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기획 중인 작품有, 자신감 있다” [인터뷰]
- 입력 2024. 05.10.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탁월한 액션 감각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까지. ‘범죄도시’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로, ‘범죄도시’ 유니버스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 허명행 감독이 이번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았다.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인터뷰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일하는 게 많이 달라졌어요. 제일 컸던 부분은 보통 ‘범죄도시’ 시리즈뿐만 아니라, 무술감독 의뢰가 들어오는 작품들은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죠. 90% 이상 되어있는 상태에서 보는데 저는 그 캐릭터를 액션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거라면 감독으로서 일할 땐 캐릭터를 설계할 때부터 같이 하게 되더라고요. 초기 단계부터 크리에이터적인 액션을 설계할 수 있으니 디테일하고,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캐릭터를 설정할 수 있었어요. 그 부분이 수월하고, 장점으로 다가왔죠.”
‘범죄도시2’의 강해상 복도 액션신, ‘범죄도시3’의 마하 MMA 액션신 등도 그의 손끝에서 탄생됐다. 4편에서 액션신은 어떤 점에 집중하려 했을까.
“액션 시퀀스에 대한, 물량에 대한 것은 3편보다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집중한 건 아니죠. 빌런 무게감에 집중했어요. 전반적으로 느와르 풍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시나리오 작업부터 제가 참여한 건 아니라, 초골르 받은 상태였어요. 장이수의 활약, 코미디가 정해져 있었죠. 그런 걸 다 무시하고, 어떻게 가야겠다는 건 없었어요. 장점을 살려주고, 전반 빌런 분위기를 느와르풍으로 만들고 싶었죠. 무겁고, 묵직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변하지 않는 건 마석도 캐릭터였고요. 유쾌함의 전통성은 이어가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으로 선택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편보다는 코미디 분량이 줄게 됐어요. 빌런들 설정, 캐릭터 설정을 하다 보니 액션 분량이 아니라 디테일이나 퀄리티를 높이려 했죠.”
‘범죄도시’는 매 시리즈마다 매력적인 빌런 캐릭터를 탄생시킨 바. 이번 ‘범죄도시4’의 메인 빌런 백창기 역에는 김무열이 낙점돼 기존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완성형 빌런의 면모를 보여준다.
“‘범죄도시4’는 백창기를 잡아내는 마석도의 이야기잖아요. 인물과 인물의 대결이기 때문에 구조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집중했어요. 디테일로 들어가자면 다른 표현과 다르게 빌런 설정을 악으로, 깡으로 싸워 응징 당하는. 기술적으로 마석도를 이기는 빌런은 없었으니, 기술을 탑재해서 테크닉적인 것을 둬 마석도가 잡아내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쉽지 않다는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싶었죠.”
백창기는 잔혹한 살상 행위로 퇴출된 용병 출신의 빌런이다. 살상에 최적화된 전투력은 기본, 이익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흉악함까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창기가 전 시리즈의 빌런보다 존재감이 약해 아쉽다는 평을 내놓기도.
“저는 다른 편들에 비하면 굉장히 선전했다고 생각해요. 다른 빌런들에 비해 훨씬 잘 싸웠죠. 주먹으로 액션을 할 때도 마석도가 밀리는 장면이 있어요. 김무열의 파괴에 맞춘다면 당연히 아쉽지만 포인트는 마석도가 백창기를 어떻게 잡느냐였죠. 백창기의 분위기는 1편처럼 내고 싶었어요. 1편에서 재밌는 포인트가 있잖아요. 대사, 상황들 등. 반복된 기시감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걸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으니 그 포인트에 맞추려 했어요. ‘범죄도시’ 팬들에게 주는 선물처럼 1편을 오마주한 거죠.”
백창기가 ‘범죄도시’ 시리즈의 전통적인 빌런 계보를 잇는다면 IT 천재 장동철은 ‘두뇌 빌런’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또 다른 빌런으로 등장하는 장동철은 천재 CEO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백창기가 움직이는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의 운영자로 비열한 실체를 숨긴 이중적인 인물이다.
“장동철은 머리가 비상해요. 장동철은 피터팬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자기애도 투철하고, 말도 되게 유치하게 하죠. 집착성을 가지고 있어 한 가지 브랜드를 고집해요. 예술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실제로 (이동휘가) 그린 그림을 걸고 촬영했어요. 양면의 종잡을 수 없는, 어찌 보면 현시대를 살고 있지 않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죠. 빌런이라고 해서 노멀하지 않아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범죄도시4’에는 시리즈 최초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이버수사대 수사관 한지수 역에 이주빈이 캐스팅된 것.
“여형사 역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똘망하고, 강단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잘 어울릴만한 배우를 찾던 그 무렵, 이주빈이 생각났죠. 자료를 찾아봤는데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어울리는 배우라 생각해서 말씀드렸어요. 타이밍이 좋았죠.”
‘범죄도시4’는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개봉에도 꺾이지 않는 흥행세다. 앞서 개봉 13일째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4년 최단 기간 및 시리즈 최단 기간 흥행을 새롭게 쓴 ‘범죄도시4’는 천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 상황이다. 첫 상업영화 연출에서 ‘천만 영화’ 타이틀을 얻게 된 허명행 감독. 그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무술감독 일도 계속 하고 있고, 연출적인 것도 계속 의뢰가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기획해서 만들려고 하는 작품도 있어요. 실화나 실존 이야기를 개발하고 있죠. 거기에서 액션이 하나도 없는 작품도 있을 수 있어요. 나중에 작품으로 선보이고 그때 또 다른 평가를 받고 싶어요. 자신감이 있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