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정일우의 책임감 [인터뷰]
입력 2024. 03.29. 07:00:00

정일우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배우 정일우가 '거미여인의 키스'로 다시 한번 연기력을 증명했다. 여성스러운 말투와 손짓부터 디테일한 감정 연기까지 그만의 몰리나를 완성해 냈다. 방대한 대사량과 라이브로 진행되는 무대 연기는 큰 부담이 됐지만 오히려 책임감으로 이겨낸 정일우다.

정일우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N차 관람을 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이 자리를 빌려 너무 감사드린다. 작은 위안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처음 오는 관객분들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해외에서도 많이 보러와 주시는데, 비행기에 티켓값까지 부담일 텐데 행운인 거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누엘 푸익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이념과 사상이 전혀 다른 두 인물 몰리나와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받아들여 가는 따뜻한 인간애와 사랑을 다루고 있다.

연극을 하며 관객들을 통해 오히려 위로를 받기도 한다는 그는 책임감도 느끼지만, 큰 도전이었다. 정일우는 자신을 여자라고 믿고 있는 낭만적 감성의 소유자 몰리나 역을 맡았다.


정일우는 "기존에 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정문성 형이 '느끼고 배우는 게 많은 거다'라고 해서 도전하게 됐다. 무수히 연습도 많이 하고 지하철을 타고 혜화를 왔다 갔다 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고민했다.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좋은 작품이 올라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고 있다. 이런 게 연극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직접 리뷰를 듣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깨닫곤 했다"고 덧붙였다.

감옥 안에서 화려한 옷차림과 새침한 말투, 발렌틴과의 미묘한 감정 등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은 물론 2인극 특성상 많은 대사량도 소화해야 해서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도움이 됐던 건 배우 정문성이었다.

그는 "도대체 몰리나가 가지고 있는 사랑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이 많았을 때는 정문성 형한테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정답을 찾아갔다"며 "이제는 몰리나 역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동으로 입혀져서 더 나오는 거 같다. 더 여성스럽게 해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리알처럼 깨질 거 같은 캐릭터를 거듭해서 연습하다 보니까 걸음걸이, 손동작, 말투가 더 몰리나스러워지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많은 대사량에 대해 "죽을 만큼 부담이 됐다. 연극 시작 전 계속 리딩을 하고 들어간다. 관객들에게 재미를 유도하고 흥미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대사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습관이 생길까 봐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일우는 2019년 연극 '엘리펀트 송'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올랐다. 배우라면 무대에 서야 한다는 배우 이순재의 말처럼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기회가 된다면 평생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까지 드러냈다.

그는 "'엘리펀트 송' 때보다는 무대가 편해진 거 같다. 그래도 캐릭터를 표현하려는 마음은 같다. 몰리나가 영화 속 인물을 얘기하면서 극을 끌고 가는데 묘사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라며 "'하이킥' 할 때부터 이순재 선생님이 무대에 서라고 하셨다. 맞는 거 같다. 배우라면 무대에 서서 두 시간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우고 하면서 배우로서 살아 있다고 느끼는 거 같다. 기회가 된다면 평생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낸 그이지만, '거미여인의 키스'로 20여 회를 넘게 무대에 오르면서 무대 위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계속해서 경계하고 고민하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자신을 둘러본다.

정일우는 "20회차쯤 왔을 때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것을 깨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같은 연기를 하다 보니까 가짜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매너리즘에 빠졌었는데 그때 계속 연습하면서 이겨내려고 했다. 정일우가 개입하는 순간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몰리나로 몰입해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그는 '꽃미남 라면가게', '해를 품은 달', '보쌈- 운명을 훔치다', '굿잡' 등을 통해 주연 배우로서 활약했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바라보는 그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몰리나를 만났을 때 무섭고 두려웠지만, 자신감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 잘 표현한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스타는 한순간 같다. 연기를 잘해야 배우를 계속할 수 있는 거 같다"라며 "데뷔작이 잘 된 덕분에 지금의 저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모님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제가 버티는데 힘을 많이 주신다. 어렸을 때는 조급함만 있었다. 이제는 내 내면을 가꾸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여행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보는 거 같다. 계속 채워 나가야 연기를 할 수 있는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래 일하다 보니까 잠깐의 만족은 있지만 내가 좋은 배우라는 걸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같다. 오늘 공연도 잘 끝낸 것에 안도할 뿐이다. 스스로를 괴롭혀야 더 나오는 느낌이 있어서 저를 가만두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일할 때 모든 것을 쏟아내고 일이 끝나면 온전히 정일우를 위한 시간을 주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아직도 열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라고 표현한 정일우는 "저도 3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빨리 많은 작품을 30대 필모에 넣고 싶은 욕심이 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252, 레드앤블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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