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랜드’, 모두가 꿈꿔온 상상력에 연기 앙상블 더하기 [종합]
- 입력 2024. 05.31. 17:53:35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사후 세계로 간 이들을 영상통화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상상이다.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가 삶과 죽음 사이,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마주한 인물들의 슬픔, 그리움, 혼란 등의 감정을 담아 여운과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원더랜드'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영상통화에서 ‘원더랜드’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김태용 감독은 “이 서비스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보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결국 이미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이거나 떠날 사람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떠날 사람이 이어 살게 되면 어떻게 살까, 인공지능은 우리와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싶더라”면서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영화인데 떠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별하고, 내가 가진 그리움을 인공지능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결국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라는 색다른 설정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김태용 감독은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고민이 많았다. AI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는 모니터링하는 또 다른 AI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을 떠도는 AI가 있고, 바이리가 정체성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원더랜드’가 아닌 현실을 사는 우리도 어느 순간 인식하는 과정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마지막에 크게 의미심장한 이야기 보다 ‘얼마나 오래 가있을 거냐’, ‘당신처럼요’라고 답하는 게 이 세계가 가진 유한함이 있는데 영원할 수 있을 세계라 생각한다. AI가 결국, 인간의 뇌로 시작해 행동 패턴, 감정을 이어가는 배움의 과정이 우리 세계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기다려온 만남이다. 탕웨이부터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은 일찌감치 관객들의 기대감을 모은 바.
특히 탕웨이와 2011년 영화 ‘만추’로 인연을 쌓고, 2014년 결혼한 김태용 감독은 “오랜만에 탕웨이 배우와 ‘만추’ 이후 다시 작업을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이 배우의 에너지가 그때와 또 다르게 신기하더라”라며 “일상에서 만나던 사람과 촬영장에서 만나면 또 달라 연출자로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워낙 준비를 많이 하고, 몰두하는 배우다. 일과 일상이 구별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라고 웃음 지었다.
탕웨이는 “감독님은 여전히 인내심이 강하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분명히 있고, 디테일한 세심함이 계속해서 감독님을 좋아하는 이유다. 감독님은 계속해서 뭔가를 찾아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노력하시는 분”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탕웨이는 ‘만추’, ‘헤어질 결심’에 이어 ‘원더랜드’로 한국관객과 만난다. 그는 “오늘이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여주는 날이라 의미가 있고, 행운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계에 들어와 일할 수 있는 자체가 영광”이라며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분들과 작업한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라고 미소지었다. 이어 “한국 관객분들과 영화인들에게 감사드리다. 계속해서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시니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수지, 박보검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다. 수지는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를 ‘원더랜드’ 서비스로 복원시킨 정인 역을 맡았으며 박보검은 정인의 남자친구 태주로 분한다. 박보검은 “수지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정인과 태주의 입장에서 글을 읽었을 때 이 둘은 어떤 서사가 있을까, 어떤 마음을 표현했을까, 태주가 정인을 어떻게 예뻐하는 마음을 드러냈을까 고민했다. 사진을 많이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극중에 보이지 않은 이야기, 서로의 청춘과 기억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 외에는 감독님과 만나 리딩을 하고, 조금씩 태주와 정인의 서사를 외워갔다”라고 호흡 소감을 전했다.
수지는 “보검 오빠와 연인 연기를 하면서 좋은 추억이 많다. 오래된 연인, 친구 같은 연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소품 사진 촬영 및 영상을 많이 남겼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인 호흡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영화 ‘부산행’으로 호흡했던 정유미, 최우식도 ‘원더랜드’로 다시 만났다. 정유미는 어린 시절부터 ‘원더랜드’와 함께 해온 상징적인 인물이자 ‘원더랜드’ 서비스의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베테랑 플래너 해리를 맡았다. 최우식은 ‘원더랜드’의 신입 플래너이자 의뢰받은 서비스에서 뜻밖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현수 역을 맡았다.
최우식은 “(정유미) 누나와 친한 사이다. 카메라 앞에서도 ‘하하호호’ 장난 치고 놀다가 갑자기 연기를 해야 하니까 쑥스러웠다. 누나 앞에서 진지하게 할 때가 없으니까 새롭고, 쑥스러웠지만 너무 다행이었던 건 워낙 친하고, 소통도 잘 되니 작업하며 힘든 것,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쉽게 얘기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친구랑 같이 작업하는 게 이런 시너지가 있구나 싶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정유미는 “‘부산행’에서 함께 했을 땐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컷이 별로 없었다. 이번 영화가 거의 처음이다. 우식이가 이 작품을 같이 한다고 해서 너무 기대가 됐고, 촬영하면서 재밌는 시간도 많았지만 저희끼리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다. 세트장 안에서 계속 똑같은 걸 반복해서 찍는 게 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힘이 빠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걸 이해해주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복 받은 배우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됐다”라며 “재치, 순발력 이런 게 큰 공부가 됐다. 계속 연기를 한다면 또 다른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라고 바랐다.
이처럼 역대급 캐스팅을 완성한 김태용 감독은 “운이 좋기도 하고 욕심이 많았던 프로젝트다. 이 배우들이 서로 부딪히는 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끼고 존중하는 게 있었다. 이분들의 에너지나 마음들이 영화에 잘 담겨 있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숙제를 굉장히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기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허망함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인공지능이라는 기계까지 포함된 이 세상에서 우린 어떻게 계속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분들을 화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는데 그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마무리했다.
‘원더랜드’는 6월 5일 극장 개봉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