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이동휘 “장동철, ‘카지노’ 정팔과 달라” [인터뷰]
입력 2024. 05.03. 15:53:08

'범죄도시4' 이동휘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더 커진 판만큼 강력해졌다. 앞선 시리즈에선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얼굴의 빌런이다. 배우 이동휘가 전통적인 빌런 계보에서 탈피한 새로운 유형의 빌런으로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에 출연했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이동휘는 ‘두뇌 빌런’ 장동철 역을 맡아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앞서 이동휘는 2017년 개봉된 ‘부라더’(감독 장유정)에서 한 차례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바. 두 사람은 ‘범죄도시4’에서 형사와 빌런으로 만나게 됐다.

“동석 선배님과 ‘부라더’ 영화에서 형제로 호흡을 맞췄어요. 그때 당시에는 장르가 코미디라 재밌는 부분, 귀여운 부분을 찾아 옥신각신 하는 형태를 만들어 호흡을 맞췄죠. 2016년 촬영 당시, (마동석) 본인의 어떤 구상과 계획을 설명해주신 날이 있었어요. 이번 작품이 끝나면 ‘범죄도시’를 찍고, 앞으로 계획을 설명해주신 게 아직 기억에 남아있죠. 너무 신기하게 계획을 90% 이상 달성하셨어요.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하나하나씩 실행하며 이루어나가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범죄도시’ 1편 개봉 때 시사 뒤풀이에서 형님에게 ‘다른 장르에서도 만나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부라더’ 인터뷰 당시에도 ‘범죄도시’의 빌런으로 나오고 싶다고 했죠. 고민이 많을 시기에 동석 선배님과 이야길 나눴고, 동석 선배님은 ‘이동휘라는 배우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라며 유심히 지켜봐주셨던 것 같아요.”



이동휘의 고민이 마동석에게 통한 것일까.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유형의 빌런을 이동휘에게 제안했다. 이동휘가 맡은 장동철은 천재 CEO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백창기가 움직이는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의 운영자로, 비열한 실체를 숨긴 이중적인 인물이다.

“장동철은 백창기와 또 다른, 백창기가 메인 빌런이기에 장동철은 서포트하는 역할, 포지션으로서 이정도가 적당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로 하여금 탄탄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장동철은 장동철만의 세계관이 확실한, 디테일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것을 찾는 과정에서 백창기를 바라보는 눈빛, 태도, 대사에서 찾았어요. 대본에 있던 것처럼 ‘창기는 나의 순수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나는 이제 창기가 없으면 누구랑 놀지?’ 이 두 줄로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했던 게 많았죠. 장동철은 백창기에게 여러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환경과 성장 과정을 통해 인물이 이루어져있을 때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 없다는 막강한 설정 값이 있는 바람에 친구조차 돈으로 사서 두고 있죠.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탄탄하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태도로 말하는 것에 대해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동휘는 IT 천재 출신의 젊은 CEO이자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의 운영자인 장동철의 양면성을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에 중점을 뒀다고. 특정 의류 브랜드만 입는 것, 중단발의 헤어스타일 등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까지 깊이 고민하고, 섬세히 표현해냈다.

“소유욕에 대한 광기, 하나의 브랜드를 샀을 때 ‘이거면 충분해’가 아닌, 풀세트를 갖춰야 하는 그런 인물로 설정했어요. 처음에 감독님이 피규어를 제안했는데 저작권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던 중 그림이 떠올랐어요. 그림에 대한 해석은 굉장히 자유롭잖아요. 그런 해석이 장동철과 잘 맞을 것 같아서 자화상을 제외한 모든 그림들은 제가 오랫동안 그려놓은 그림들이었어요. 그걸 가져다 좋은 거죠. 그런 부분들이 장동철을 디테일하게 보여줄 것 같았어요.”



앞서 이동휘는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에서 정팔 역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이에 ‘범죄도시4’ 속 장동철이 정팔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정팔이는 거머리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붙어있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 피를 빨아서 커져 있는 거머리라 생각했죠. 동철이는 영악하고, 악랄하고, 좋은 머리를 나쁜 곳에다 잘 써서 성공한 인물이에요. 정팔이는 붙어 있다가 어느새 피를 빨아 먹은, 능력은 없는데 비열하고, 지질하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 악인이 된 인물이죠. 출발선, 내용 공유는 안 되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겹친 거라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요.”

2013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데뷔한 이동휘는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MSG워너비로 활약한 그는 ‘예능계 블루칩’으로도 통하고 있다. 이처럼 데뷔 후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동휘에게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가정교육이에요. 절대 안주하지 말고, 유행을 바라지 말고, 근로소득만 믿고 행동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죠. 저도 한때는 신세한탄을 한 적 있어요. 학생일 때, 영화계에 들어와서 어느 때는 ‘왜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까? 한국영화는 왜 이럴까?’ 혼자 생각할 때 스스로 창피해지더라고요. 그러지 말고, 나서서 움직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공연, 뮤지컬, 패션사업 등 여러 제안들이 들어왔는데 연기만 보는 제가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이란 걸 느꼈어요. 그래서 독립영화 감독님들을 찾아가 두들기고, 묻고, 행동하게 됐죠. ‘뭐든 한탄만 해서는 안 되는구나, 아버지의 교육이 맞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영화 찍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것에 따른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동석이 형이 큰 스케일에서 하고 있다면 저는 소소하게 따라가는 중인 거죠.”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이동휘는 이렇게까지 연기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제가 외롭고, 힘들었을 때 유일하게 일으켜 세워준 게 영화에요.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그런 것들을 대화를 통해 풀기보다 극장에서 2시간을 앉아 보고 느끼는 감동과 ‘나도 저런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희망이 버틸 수 있게 하죠. ‘여인의 향기’ ‘버튼 아카데미’ 등을 보면서 영화가 주는 뜨거운 감동, 삶에 대한 희망, 이런 것들을 찍을 수 있다는 것, 제가 사라졌을 때 누군가 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을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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