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쟁 영화 바이블”…‘태극기 휘날리며’, 개봉 20주년의 의미 [종합]
- 입력 2024. 05.30. 20:00:2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월 6일, 천만 명작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가 다시 관객 곁을 찾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 개봉 20주년 기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제규 감독, 배우 장동건 등이 참석했다.
이어 “20주년 재개봉 의미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20년 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다. 20년 전 기억했던 이 영화, 친구가 20년이 지난 뒤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여러분께서도 그런 관점으로 재개봉의 의미를 봐주셨으면 한다”라며 “현재 10대, 20대들이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 힘들었을 거다. 현대사에 있어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지 않나.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라고 바랐다.
장동건은 “그때 현장이 생생하고 기억난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더라.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게 실감이 안 날 정도로 빨리 지나간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재개봉 의미가 있는 건 제가 찍은 영화 중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재개봉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잊을 수 없는 1950년 6월, 두 형제의 갈등과 우애 그리고 전쟁의 비극을 그린 영화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실미도’ 이후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으로, 전쟁 영화로써는 최초다.
강제규 감독은 “지금은 천만이라는 숫자가 의미 없지 않나. 그 당시에는 1999년 ‘쉬리’를 하고, 6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2001년에 ‘친구’가 그 당시 800만 넘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좋은 기록을 만들었다. 홍보팀에서 ‘감독님 이 영화가 얼마나 드실 것 같냐’고 노골적으로 묻더라. 그때 ‘천만은 넘겠지’라고 했다. 그 당시 천만이라는 숫자가 감히 입에 올릴 게 아니었다. ‘감독님 욕심이 많네’ 정도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당시 약간 확신이 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생기는 자신감,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 영화를 보는 스태프, 주변분들이 이건 좀 느낌이 큰 반향을 일으킬만한 가능성이 상당히 보인다는 걸 얘기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상 개봉하고, 그런 결과가 나오니까 ‘대한민국 관객들이 어떻게 오천만 국민 중 천만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볼 수 있지?’ 감사한 마음 플러스, 이런 콘텐츠와 영화에 대한 관심, 애정, 사랑들이 큰 민족이라는 걸 느꼈다. 앞으로 20년 동안 더 큰 성장을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동건 또한 “당시엔 필름 영화였다. 요즘은 현장 편집부터 그날 느낌, 분위기를 느끼며 하는데 그때는 ‘이게 잘 되고 있나?’란 불안감이 훨씬 컸을 때다. 지금까지 찍어놓은 장면들을 현장에 모여 본 적 있다. 그때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치고,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힘내서 에너지가 모아진 경험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관객들이 영화를 우리가 생각한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한국형 블록버스터’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감독님이 하셨던 ‘쉬리’가 큰 계기가 됐다. 당시 100억이라는 제작비가 거대했다. 주연배우로서, 감독님도 마찬가지 내심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날 찍어놓은 걸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찍은 게 떠올랐다. 천만이라는 숫자가 당시엔 상상하기 힘들었다. 현실이 들어가는 게 믿기지 않은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현재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촬영장에 갈 때마다 기도를 했다. 1950년 그 시대 상황으로 오늘 촬영도 돌아가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다. 촬영 현장을 촬영 현장이 아닌, 1950년대 시대에 같이 머물면서 공감할 수 있도록 제 스스로 담금질 했던 게 기억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강 감독은 “‘태극기’는 결국, 우리 시대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지만 결국 가족 이야기고, 희생에 대한 이야기다. 왜 많은 분들이 한국 전쟁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서 만약 정치적 이슈, 히어로물이거나, 가해자 피해자 개념의 전쟁영화였다면 세월이 지나서도 많은 분들이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영화가 될까 싶더라. ‘태극기’를 직접 시나리오 썼지만 개인의 서사나, 주변 인물들의 파편들을 가장 많이 녹여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극에 나오는 국수집, 형과 동생의 관계성 등 대부분 많은 창작자들은 자기 얘기를 영화 속에 삽입하는데 저 역시 그런 부분이 컸기에 애정이 많았다. 가족, 희생에 대한 이야기면서 오늘날 평온하게 생각하고, 생활할 수 있는 이면에는 소중한 사람들의 큰 희생, 아픔이 있지 않나. 오늘날 자유나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보편적인 주제를 관객들이 좋아하는 게 아닌가. 민족의 아픈 역사이지만 가족을 통해 증명하고 보여준 측면이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은 이날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이 가지는 의미와 함께 한국 영화의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강제규 감독은 “K컬처, 한국 영화가 왜 위기인가, 시장이 냉각되고 활발히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관객들의 기류가 급속하게 바뀌었나? OTT 등장이 그 정도로 치명적이었나? 등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할 거라 본다”라며 “이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분명한 것은 다양한 문제가 포진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런 측면에서 우리처럼 영화를 생산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 사고의 전환이 가장 절실하다. 그것이 전제로 된 조건, 상황 속에서는 여건, 환경일 것”이라며 “여건과 환경이 지금 제도적으로 크게 뒷받침 되고 있지 못하다. 콘텐츠의 중심에 있는 스태프, 배우, 작가, 창작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생각과 의지가 개선된다는 전제조건에 조금 더 집중하고, 관객과 더 큰 변화 속에서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에 우리나라는 산업적 구조가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본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또는 어떤 시스템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또는 특정 대기업이 살짝 발을 빼는 순간 생태계가 너무 쉽게 흔들리더라. 한국 콘텐츠 기반 자체가 굉장히 공고하지 않다. 법적, 제도적으로 위기가 와도 극복하고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하는데 그런 부분은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그런 것들은 영화인, 종사자들이 지혜를 모아 방법을 찾아야지 않나. 거기에 걸맞게 정부와 미디어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시 활성화 되고 뜨거운 현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시면”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파묘’ 등 좋은 성과가 있었지 않나. 다양한 영화들이 사랑받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정한 영화가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보고 싶은 관객들도 많이 있다. 이런 관객들을 위해 재개봉을 포함해 조금 더 다양한 장르, 소재의 영화들이 영화관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다양한 콘텐츠를 극장을 통해 보고 즐기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소망했다.
한편 롯데시네마는 6월 4일 오후 7시 30분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이동준 음악감독이 참석하고 이화정 기자가 모더레이터로 진행하는 GV(관객과의 대화)를 개최한다. 작품의 주요 키스태프들이 참여하는 만큼 촬영 및 제작 비하인드 회고와 더불어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을 사랑해준 팬들과 개봉 당시의 추억을 나누며 영화에 대한 특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빅픽쳐, 콘텐츠존 제공,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