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기다림 그 이상 [씨네리뷰]
입력 2024. 06.05. 07:00:00

'원더랜드'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답일까. 캐스팅은 물론, 감각적인 연출과 미장센, 귀에 맴도는 감미로운 음악까지. 여기에 자신의 삶과 소중한 인연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가 극장을 나설 때까지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김태용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영화 ‘원더랜드’의 이야기다.

세계 각국을 다니는 펀드매니저 바이리(탕웨이)는 싱글맘이다. 그는 엄마 화란과 딸 지아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딸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항상 일 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린 딸의 곁을 조금이나마 더 지켜주고 싶어 ‘원더랜드’ 서비스를 직접 의뢰한다.

항공사 승무원 정인(수지)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모든 일상을 공유하던 남자친구 태주(박보검)가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다. 사고로 오랜 시간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던 태주는 기적처럼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뇌 손상으로 예전 같지 않은 자기 자신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두 사람은 다시 일상에 적응하려 애쓰지만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원더랜드’의 살아있는 역사 같은 존재 해리(정유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부터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화면 너머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누구보다 인공지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는 어느 날 시스템에 생긴 오류를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또 신입 플래너이자 해리의 직속 후배 현수(최우식)도 의뢰인에게서 뜻하지 않은 가족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데.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가족영화 바이블 ‘가족의 탄생’, 두 남녀의 3일간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그린 멜로 ‘만추’ 등 작품으로 ‘감성 장인’이라 불린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의 출발점은 ‘영상통화’다. 김태용 감독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영상통화에서 영감을 받아 ‘원더랜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구상했다. 가상세계, 인공지능 등 자칫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는 소재지만 각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고 리얼하게 담아 현실이란 땅에 발을 딛게 만든다.

‘가족의 탄생’이 ‘밥상’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의 의미를 들여다봤다면 ‘원더랜드’는 함께한 ‘시간’을 중심으로 멀리 있지만 가까운 존재,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원더랜드’ 서비스로 AI 부모님과 교감해온 해리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더욱 마음을 울리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바이리 역의 탕웨이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과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눈물겨운 모성애를 보여준다. 수지, 박보검의 연인 호흡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 과거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 틈틈이 커플 스타일링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두 사람의 노력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공감을 선사한다. 정유미, 최우식의 동료 케미도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들 외에도 공유, 최무성 등의 특별출연도 시너지를 더한다.

오늘(5일) 개봉. 러닝타임은 113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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