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마불2' 김태호·김훈범 PD "기획의도? 소규모 제작환경에 대한 향수"[인터뷰]
입력 2024. 06.12. 16:30:00

김태호PD-김훈범PD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지구마불 세계여행2'은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아닌 20년 전 제작 환경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됐다. 카메라 몇 대로 전 세계를 누비며 흥미로운 광경을 담아내는 것에 대한 향수. 김태호 PD는 대형 예능이 판치는 현재, 여행 크리에이터와 게스트, 후배 PD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작지만 큰 게임판을 만들었다.

지난 9일 ENA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2'(이하 '지구마불2')는 시즌 통합 최고 시청률 갱신, 매주 OTT 순위 상위권 유지, 유튜브 조회수 2,400만 뷰 돌파, 해외 115개국에 판매 등 성과를 거두며 종영했다.

"'지구마불'을 하고 마트나 백화점 가면 어머님들, 초등학생이 알아보는 경험을 했어요. '지구마불' 덕분에 프로그램을 좋아하시는구나 피부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종영 인터뷰가)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김태호 PD)

'지구마불2'은 김태호 PD가 이끄는 TEO에서 제작한 여행 예능으로, 여행 크리에이터 3대장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가 세계여행 부루마불 게임에 참여해 주사위에 운명을 맡기며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태호 PD는 '지구마불'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전하며, 2년 전 곽·빠·원(곽튜브, 빠니보틀, 원지)을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했다.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 세 분을 처음 만났던 건 한 2년 전 여름이에요. 노홍철 씨를 통해 햄버거 가게에서 만났어요. 요즘 예능에는 인력도 많이 들어가고 카메라도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20여 년 전에 카메라 1, 2대로 찍을 때 때 리얼함이 그립기도 하더라고요. 이분들이 그런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계신 것 같아서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어요. '지구마불'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유튜브 콘텐츠와 차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다가 '지구마불' 게임을 넣었고, 포맷을 게임스럽게 만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김태호 PD)



'지구마불2'에서 세 명의 크리에이터가 주사위를 던져 걸린 칸에 있는 국가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게임판에 들어갈 여행지를 고르고 배치하는 제작진의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

"어디를 갈지 나라를 마구잡이로 3배수 정도 딱 놓고 자료조사를 했어요. 이 나라에서 할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지 조사하고, 제작진끼리 게임을 하면서 이 나라에 걸리면 나는 뭐 할 것인가 아이템을 제시하고 시나리오를 짰죠. 그러면서 아이템이 유독 안 나오는 나라가 있으면, 콘텐츠 많은 나라로 교체하는 식이었어요. 또 초반에 아시아가 많으면 유럽을 늘릴까, 아프리카를 늘릴지 고민하면서 이동 거리도 조절하려고 했죠."(김태호 PD)

"마지막까지 게임판 속 나라를 교체 많이 했어요. 자료조사 할 때 내가 곽튜브라면, 원지라면, 빠니보틀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기준으로 아이템을 찾았죠. 어떤 나라에는 맛집만 많다 하면 곽튜브에게만 좋은 그림이 나오니까 배제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세 크리에이터가 밸런스있게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있는 나라를 찾았어요."(김훈범 PD)

또 김태호 PD는 여행지를 고를 때 새로운 여행지와 선호도 높은 여행지의 비중을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을지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너무 새로운 여행지의 경우,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어 고생했다고.

"처음 '지구마불' 시작할 때는 UN에 가입된 나라만 200개 있는데, 갈 데는 많겠지, 생각했어요. 실질적으로 많지 않았더라고요. 관심 없는 나라도 많잖아요. 선호하는 나라와 새로운 나라를 섞어서 가는 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도 꼭 대륙마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를 한두 곳 정도 넣었어요. 어떤 나라는 정보도 너무 없어서, 현지 안전이나 안정적인 촬영을 위해 선교사, 외교관, 교민 분들께 연락해서 준비한 경우도 있었어요.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함께 익숙한 콘텐츠 조합 중요했죠."(김태호 PD)

게임의 특성상 여러 팀이 같은 여행지에 걸릴 확률도 고려해야 했다. 주사위를 다시 던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한 나라의 여러 도시를 조사하고 시나리오를 짰다고 전했다.

"실제로 페루에 두 분이 걸렸을 때 '이거 다시 던지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냥 가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여행지가 겹쳤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변수를 다 생각했어요. 나라별로 옵션을 뒀죠. 옵션이 있으니까 여행 크리에이터분들도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 편이에요."(김훈범 PD)



시즌2는 시즌1과 다르게 곽·빠·원이 여행 파트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데 익숙한 크리에이터들이 색다른 매력의 파트너들과 함께하며 예상치 못한 케미를 터트렸다. 김태호 PD와 이훈범 PD는 크리에이터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파트너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저희 고민보다 크리에이터분들의 고민을 들었어요. 보통 4라운드쯤 되면 크리에이터분들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날씨 변화, 시차 변화도 있어서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데 그래서 동반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또 세 분이 공통적으로 파트너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저희도 '지구마불'과 세 분이 하시는 콘텐츠의 차별점으로 시도했어요."(김태호 PD)

