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수지 “감정에 무딘 나, 연기에서 짜릿함 느껴요” [인터뷰]
입력 2024. 06.07. 16:43:46

'원더랜드' 수지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또 다른 얼굴이다.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를 통해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우 수지의 이야기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영화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된 바.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수지는 어떤 기분일까.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되어 설레요. 저 또한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거든요. 애정이 큰 작품이에요. 개봉한다는 사실이 매우 좋고, 뭉클하죠.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정인이라는 캐릭터에 많이 이입해서 애정을 가지고 촬영했기에 작품에 대한 애정도 큰 것 같아요. 영화를 오랜만에 봤는데 ‘되게 어렸구나, 젊다’고 느꼈어요. 하하. 또 이번에 영화를 보니까 전에 봤을 때보다 영화 자체에 몰입할 수 있어 내용에 더 몰입이 되더라고요. 예전에 봤을 땐 제 연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까 울컥하고, 영화 자체로 볼 수 있게 됐어요.”

영화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가족의 탄생’ ‘만추’까지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많은 이들의 ‘인생작’을 만들어온 김태용 감독의 신작이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연결된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막연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었어요. 데이터를 기억에 의존해 모은다는 것도 흥미로웠죠.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기억들이 데이터로 이용된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정인과 태주의 관계는 태주가 죽지 않아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의문스럽긴 했지만 그것도 흥미롭다고 생각해 작품을 선택하게 됐죠.”



수지는 극중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를 ‘원더랜드’ 서비스로 복원시킨 정인 역을 맡았다. 그는 ‘원더랜드’ 세계와 현실 사이, 마음의 균열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인물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기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AI 속 태주는 내가 듣고 싶은 말, 딱 맞는 위로를 제공해주잖아요. 그로 인해 채워지는 것 같고, 공허함과 외로움 등 감정들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현실 속 태주는 똑같은 인간인데 대화가 안 통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태주와 소통이 힘듦을 상상하면서 AI 속 태주를 대하는 정인, 현실 태주를 대하는 정인이 느껴졌으면 해서 혼란을 표현하려고 신경 썼죠.”

정인의 남자친구 태주 역은 박보검이 맡았다. ‘백상예술대상’에서 MC로도 수년째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작품에서 연인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과거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 틈틈이 커플 스타일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영화 속 등장하는 사진까지 촬영했다고. 특히 수지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는 정인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직접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촬영 전 대본을 보고, 대본을 토대로 상상했어요. 태주가 우주에 가있고, 태주는 다정한 사람이라 AI 태주를 보면서 이런 모습을 복원하려고 노력한 에피소드를 생각했죠. 태주가 정인이를 왜 다 챙겨주려고 했을까? 했을 때 정인이는 덤벙거리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신청서도 대본에 나와 있는 지점이지만 우리끼리 있을 법한 것들을 상상했던 것 같아요. 관계성에 어울리는 것들을 만들었죠. 정인이가 병원에 찾아갔을 땐 어떤 심정이었을까, 시체 같은 태주를 바라볼 때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걸 감독님에게 말씀 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서비스 신청 후) 인터뷰하는 장면도 찍었는데 연기할 때 도움이 됐어요.”



사고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남자친구 태주가 그리워 ‘원더랜드’에서 우주인으로 복원된 태주와 영상통화를 이어가는 정인.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연기하는 게 아닌, 영상통화로 연기 합을 맞추는데 힘듦은 없었을까.

“영상통화를 했을 때 나오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잖아요. 그런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려고 진짜 영상통화로 연습했어요. 각자 스케줄을 하다가 갑자기 영상토화를 걸고, 짧게 안부인사 하면서 끊기도 했죠. 영상통화 하는 게 어색할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연습했어요. 실제 이런 리액션이 나오겠구나 연습한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닌가 싶죠. 또 박보검이 현장에 와서 직저 대사를 쳐주기도 해서 감사했어요.”

현실 속 태주와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길 때쯤, 일련의 사건을 겪게 된 정인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특히 두 사람의 감정신 중 정인이 태주에게 하는 “너 나 왜 막대해?”라는 대사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대사를 보면서 묘하다는 지점이 느껴졌어요. 몇 개 대사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갑자기 어떻게 이런 대사가 나올 수 있지?’ 싶었어요. 모든 드라마나 영화는 정확한 대사가 짜여있기에 티키타카가 잘 되잖아요. 서로 이야기 되지 않고, 각자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을 때 ‘너 나 왜 막대해?’라는 것도 맥락상 나올 수 없는 대사라 인상적이었어요. 둘만의 혼란스럽고, 균열,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혼자 상상하고, 힘들어했기에 갑자기 나올 수 있는 대사라 생각했죠.”

정인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모든 일상을 함께하던 남자친구 태주가 사고로 의식을 잃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원더랜드’ 문을 두드린다. 다른 인물들은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지만 정인은 이와 사뭇 다른 행보다. 수지는 이런 정인의 선택이 이해가 갔을까.

“‘이게 맞나?’ 싶었어요. 죽지 않은 사람이잖아요. 정인이 입장에서는 깨어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죽은 사람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희망적인 마음보다 ‘이 아이는 깨어날 일이 없겠구나’ 그런 마음에서 신청을 했다고 생각해요. 또 그게 인위적일 수 있고, 인간적이지 않은 방법이란 생각도 들었는데 사람이 항상 좋은 선택만 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요.”



수지는 ‘원더랜드’에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다. 그의 연기도 한층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저는 감정에 무딘 사람 같아요. 느끼고, 표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못 느껴서가 아닌, 그런 걸 잘 표현하는 게 습관이 안 된 사람이라 감정을 내비치는 걸 어색해하는 사람이었죠. 연기를 하다 보니 그런 것에 있어 짜릿함이 올 때가 있어요. 저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요. ‘나에게 이런 다양한 감정이 있구나,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지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호흡했던 김우빈과 7년 만에 재회했다.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수지의 얼굴이 기대되는 때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얼굴을 보면 다르게 느껴져요. 눈빛, 표정을 쓰는 것도 달라지고. 그런 것들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정말 막연하게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의 얼굴이 어떤 인상으로 변해있을까 궁금해요. 변한 얼굴이 작품,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떨까 하는 기대감도 있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 숲,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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