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류준열 "도파민 시대에 '불편함'으로 울리는 경종"[인터뷰]
입력 2024. 05.31. 10:10:00

류준열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저는 마음 편하게 3층인 것 같아요. 저도 웬만하면 좋게 생각하려는 쪽이거든요. 3층이 한 선택이나 실패들, 왕게임 반응들처럼 우스꽝스러운 게 제 타입이긴 해요. 그런 상황에서 감정이 끓어오르고 표출하고 그런 타입은 아니에요.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편이라서 3층이 가장 저와 가깝지 않나 싶어요."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류준열이 연기한 3층은 중간층인 3층에 위치한 것처럼 캐릭터 성격도 다른 인물들처럼 개성이 강하거나 튀기보다는 조용하고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다.

"결국에는 가장 평범한 인물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에 독특함이 들어가면 화자로서 이입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흔히 있는 주변 인물처럼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중간 역할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3층'의 매력은 여러 레이어를 지녔다는 거예요. 실수도 하고, 욕망을 드러내기도 하고. 좋은 사람인 동시에 비겁한 사람이기도 해요. 단순히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내레이션이나 표정들, 방 안에서는 순수한 인간 자체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덕분에 마음껏 망가질 수 있었어요. 설령 찌질해 보이더라도. 찌질함이 결국 모두에게 있잖아요. 찌질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결국 배우한테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방증인 것 같아요. 준비할 것도 많고 더 하려고 하니까 재밌지 않았나 생각해요."

3층은 극의 화자로서 작품 속 블랙코미디 요소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3층이 야심차게 세운 계획이 현실에서 실패하자 좌절하거나, 8층의 유혹에 기대에 부푸는 욕망의 목소리 등 밀도높은 나레이션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나레이션은 영화에서도 해봐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양이 워낙 많고 제 속마음을 드러내는 내용이니까 표현하는 게 까다로웠어요. 너무 많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죠. 어느 부분을 연기를 하고, 감정을 줘야 하는지.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얘기할 때도 감정이 드러나야 하고, 반대로 제 마음이지만 드라이하게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고민이 많았는데, 한재림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셨죠. 배우가 나레이션 녹음하려고 부스에 들어가면 샛길로 새기 쉬워요. 괜찮은 것 같다가도 나갔다가 다시 들으면 별로고. 계속 녹음하다보면 몇 번째가 좋았던 것 같고 그런 일이 허다해요. 배우 스스로 맞는지 모르는 상황이 오는데, 감독님께서 척하면 척하고 쏙쏙 이해가 돼서 만족스러웠어요. 결과도 좋았고요."



'더 에이트 쇼' 속 답답한 구석이 있는 만큼, 작품에 대한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데. 류준열은 그런 반응을 오히려 반갑게 맞이했다.

"아주 가볍게 보시는 분들은 진짜 가볍게 보고 어떤 분들은 정말 깊게 보시더라고요. 저는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구나', '이런 표현을 했구나' 다양한 반응이 반갑고 좋았어요. 요즘 전반적으로 작품이 공개된 후에 확 타올라서 짧게 얘기하고 다음 작품 얘기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인데, 배우로서 한 작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궁금해하는 분위기가 반가운 입장이에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약점으로 꼽았을 '답답함'이 '더 에이트 쇼'의 매력이라고 얘기했다. 사이다를 주지 않는 답답함. 쾌락을 주지 않는 불편함. 그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부분이 이 작품 매력이에요. 다양한 사람 나오잖아요. 어떤 사람은 평화 추구하면서 답답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또 저항하기도 하고. 여러 인간군상 보여주는 작품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구조적이나 이야기적으로 한계가 있잖아요. '더 에이트 쇼'는 장을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봐, 이게 쇼야' 하고 보여주니까 (인간군상을 보여주기에) 이것만큼 좋은 환경이 없었던 것 같아요. 호불호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작품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께서 매스 미디어에 대해서 꼬집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계셨잖아요. 도파민만 추구하다 보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불편하게 느껴지잖아요. 그거에 대해 불편한 장면을 넣음으로써 '이렇게 했는데도 즐거우면 괜찮을까?',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 걸까' 하는 경고를 하는 거고, 불편함을 느낌으로써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불호 없이 호만 있다면 작품의 메시지에 반하는 것 같아요."



류준열은 '더 에이트 쇼'가 배우인 자신에게도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콘텐츠 범람의 시대에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깊은 고민이다.

"OTT 시장이 정점에 있으면서 작품이 더 이상 새롭지 않고, 계속 쏟아져 나오는 거에 대해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나와서 한순간에 불타 사라지는 순간들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을 바라는 관객도 있을 것이잖아요. 다양한 입맛에 맞추기 위해 소외당하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점점 자극을 위한 자극에 물들여지다 보니까 끝이 없겠다 무섭더라고요. 일정 이상의 재미가 없으면 작품을 아무도 찾지 않는데, 우리가 어디서 되돌아가야 하고, 어디를 추구해야 하는가 고민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 아닐지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고민과 별개로, 연기적으로는 갈증을 해소했는데. 류준열은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전공 분야를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고 있는 바. 그간 맡아온 캐릭터에 있던 2%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를 보고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조금은 어색한 부분이 있더라도 새로움을 지향한다고.

"저는 전반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접근해요. 캐릭터에 따라서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을 고르는 편이기도 해서 어떤 캐릭터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작품을 제안해 주시는 것 같고 저도 나름대로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향하고 있어요.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죠."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보고 싶은 작품을 제작해 보고 싶다는 꿈을 넌지시 드러냈다.

"연출 생각은 없어요. (박)정민이 보니까 연출이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대신 제작에는 좀 관심이 있어요. 제가 보고 싶은 작품을 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서 동료들이랑 아이템 모으면서 이야기하는 정도에요. 합숙하면서 막 적다가 이거 하나, 저거 하나 가지고 얘기하는 게 재밌어요. 잡담 속에서 대사도 나오고 상황도 나오고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글 쓰고 있고 그런 작업 하고 있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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