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랜드’ 탕웨이 “배우는 감독의 도구” [인터뷰]
- 입력 2024. 06.05. 15:45:4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탕웨이가 3번째 한국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만추’(감독 김태용)의 애나,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서래에 이어 이번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 바이리 역으로 분한 것. 바이리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역이다.
'원더랜드' 탕웨이 인터뷰
“작품 출연을 결정하기 전, 가장 큰 걱정과 고민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바이리 엄마 역의 니나 파우(홍콩배우)가 현장에 안전하게 와서 촬영에 들어올 수 있을까.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많은 역경을 겪었어요. 그때는 팬데믹이라 허가증을 받아야 했거든요. ‘(한국에) 올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왔을 땐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죠. 그 시기에 모두가 고민했을 거예요. (니나 파우가) 영국에 계셨는데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왔죠. 두 번째 걱정은 촬영 당시 친딸이 많이 어렸어요. 저와 남편이 떠나 일을 하면 아이는 누가 볼까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저희가 준비를 많이 했어요. 촬영 기간에 낯선 사람과 혼자 있게 하지 않겠다고. 딱 일주일 정도 낯선 사람과 있어야 했는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원더랜드’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영상통화에서 ‘원더랜드’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구상해갔다. 특히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아내 탕웨이의 도움과 조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어떤 조언을 했냐’는 질문에 탕웨이는 “저는 직감 동물”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님은 저의 직감을 굉장히 믿는 편이에요. 저는 직감 동물이죠. 하하. 제 친구 중 작곡가가 있는데 곡을 만든 후 저에게 들려줘요. 직감적인 의견을 듣죠. 어떤 답을 얻어내기 위해 저에게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아요. 감독님도 대사를 쓰고, 이 대사가 어떤 것 같냐고 보여줄 때 인물로 감정을 몰입한 뒤 읽어봤어요. 맥락에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는지 봤죠. 대사를 읽을 때 순조롭게 읽히는 게 있고, 막힐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이 대사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2007년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로 스크린에 데뷔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탕웨이. 이후 김태용 감독과 인연을 맺은 ‘만추’로 한국영화계에 입성했다. 특히 탕웨이는 ‘만추’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김태용 감독과 13년 만에 작품으로 만나게 된 탕웨이는 변화된 디렉팅을 느꼈을까.
“예전에는 잘 보여줄 수 있는 걸 하셨어요. 작품이 끝난 후 삶의 경험이 많아지고, 작품으로 실현되는 과정이 있었죠. 그래서 예전에는 잘할 수 있는 걸 하셨다면 시간이 흘러 그것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하셨어요. 변화하는 과정이 있었죠. 인생에 있어 다른 단계로 가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걸 경험하고, 연구하고, 가능성을 따라 가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연구하고, 관심 가져 하는 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영화로 표현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가장 소중하게 얻은 건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거부하지 않고, 탐색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죠. 아직도 감독님이 가고자 하고, 보고자 하는 건 다 표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더 성장한, 성숙해진 남자로서 연구하고, 파헤치고, 보고자 했던 걸 찾아냈을 때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용기가 생기셨죠. 그래서 다음 작품은 뭘까, 다음 길은 어떤 단계로 갈 것인가 기다려져요. 감독님이 본인의 인생에서 자기만이 생각할 수 있는 사고를 표현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감독님만의 독특한 유머, 표현하는 방식이 기대되죠.”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가 보편화된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원더랜드’에 접속한다. 바이리는 어린 딸의 곁을 조금 더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숨기고 직접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다. 탕웨이는 바이리의 복잡한 심경,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많은 장면에서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막 흐르기도 했죠. 엄마와 영상통화 장면은 너무 참기 힘들었어요. 마음이 울컥해서 오히려 앞에 없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그때 당시 마음이 움직였는데 참기가 힘들었어요. 최대한 감독님이 요구하고, 원하는 지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죠. 그게 완벽하지 않아도 거기에 따르려고 했어요. 배우는 감독님의 도구거든요.”
영화는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한 인물들이 슬픔, 그리움, 혼란의 감정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삶과 죽음,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이별을 준비해야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이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을 연기함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게 배우가 해야 될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있어요. 특히 ‘원더랜드’는 방준석, 달파란 음악감독님이 만들어낸 음악이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저만의 방식으로 찾아듣는 음악도 있어요. 음악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신속하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게 있거든요. 휴대폰 안에 뮤직 리스트가 있는데 필요한 것 같은 음악을 듣고, 감정이나 정서를 컨트롤하죠.”
누군가는 간절히 꿈꿔온 상상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공감 스토리를 전하는 ‘원더랜드’. 오래도록 남을 여운과 감동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 예정이다. 오늘(5일) 전국 극장 개봉.
“저도 ‘원더랜드’ 세상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요. 보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만나서 안아보고 싶죠. 또 꿈에서만 만나는 외할머니를 만나 꼭 안아주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