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병헌 감독의 신세계 '닭강정'[인터뷰]
입력 2024. 03.28. 15:10:28

이병헌 감독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닭강정'은 개인적으로 저에게 많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영화 감독으로 등극한 이병헌 감독에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은 어려운 숙제로 다가왔다. 어려운 길이라 더 도전 욕구를 강하게 자극한 작품이었고, 필연(必然)처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닭강정'은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끝난 직후에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극한직업'이 없었다면 이 어려운 걸 도전도 못했겠죠. '극한직업'은 저에게 엄청난 원동력입니다. 그 작품을 통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거죠. 당시 그 분위기를 활용해서 새로운 걸 도전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도전적인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기도 했거든요. 어려운 작업들을 해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했어요. 실제로 '극한직업'을 연출할 때는 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닭강정'은 뇌를 쉰 적이 없어요. 그렇게 만든 작품이라 더 성취감이 컸죠."

이병헌 감독의 새로운 코믹 세계를 연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구한다'라는 로그라인만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다. 이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단순한 'B급 코미디'가 아니다. '저세상 코미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난해한 설정과 판타지 요소들이 가득하다.

"다른 형태의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데이터가 점점 쌓이고 쌓이면 이런 장르를 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선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만약에 이런 코미디도 대중에게 어필이 된다면 더 다양한 형태와 톤의 드라마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가 공개되잖아요.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š문에 한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시도들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닭강정'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웹툰(원작자 박지독 작가)으로 처음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예측불가한 전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제작사의 추천으로 웹툰을 처음 봤어요. 이상하게 계속 다음 화를 보게 됐어요. 그러다 한번에 쭉 다 봤죠. 보고 난 후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완결이 난 상태가 아니었는데 '한번 해봅시다'라고 결정을 했던 기억이 나요.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었습니다(웃음)."

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단순한 그림체의 원작을 드라마화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어떻게 영상화하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글을 쓸 때 고민이 더 많았다. 현타가 오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대본을 쓰고 있는데 '큰일 났다'라는 생각을 몇 번 했었어요. '지금 멈출 수 없는데 어떡하지? 큰일났다'라고 생각했죠. 얼굴이 빨개진 적도 있고요(웃음). 하지만 원작의 색깔이나 톤들을 그냥 평범한 드라마 톤으로 바꾸기에는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라는 생각했어요. '얼굴이 빨개지더라도 할 건 해야한다'라고 밀어붙였죠. (원작을 봤을 때) 처음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계속 되뇌었어요. '내가 왜 이 작품을 선택했지?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계속 마음을 다잡았죠."

낯선 장르이기 때문일까. '닭강정'은 공개된 후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었다. '신선하다'라는 반응이 있는가하면 '공감하기 힘들다'라는 평가가 동시에 쏟아졌다.

"기획단계부터 호불호가 갈린거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나처럼 분명히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만 하고 열심히 작업했던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이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인 작품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이 세계에 들어오게 만들까?'를 엄청 고민했어요. 못 들어오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겠죠. 중간하차하시는 분까지 잡을 순 없겠더라고요. 그럼에도 이 작품의 색깔을 놓치고 싶진 않았어요.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되긴 싫었죠.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한번 가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이병헌 감독은 그런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원작의 색깔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만화적인 요소들을 더 부각시키고,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연극톤을 고수했다.

"그런 요소들을 살린 이유는 '물러서지 않겠다', '두려워하지 않겠다', '절대 밀리지 않겠다'라는 다짐이었어요. 원작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기도 했고요. 그 색깔을 고스란히 옮기는 게 저의 의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저는 그런 부분들이 재밌다고 생각했고, 배우들도 할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들을 더 좋아해 주실 거라 믿었습니다."



이병헌 감독의 새로운 코미디물 '닭강정'의 '호(好)' 반응을 이끄는 데에는 주연배우 류승룡과 안재홍의 힘이 컸다. 각각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을 통해 이병헌 감독의 대표 코미디물을 해본 경험이 있는 두 배우는 이병헌 감독의 특유의 '말맛'과 '유머코드'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잘 살려냈다. 여기에 김유정, 정호연, 김남희 등 쟁쟁한 특별출연 라인업까지.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배우들이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잘해줬어요. 생각보다 현장에서 어떤 대화들을 많이 나누지도 않았죠. 두 배우 모두 원작을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각오를 했던 거 같아요(웃음). 저는 두 분이 처음 연기하는 걸 보고 마음속으로 위안이 됐죠. 서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적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이었을거예요.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을거고요. 주연 배우들이 잘 이끌어준 덕분에 짧은 회차의 배우들도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라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하시더라고요. 출연해주신 모든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닭강정' 이후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세계는 어디까지 뻗어나가게 될까. "보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으 보실 때 비슷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코미디 장르이긴 하지만 계속 다른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코미디 장르를 떠나서 다른 무언가를 해야지'라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진 않아요. 괜찮고 할 말한 이야기가 있다면 또 하지 않을까요. 써 놓은 시나리오 중에서는 코미디가 아닌 작품도 있긴 해요."

이병헌 감독의 새로운 행보도 기대를 모은다. 최근 김은숙 작가와 함께 새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 작업을 시작했다고. '다 이루어질지니'는 서로의 생사여탈권을 쥔 감정과잉 지니(김우빈)와 감정결여 가영(수지)이 행운인지 형벌인지 모를 세가지 소원을 놓고 벌이는 스트레스 제로, 아는 맛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12부작으로 제작된다.

"아직 워낙 초반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김은숙 작가님은 치밀하게 작업하는 작가더라고요.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볼거리가 정말 많아요. (영화 '스물' 이후) 오랜만에 함께 하게 된 (김)우빈이와의 재회도 반갑습니다."

한편, '닭강정'은 총 10부작으로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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