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의 여왕' 곽동연은 여전히 목마르다 [인터뷰]
- 입력 2024. 05.10. 08: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코믹, 멜로, 액션. 한 배우가 '눈물의 여왕' 속에서 선보였던 장르다. 쉴 새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곽동연의 노력이 '눈물의 여왕'을 통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곽동연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곽동연은 "일단은 국내외로 많은 사랑을 받고 드라마가 끝나서 개인적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며 "이번 작품에 특히나 친하게 지냈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이 많았다. 같이 일하면서 그분들이 얼마나 밤낮없이 끝까지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기에 그분들의 노고가 보상된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며 기분 좋은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배님들의 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선배님들께서 든든하게 계셔주시고, 또 멋진 연기를 매 신마다 보여주셨다"면서 "이런 게 현장에서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 것처럼 시청자분들도 건드려진 게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곽동연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수철 역을 맡았다. 철없는 재벌가의 막내아들이지만, 아내 천다혜, 아들 홍건우에게는 온 마음을 다 하는 순애보였다. 특히 초반에는 다소 밉상으로 비치지만 후반부에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 온도차가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홍수철을 연기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꾀부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부러 힘을 주거나 빼면서 밸런스를 맞추지 않고, 수철의 노선을 정직하게 하나씩 밟으며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를 전달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꾀부리지 말고 적재적소에 놓인 몫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다. 철없는 다른 재벌 3세들과 달리 수철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달랐던 것 같다. 그 이후에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시간이 있기에 그 노선을 솔직하게 하나하나 밟아보려 했다. 수철이 무너지고 좌절하면서 용기를 얻고, 결국 가족들을 봉합해서 품에 안았을 때 뭐가 남는지를 지켜보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 캐릭터가 변화하는 진폭을 어디까지 시청자들한테 어필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곽동연은 실제로는 1997년생으로 어린 나이지만, 극중에서 아들 건우에 애틋한 부성애를 느끼는 아빠 역할을 맡았다. 부성애를 연기한 것도 배우 인생에서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많은 고민이 따랐다.
"부성애적인 면을 표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실제로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신 분들은 그 감정의 무게가 어떤지 아실 테니 그걸 연기로 아무리 근접하게 흉내를 내도 가짜라는 걸 알아채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많이 컸다. 촬영 중반에 문득 '내가 아이가 있다면'보다는 '우리 부모님이 나를 대할 때 어땠는가'로 접근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주변에 젊은 부부가 된 지인들도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게 됐다고 많이 얘기했고, 나도 그런 식으로 좀 접근하니 이해가 되더라."
무엇보다 수철은 다혜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심지어 건우가 친자식이 아닌 것을 알고 서도 아내와 아들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낸다. 현실적인 생각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지만, 곽동연은 수철이라는 캐릭터에서 그 모든 이유를 찾아냈다.
"수철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사람이다. 수철에게는 '내가 키웠고 날 보고 아빠라고 하는 이 아이는 내 아이다'라고 믿고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그런 시도가 아니다. 수철은 정말 그렇게 믿어왔기 때문에 몰랐던 사실이 드러났을 때의 충격보다는 내 아이를 지키고 돌봐야 한다는 마음이 더 앞선 사람인 것 같다. 수철에게는 다혜 역시 무슨 일이 생겨도 저 여자는 내가 지켜야 된다고 인식이 돼있던 것 같다. 사실 현실 감각이 강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철이라는 인물로서 생각해 봤을 때는 복잡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 정서를 최대한 실감 나게 보여드리려고 최대한 수철이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생각했다."
곽동연은 '눈물의 여왕' 속 자신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느 정도 도전하고 시도하고자 했던 것들을 이룬 것도 있지만, 반면에 저는 이제 아무래도 제 연기를 보면서 '저때는 다른 연기가 더 잘 어울렸겠다', '이런 호흡으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도 드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종영소감에 이어 또 한번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이렇게 많은 선배님들이랑 긴 시간 호흡한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선배님들이 가지고 계신 연륜이나 지혜 등을 옆에서 훔쳐보고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연기할 때 써먹어보고 싶은 자양분 같은 게 많이 충전되기도 했다. 또 현장에서 너무 좋은 사람들이랑 오래 지내면서 인간 개인으로서도 식견이 조금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곽동연은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시작으로 벌써 데뷔 13년 차 배우가 됐다. 드라마 '사춘기 메들리', '구르미 그린 달빛',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빈센조', '빅마우스' 등 다양한 작품으로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이제 '다음'보다 '지금'에 집중하는 법을 연습 중이다.
"최근에 지금까지의 연기 생활에 대해 고찰을 했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들을 했고 열심히 해왔는데, 꽤나 미래지향적으로만 살았던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배우로 더 잘 되려면 어떻게 무얼 해야 할지만 생각하다 보니 소실된 장기 기억이 많다. 몇 년도에 뭘 했었는지 생각해 보면 기억이 잘 안 나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열심히 다음을 생각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이제라도 지금 이 순간 자체를 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 중인 것 같다."
선과 악 구분없이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곽동연은 여전히 목마르다. 그에게 해보고 싶은 역할을 질문하자 "'눈물의 여왕'을 하면서 가족 이야기가 주는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돼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도 다시 해보고 싶다"며 "원래도 몸으로 연기하는 걸 좋아해서 더 많이 몸을 쓸 수 있는 액션 같은 장르물도 하고 싶다. 아니면 표현주의적인 수철이와 달리 감정을 누르고 감추는 정적인 인물도 연기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아주 많다"고 답변을 늘어놨다.
'눈물의 여왕'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차기작 선택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다. 곽동연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연기적으로 해보고 싶은 소스들이 정말 많이 충전돼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여러 사항들이 충족돼야겠지만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팬분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도 회사와 열심히 상의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