"그나마 원지팀은 시즌1 때 제작진과 케미가 괜찮았지만, 이따금 심심하다는 얘기를 본인들이 하더라고요. 본인 채널과 큰 차이가 없고, 같이 하는 말동무가 없어 외롭다는 말이 있어서 시즌1 종영 이후부터 동반자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전에는 본인들이 순위도 신경 써야 하고 콘텐츠 질도 신경 써야 했다면, 이번에는 여행을 좀 더 즐기고 촬영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빠니보틀도 동생들과 해서 좋았다고 얘기를 해주셨어요. 비행기가 딜레이 되거나 사고가 나더라도 간단하게 한두 마디를 나누면 여행이 지루하지 않고, 전체적인 일정에 있어서 본인들도 좋았던 것 같아요."(김훈범 PD)

'지구마불2'에는 배우 공명, 원진아, 김도훈, 강기영, 가수 박준형, 개그맨 김용명이 파트너로 등장했다. 파트너 섭외 과정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촬영 시기가 11월, 12월이라 연예인, 셀럽분들이 가장 바쁜 시기였어요. 그런 일정도 고려해야 했고, '누구를 데려가야지'보다는 '여행 갈 때 어떤 캐릭터가 좋을까?' 고민하고 섭외했던 기억이 나요. 누가 나온다는 것보다 어떤 특성을 가진 게스트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전략을 짰죠. 캐릭터 특성을 가져가다 보니까 예상 가능성을 점칠 수는 있었어요. 출연자들이 '파워 J'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할지 분류하고 선정했어요. 게스트분들이 크리에이터를 고르는 거니까 저희 예상대로 된 것도 있었고 달리 간 경우도 있었어요."(김태호 PD)

이번 '지구마불2'은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익스트림한 체크인 과정으로 눈길을 끈 절벽호텔, 현지인보다 현지인 같은 곽튜브의 중국 여행, 여행 초보 김도훈의 해맑은 여행기 등 인상 깊은 장면이 많았는데. 김태호 PD와 김훈범 PD는 입을 모아 박준형이 나자렛 해변을 찾은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저는 박준형 님이 나자렛 갔을 때가 가장 인상 깊어요. 그 장면을 열 번 봐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박준형 님은 예능적으로 재미를 생각하고 섭외했는데, 감동이 오더라고요. 거기서 울음을 터트릴 때 표정이 너무 십 대 소년 같으셔서 눈물이 났어요. 상처를 덮어놓고 아주 해맑게 보내셨던 모습까지 감동이었어요."(김태호 PD)

"저도 나자렛에 갔을 때 생각도 못 한 데서 눈물 터졌어요. 카메라 감독님도 저도 다 울면서 찍었어요. 사실 포르투갈이 보드판에 없었잖아요. 아예 새로운 곳이라 반신반의하면서 갔어요. 파도가 없다는걸 이미 알고 가긴 했는데 여기서 다른 걸 뭐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때 본인 서사로 감동을 채워주시더라고요. 제작진 고민도 사라진 장면이었어요."(김훈범 PD)



'지구마불2'는 포맷 특성상 PD들이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는 환경이다. 김태호 PD와 김훈범 PD는 저연차 PD들도 출연자와 소통하며 프로그램의 청사진을 그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지구마불2'의 장점이라고 얘기했다.

"한 프로그램에 많은 피디가 있으니까 촬영 경험을 갖는 부분이 없을 때도 있어요. 연차가 적으면, 전체 스토리텔링 관련된 업무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지구마불'은 현장 PD들과 후임 PD가 크리에이터와 같이 논의하고 스토리텔링을 가져갈 수 있어요. 성장에 밑거름이 많이 되죠. 선택이 작든 크든 결정하고 결과 맛보는 것까지 정말 큰 경험이거든요. 또 동시에 세 곳에서 상황이 전개되니까 자연스럽게 경쟁의식도 느끼고 더 좋은 콘텐츠를 위해 고민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김태호 PD)

"각 여행지마다 촬영을 두 명이 가니까 메인 PD 다음 바로 세컨드 PD에요. 세컨드로 할 수 있는 걸 다해볼 수 있어요. 먼저 촬영지에 넘어가서 현장을 연출해 보고, 저연차 PD도 그런 식으로 같이 성장하면서 주인의식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해요. 소규모 프로그램하면 PD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죠. (김훈범 PD)

김태호 PD와 김훈범 PD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어질 '지구마불' 시리즈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지구마불' 콘텐츠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를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 ENA와 '지구마불' 시즌1, 2 같이 하면서 같이 성장해 나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계속 이어 나갔으면 좋겠어요."(김훈범 PD)

"개인적으로 제가 해왔던 콘텐츠들이 다 처음부터 잘됐다기보다는 계속 개선해 나가면서 좋아진 것 같아요. '지구마불'도 시즌 계속 갈수록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 높다고 생각해요. 한번 해볼까, 하고 유튜브로 시작했던 게 ENA로 오고, 이제는 시즌3을 고민하는 시점까지 왔네요. '지구마불' PD들이 같이 성장하게 돼 뿌듯합니다. 저희 회사 피디들도 같이 성장하게 돼 남다른 프로그램이에요. 훈범 PD를 비롯한 후배들과 함께 정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확장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겠습니다."(김태호 PD)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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