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게임' 김지연, 믿음에 보답하고 입증한 시간들[인터뷰]
입력 2024. 04.08. 07:00:00

김지연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피라미드 게임'은 나름대로 저에게 큰 도전이었어요. 이렇게 무사히 끝마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정말 커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했던가. 무거운 짐을 안고 시작했다. 주연 롤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유독 배우 김지연에게 그 어떤 작품보다 해내야 할 몫이 컸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과감히 도전했고, 보란 듯이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냈다.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다.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학원 심리 스릴러의 새로운 세계를 연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작가 달꼬냑)을 원작으로 한다. 이 드라마는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제 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1달이 어느덧 다 지나가버려서 아쉬워요. 처음에는 '한 번에 다 공개되는 게 낫지 않아?'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면 더 아쉬울 뻔했어요(웃음)."



'피라미드 게임'의 캐스팅 과정은 성수지 역을 맡은 김지연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히트작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김지연을 제외한 다른 주연 배우들은 대부분 신예 배우들로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대본 자체가 흡인력이 엄청 컸던 기억이 나요. 한 자리에서 4부까지 한꺼번에 다 읽었으니까요. 소재 자체가 신선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까지 큰 롤을 해본 적도 없고,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후 다시 한번 학원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있었죠. 부담감이 컸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지연씨 말고 성수지 역에 다른 배우를 생각한 적이 없다'라면서 굳건한 믿음을 주시더라고요. 그만큼 믿어주시는 거면 '믿고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김지연은 극 전반을 아우르면서 중심을 잡아나가는 주역으로 ‘피라미드 게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성수지 그 자체였던 그의 열연은 타깃, 방관자, 저격수, 그리고 해피 엔딩에 이르기까지, 수지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에 완벽히 몰입하게 했다. 이는 때로는 통쾌함을,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며 수지의 ‘눈눈이이’ 전략을 계속해서 응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수지가 마냥 착하지 않은 주인공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착한 면도 있고 정의로운 면도 있지만 또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이기도 하죠.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딱히 '스물다섯 스물하나' 고유림과 차별점을 둬야겠다고는 생각 안 했어요. 원래 성수지 역을 만나기 전까지 유림이 캐릭터를 너무 사랑해서 유림이가 있는데 굳이 또 학원물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컸죠. 막상 '피라미드 게임'을 촬영하면서는 전혀 의식하진 않았어요. 두 캐릭터가 워낙 다른 인물이기도 했고요."



김지연은 '피라미드 게임' 촬영 현장의 '맏언니'이기도 했다. 전작에서 주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던 그에게 이번 촬영 현장은 다소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이전까지는 대부분 제가 촬영 현장에서 막내였어요. '항상 누가 되지 말아야지. 나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선배들을 볼 때 연기 뿐만 아니라 현장 전체를 통솔하고 아우르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봤었거든요. 그래서 '피라미드 게임' 촬영 초반에는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되고 압박감이 있었어요.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했는데 다들 각자의 역할을 너무너 무 잘해주더라고요. '이 캐릭터는 이 배우가 아니라면 상상이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준비를 정말 많이 하고 잘 해와서 제가 맏언니라고 해서 딱히 할 게 없었어요. '함께 잘 만들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것처럼 2-5반 학생을 연기한 배우들끼리 끈끈한 우정이 쌓였다. 마지막 촬영때는 학교를 함께 졸업하는 마냥 다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단다.

"2-5반 교실 마지막 신이 있던 날 감정적으로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6개월 동안 다 함께 고생했던 기억도 나고,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이렇게 끝낸다고?' 허무하기도 했고요.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다 함께 울었어요. 감독님도 함께 우시더라고요."

김지연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야말로 '피라미드 게임'의 기둥이었다. 갓 데뷔한 신예 배우들에게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연출한 박소연 감독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 박 감독은 종영 인터뷰에서 김지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저 역시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정말 많은 믿음을 보내주셨어요. 덕분에 더 용기를 내서 할 수 있었죠. 이번 촬영 현장은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25명의 배우들이 함께한 신들이 많아서 보통 촬영 현장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촬영 현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이 정말 잘 이끌어주셨어요. 체력적으로 지치는 순간도 있었을텐데 늘 에너지가 넘치셨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대본도 정말 좋았지만 (완성본을 보고) 신선한 연출들이 정말 좋았거든요. 감독님이 다 만들어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들도 많아요. 덕분에 우리 작품이 더 호평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피라미드 게임'은 마지막 회에 새로운 빌런의 등장을 예고해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김지연은 "결말을 보시고 해석이 다 다르시더라.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열린 결말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수지 역을 한 제가 느낀 것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수지가 더 이상 힘든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어떤 내용을 풀 수 있을까 싶다.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도 있다"라고 말했다.

‘피라미드 게임’의 성수지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김지연. 차기작은 물론, 앞으로 나아갈 그의 배우 행보에도 기대가 모인다.

"하나의 작품을 끝날 때마다 생각이 많이 바뀌어요. 대본을 볼 때 저와 비슷한 결의 캐릭터들이 많이 끌리더라고요. 제 안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들을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갑자기 든 생각은 나에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거예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전작의 캐릭터와는 전혀 겹치지 않는 그런 역할이요. 그런 작품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연기 활동을 돌이켜보면 차근차근 한 작품 씩 단단하게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정성을 들여서 쌓아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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