 보여주잖아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초석을 다지는 단계는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물 흐르듯 보여주고자 했죠.”
손석구는 2017년 드라마 ‘센스8 시즌2’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출연작들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길만 걷는 건 아니다. 매 작품 변주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다.
“대중들은 무언가가 변화되길 원하잖아요. 제 생각에 제일 좋은 건 ‘변했다’가 인지되지 않는 정도의 변화가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죠. 저의 밑천이 드러날 것 같아서 큰 변화를 준다면 탈이 분명히 나는 것 같아요. 이번엔 빨간색이라 다음엔 파란색을 하는데 분명 그 빨간색을 못 본 분들도 많거든요.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빨간색이 있는데 안 하고나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 나이와 정서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으면 어떤 분은 밑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변화에 대한 강박이 많았어요. 그게 불과 몇 년 전이었죠. 거기에 좌지우지 되면서 극도의 변화가 시작되면 무리수가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이 시간이 지나면 제가 했던 걸 그리워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너무 빨리 혼자 가도 안 좋은 것 같아요. 결론은 과하게 하지 말자죠.”
손석구의 도전은 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손석구는 1인 기획사 겸 콘텐츠 제작사를 차려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배우를 넘어 제작자 등 영역을 확장,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단순히 엔터테이닝한 작품보다 플러스알파가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배우 겸업이 아닌 작가로서 전향도 생각하고 있죠. 인생 한 번인데 다른 것도 해봐야하지 않겠어요? 작가는 테네시 윌리엄스를 제일 좋아하는데 늘 가족의 이야기를 해요. 당시 사회적 배경 때문에 마이너하게 받아들여졌는데 가질 수 없는 뒤틀린 죄책감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주인공도 매력적이죠. 자격지심 같은 것들. 여자캐릭터도 자기 여동생에 빗댄 것 같은데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하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