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홍경, 한계 없는 천의 얼굴 [인터뷰]
입력 2024. 03.28. 08:00:00

'댓글부대' 홍경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정말 먼 곳’을 시작으로 ‘결백’에 이어 드라마 ‘D.P.’ ‘약한영웅 Class1’ ‘악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홍경. 그를 보면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놀라움이 뒤따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역할부터 성소수자, 악역, 형사까지 ‘천의 얼굴’을 보여준 홍경이 이번에는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인물로 분했다.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저의 짧은 컬렉션 중 사랑하고, 손꼽는 영화가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요. 제안을 주셔서 너무 행복했죠. 그래서 출연 이유도 국진 감독님이 최우선이었어요. 저희 영화는 내러티브(서사)뿐만 아니라 미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외피가 아닌,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의미하는데 믿음이 컸죠. 내러티브는 필히 중요하고, 담겨져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미학적인 부분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가고, 믿음이 있었어요. 호기심도 있었고요.”

홍경은 극중 온라인 여론 조작의 위력을 체감하고, 점점 더 빠져드는 키보드 워리어 팹택 역을 맡았다. 팹택은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실질적 리더 찡뻤킹(김성철), 후킹한 스토리를 짜는 익명의 작가 찻탓캇(김동휘)과 함께 ‘팀알렙’으로 활동한다.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원팀’으로 ‘케미’도 놓치지 않는다.

“촬영 시작 전, 의상‧분장 선생님, 미술 감독님과 회의를 가졌어요. 이 캐릭터들이 어떤 모습의 옷을 입고, 집은 어떨지에 대해서요. 그랬을 때 저는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가졌어요. 이 친구(팹택) 자체가 밖에 나가서 생활하기보다, 집안에서 생활을 많이 하기에 주근깨 같은 것에도 신경 썼죠. 이 친구가 입는 옷, 스타일도 찾아보지 못한 것을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저의 실제 아이템도 착용하기도 했고요.”



홍경은 팀알렙의 케미를 보여주기 위해 김성철, 김동휘와 함께 기본 4~5시간씩 리허설을 가졌다고. 이들이 대화를 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장면은 리얼한 연기로 몰입을 더한다. 팀알렙의 케미와 시너지는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모든 신에서 투닥거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한 공간에 같이 산다는 자체만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설명되는 게 있다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재밌으려면 다른 점에서 부딪히고, 싸워야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 사람이 주도하고, 따라가는 구조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모든 사람이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한 사람만 따르는 건 재미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서로의 의견을 분명히 가져가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잡아갔죠.”

팹택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고, 공감 능력과 사회성까지 부족한 캐릭터다. 팹택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애착’과 ‘불안감’으로, 팀알렙의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악역이든 선역이든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여된 부분에 집중했죠. 외피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누구나 자기 실수,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금 후회, 감정적인 것들이 있잖아요. 그게 분명히 이 친구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도리어 질문하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더 큰 숲을 보고 계시니 저는 따라갔죠.”



홍경은 2017년 데뷔 이후 매 작품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스크린,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다양한 연기 변주로 ‘얼굴 갈아 끼우기 장인’이란 수식어를 얻기도.

“저는 영화, 캐릭터가 먼저 인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이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일을 해나갈 뿐이고, 제 일을 해나감에 있어 좋게 봐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 일로써 노력해야한다는 건 굳게 하고 있어요. 저를 먼저 알리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죠. 해야 할 일만 똑바로 하자는 생각이에요.”

얼굴을 갈아 끼우는 듯한 캐릭터 변주가 가능했던 것은 홍경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어서다. 외면, 내면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표현한 그는 출연작마다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얼굴 갈아 끼우기 장인’을 비롯해 ‘카멜레온 같은’, ‘천의 얼굴을 가진’ 수식어를 입증한 홍경. 그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매번이 위기인 것 같아요. 아직도 두렵긴 해요. 제 심장을 꺼내 보이고, 진짜를 솔직하게 내보여야 하기에. 눈속임이 있어선 안 돼요. 그러려면 매순간 제 마음이 닳지 않도록 솔직하고, 전력투구를 해야 하죠. 거기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치열하게, 지독하게 일하는 건 재밌어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두렵기도 하지만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보이는 순간이 없었으면 하죠. 궁금증과 새로움이 생겨야 보는 분들도 보고 싶잖아요. 어느 하나에만 쫓아가려 하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예측되지 않는 공이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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