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무매력 캐릭터에 결여된 개연성 [씨네리뷰]
입력 2024. 05.29. 15:32:34

'설계자'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단순 사고가 아닌,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으로 설계된 살인이라면?’ 상상력은 참신하나, 지루하게 흘러간다. 큰 ‘한 방’이 있을 줄 알았더니 꽉 닫힌 결말로 마무리된다. ‘무매력’ 캐릭터까지.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다.

보안업체 삼광보안을 운영하며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영일(강동원)은 이름, 나이, 출신 그 어떤 기록도 세상에 남아있지 않아 일명 ‘깡통’으로 불린다. 과거 자신과 함께 일한 동료 짝눈(이종석)이 미심쩍은 사고로 죽자 과연 진짜 사고였는지 의심을 키운다.

그러다 영일에게 자신의 아버지이자 검찰총장 후보 주성직(김홍파)을 죽여 달라는 주영선(정은채)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사고사로 위장한 살인을 의뢰한다. 하지만 주성직을 향한 언론의 관심과 플래시 세례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상황.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는 위험한 의뢰지만 영일은 팀원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과 함께 맡기로 결심한다. 철저한 설계와 사전 준비를 거쳐 마침내 실행에 옮기지만 영일의 계획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이 연출을 맡아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설계자’는 정 바오루이 감독의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설계자’는 ‘음모론’이라는 소재를 더해 현대 사회를 담아낸다. 주변을 향해 의심 강도를 높여가는 영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불신과 불안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딘가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진다. 9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몇 번이나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꽉 닫힌 결말로 끝이 남에도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머릿속엔 물음표만 떠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감독의 의도를 읽기란 힘들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매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사고사 베테랑 재키, 위장의 귀재 월천, 막내 신입 점만 등 팀원들의 전사가 부족하니 개연성은 떨어질 수밖에. 특히 특별출연한 짝눈의 임팩트가 커 이들의 존재감은 더 가려진다.

주인공 영일 역의 강동원 연기톤도 어색하게 다가온다. 짝눈 역의 이종석과 ‘흑과 백’으로 얼굴 합은 좋으나, 딱 거기까지다. 의심, 불안, 혼돈의 감정을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대사톤이 몰입을 깨뜨린다. 강동원에게 걸맞은 역할이었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신선한 시나리오, 소재임은 분명하다. 남성이었던 재키의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꾸고, 월천에게 특별한 정체성을 부여한 것은 원작과도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다. 관객들이 ‘설계자’를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바라볼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늘(29일) 개봉. 러닝타임은 99분.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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