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사고인가 조작인가…수렁에 빠진 진실 찾기 [종합]
입력 2024. 05.23. 17:21:54

'설계자'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곱씹게 된다. 우연한 사고인가, 조작된 계획인가.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의 이야기다.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설계자’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이요섭 감독, 배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정은채, 탕준상 등이 참석했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사고로 조작된 청부 살인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슈를 통해 새로운 이슈를 낳는 가짜 뉴스와 사이버 렉까들까지 무엇이 진짜 진실인지 판단하기 힘들게 만든다.

설계자의 존재에 대해 강동원은 “영일과 삼광보안이라는 대표를 연기하며 청소부는 외계인 같은 존재라 생각했다. 누구도 제대로 본 적 없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영일의 입장에선 그런 느낌이었다. 외계인의 존재 같은”라고 소개했다.

‘설계자’는 정 바오루이 감독의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요섭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진실 찾기란 되게 힘들지 않나.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을 찾기 위해선 남을 의심할 수 있고, 수많은 믿음이 사라져버리는 순간이 올 것 같은데 그 순간이 어쩌면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장르 안에서 일반 관객들과 설계자들 사이에 공감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여지로 청소부라는 피상적인 존재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강동원은 극중 청부 살인을 사고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았다. 영일은 세상의 모든 사고가 조작될 수 있으며 자신 또한 누군가의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주변에 대한 의심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저 같은 경우엔 배경 설명이 있었다. 판타지적인 세계관에 들어있는 작품이라 배경이 소개된 안에서 이 인물은 그럴 거라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번째 넘는 작품인데 연기를 할 때 늘 경직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생각해보면 숨을 쉬는 걸 까먹고 있거나 정확한 대사를 머릿속에 읽고 있지 않을 때더라. 이번에는 기본적인 것이지만 가끔씩 까먹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호흡을 잃지 말자, 머릿속에서 정확한 대사를 잊지 말자고 기술적으로 생각했다”라고 캐릭터 연기 중점을 설명했다.

영일이 예의 주시하는 보험 전문가 이치현 역은 이무생이 맡았다. 이무생은 “저는 전사도 중요했지만 인물로 존재하는 거였다. 연출, 음악 등에 도움을 많이 받은 캐릭터다”라고 했다.

이미숙은 2015년 ‘특종: 량첸살인기’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는 “오랜만에 영화를 하게 됐다. 늘 영화란 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큰 스크린에서 나라는 존재, 역할의 존재를 펴낸다는 게 항상 늘 고민이 컸던 작업들이었다. 역시나 크게 고민을 했던 작품이었다”라며 “다행히 주변에 강동원 씨나 후배들과 맞춘 호흡은 너무나 편안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힘든 작업은 단시간 내에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게 힘들었다. 집약적으로 연기해야하는 것, 마찬가지로 재키도 일을 수행하면서 약간 기억이 왔다갔다하는 부분을 짤막하게 어떻게 표현하는가 고민했다.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작업의 연속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은 재밌고 새롭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미숙은 영일의 베테랑 팀원 재키로 분한다. 그는 “재키를 고민할 때 감독님이 머리 염색, 메이크업에 중점을 두는 게 어떻냐고 하시더라. 살아온 서사가 표현이 안 되니 모습 하나에 그 여자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상태인지 등이 보인 것 같다. 완전 노메이크업에 염색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 흐트러져있긴 하지만 정신도 온전하지 않은 걸 외모에서 표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일의 팀원이자 위장 전문인 월천 역은 이현욱이 맡았다. 여장 연기를 주로 소화한 그는 “현장에서는 장난스러운 동료들의 시선이 외로웠다. 월천 역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보시는 분들이 이질감을 갖지 않을까 신경 쓰면서 준비했다. 아무래도 다른 성별을 연기해야 하는 것들이 희화화 되는 걸 지향하려고 조심스럽게 작업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변장도 많이 하고, 외형적인 것에 도움을 받은 캐릭터다. 감독님과 거부감이 없으면 좋겠다는 걸 주안점으로 뒀다. 서사가 정확하게 있었지만 팀 자체가 모인 게 사고를 설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중점 되어야 해서 캐릭터 개인의 서사보다 팀워크에 집중했던 것 같다. 저는 가발도 쓰고, 정체성에 관한 대사가 짤막하게 있어서 감독님과 얘기하며 믿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일의 의뢰인 주영선 역을 맡은 정은채는 “주영선은 전사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미디어, 자료들을 통해 유명인사들의 모습을 촬영 전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태도로 서있는지부터 유심히 보면서 연기했다”라고 했으며 영일 팀의 소심한 막내 점만 역에 탕준상은 “점만이도 짧게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한다. 이미숙 선배님은 정신적인 문제를 앓고 있고, 현욱 형은 정체성 혼란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점만이는 사실인지, 아닌지 허구는 아닌지 의심이 가게끔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극중 짝눈 역에는 이종석이 특별출연한다. 이요섭 감독은 이종석을 캐스팅한 이유로 “영일이 가지고 있는 강동원 배우의 어두운 이미지, 흑미남이 있으니 백미남이 필요했다. 둘이 앉아 있을 때 흑과백의 조합을 보고 싶어 이종석 배우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두 분을 담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요섭 감독은 강동원과 작업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이 감독은 “강동원 배우님과 같이 작업하면 카메라 렌즈로 보게 된다. ‘렌즈가 어떻게 찰싹 붙어있지?’ 싶을 정도로 렌즈와 딱 붙어있다. 불가사의한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설계자’는 자신이 누군가의 타겟이 됐다는 영리의 의심은 진짜일지, 과연 영일을 노리는 실체는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이요섭 감독은 “‘설계자’ 작품을 통해 메시지로 가진 건 엄청난 궁금증이 있을 때 그걸 알고 싶어 하지 않나. 그걸 알려고 했을 때 생각보다 진실이 가깝지 않더라. 알아내려고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장르적인 틀 안에서 현대사회를 이야기할 때 스쳐지나가는 것이라도 진실 하나쯤은 알고 싶은 게 있을 텐데 도달할 수 없으면 힘들겠다,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겠다 싶더라. 유튜브, 많은 매체를 통해 수많은 진실을 파헤치며 스스로 선택해야하는데 장르 영화 안에서 범인과 범인이 아닌 구도를 가르는, 진실을 찾고자하는 혼란과 혼돈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버와 많은 매체 모습을 담으며 영일이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장르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관전 포인트로 “작품은 인물들이 진실이 뭐였는지 파악하고 다시 보면 배우들의 연기가 더 재밌어진다. 의심할 만한 이야길 했는지 어떤 말이 진실인지 연기를 보면 기민하고, 민감한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라고 짚었다.

‘설계자’는 오는 29일 극장 개봉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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