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역사저널 그날', 경영진 외압 규탄 "끝까지 배후 밝힐 것"(종합)
입력 2024. 05.14. 17:00:27

김은곤 KBS 피디협회 부회장-김세원 KBS 피디협회 회장-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10년간 KBS1 간판 프로그램 자리를 지켜온 '역사저널 그날'이 외압 논란에 휘청이고 있다.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해 KBS 피디협회와 언론노조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끝까지 외압의 배후를 밝히겠다"라고 선언했다.

KBS 피디협회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1 '역사저널 그날' 폐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세원 KBS 피디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은곤 KBS 피디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3일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성명을 통해 KBS 측으로부터 프로그램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제작진은 "4월 30일로 예정된 개편 첫 방송 녹화를 3일(업무일) 앞둔 4월 25일 저녁 6시 30분경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앉힐 것을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녹화는 2주째 연기됐으며, 지난 10일 KBS 측은 제작진에 프로그램 제작 잠정 중단 및 제작진 해산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제작진 측과 의견 차이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폐지는 아니다"라면서 "재정비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첫 녹화 및 방송 날짜는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수빈 역시 소속사를 통해 "KBS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의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선정과 관련해 KBS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해명했다.



◆ MC교체 통보 거부→제작진 해산, '역사저널 그날' 수난史

이날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김은곤 피디협회 부회장은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지난 4월 30일 예정된 녹화 3일 전 MC교체 통보를 받았다. 무언가를 결정하기 촉박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요일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역사저널 그날' 사태 경과를 전했다. 김은곤 부회장은 "지난 2월 445회 방송 이후 3개월간 개편, 리뉴얼 과정을 거쳐 5월 19일 새 시즌으로 방송될 예정이었다. 지난 4월 4일 유명 배우를 섭외 완료했으며, 이튿날 MC 섭외를 보고했다. MC 외 5편의 아이템과 패널 섭외도 마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후 알려진 대로 제작진은 촬영 예정일 3일을 앞두고 조수빈을 MC로 기용하라고 통보를 받았으며, 이를 거부하자 촬영이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김은곤 부회장에 따르면, 제작진 측은 지난 5월 1일 박민 KBS 사장에게 호소 메일을 보냈고, 박민 사장은 부사장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제작진은 진상조사에 응해 답변서를 제출했다.

김은곤 부회장은 "지난 5월 8일 조수빈 측은 먼저 일정상 녹화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제작진은 이에 예정했던 대로 촬영을 재개하려 했으나, 이제원 제작본부장은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 등을 통보했다"면서 "이에 제작진은 지난 13일 회사 게시판에 입장문을 게시했다"고 덧붙였다.

김세원 협회장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가', '누가 진행하는 것이 좋겠는가' 생각하는 것이다. 고민 끝에 유명 배우를 섭외해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본부장은 스스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다른 사람에 의해 선정된 MC를 내정했다. 제작진의 의견은 묵살됐고, 반목을 거듭한 끝에 제작 중단, 제작진 해산 등을 통보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역사저널 그날'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저희는) 당장 지금이라도 기존 제작진이 준비하던 것대로 진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 안에 실현되지 않는다면 이제원 제작본부장, 박민 사장을 비롯해 모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 강경하게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이유 없는 MC 교체 강요, 피디 22년만 처음"

기훈석 중앙위원은 '역사저널 그날'에 대한 외압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피디 22년 차다. 앞서 말한 대로 각종 외압, 아이템 변경 등 많이 겪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무리수가 많다. (사측 개입은) 보통 특집이나 코너를 대상으로 하지, KBS 프로그램들은 부담스러워서 손대지 않는다"면서 "저도 외압 많이 받아봤지만, 녹화 3일 전에 MC 교체하라고 하는 건 처음이다. 최소 한 달 전에 통보하고 싸운다. 3일 전에는 안 되는 거 누구나 알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시를 왜 했는지 이유가 없다"면서 "이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을 때는 최소한의 이유는 밝혔다. 이번에는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라는 말만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기훈석 중앙위원은 "(이제원)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간부까지 조수빈을 반대하고 있다. 프로그램 팀장, 부장, 시사교양 국장까지 이건 아니라고 의견을 내고 있다. 이 정도 무리하면 보통 철회한다. 지금도 의심스럽다" 면서 "조수빈 출연하지 않겠다 의견을 밝혔다. 그럼 무리하지 않고 하면 된다. 그런데 사실상 프로그램 폐지다. 왜? 조수빈이 안 하는데 왜 프로그램이 폐지돼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희는 일차적으로 역사저널 그날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세월호 10주기 다큐에 이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이어지고 있는데 끝까지 배후를 밝혀내겠다"라고 말했다.

조애진 수석부위원장 역시 외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밖에서는 KBS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시사교양국 CP, 팀장들은 매일같이 말도 안 되는 지시에 고통 받고 있다"면서 "매일이 기사화 되지 않을 뿐 프로그램과 제작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국민의 방송'에 숟가락 올리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고 분노했다.

이어 "할 말이 있으면 제작 논리로 말해라. 민주적 제작 과정 자체가 프로그램의 의미다. '나에게 위임 권한이 있으니 내 말대로 해라' 할 거면 유튜브로 가라. 민주사회가 뭔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라고 사측을 강력히 규탄했다.



◆ 앞으로 '역사저널 그날'은

앞서 피디협회 측은 사측에 일주일 내에 프로그램 정상화를 요구했다. 기존에 준비하던 시나리오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기한이 일주일이라는 것이 이유다. 김은곤 부회장은 "기존에 하기로 했던 사람도 계약, 신뢰 관계가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하기 힘들어진다. 이번 주 후반이 되면 지금처럼 외부로 나가는 투쟁 포함해서 경영자 퇴진 추진까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훈석 중앙위원은 "재개되면 하겠냐고 묻는 게 (그분들께) 송구스럽다. 기약 없이 2주간 녹화를 못 했다. 그분들 스케줄도 있다. 또 연예인, 교수님들은 가만히 있다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송구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사장이 진상조사를 진행하며 면담했다. 간부마다 말이 좀 다르다. 전형적인 책임 돌리기다. 모두 '내 손을 떠났다'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면서 "사장은 아무 의견 없이 부사장에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부사장은 간부들을 불러서 '누가 하던지 왜 일을 깔끔하게 못 하냐. 네가 문제다' 하면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본부장은 '자기가 한 게 아니다' 한다. 책임과 말을 미루면서 아무도 개입한 바 없이 붕 띄워놨다"라고 경영진의 무책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아직 구체적인 대응 원칙이나 계획은 없지만 끝까지 KBS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일단 노조와 협회가 해야 할 것을 당연히 할 것이다. 오늘 오전 티비편성위원회를 신청했다. 이제원본부장은 취임하고 단 한번도 (티비편성위원회에) 참석한 적 없다. 자신은 사장 위임 권한 받아서 필요 없다고 한다. 목요일에 (티비편성위원회를) 안 받으면 공정방송위원회 올릴 거다"라고 밝혔다.

또한 "잠깐 말한 대로 감사실에 고발할 것인지 검찰과 경찰에 고발할 것인지도 고민 중이다. 프로그램 때문에 참고 있던 각종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제작진만 외롭지 않게 많은 동료들이 함께 행사나 이벤트를 계획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KBS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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