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가왕전' 서혜진 대표 "日 시장 도전…유의미한 데이터는 아직"[인터뷰]
입력 2024. 06.15. 12:00:00

이국용 PD-서혜진 대표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불타는 트롯맨', '현역가왕', '한일가왕전'까지. 대한민국 방송계를 주름잡는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크레아 스튜디오. K-트롯 열풍을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을 넘어 일본에 K-트롯의 맛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대표는 MBN '한일가왕전' 종영 및 '한일톱텐쇼' 방영과 관련해 셀럽미디어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일가왕전'은 한국과 일본의 트롯 국가대표 TOP7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 예능이다. 한국에서 MBN '현역가왕', 일본에서 '트롯걸 인 재팬'을 통해 발탁된 TOP7이 맞대결을 펼치며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한일톱텐쇼'까지 방송되고 있는데.

서혜진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트롯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직접 부딪힌 일본 음악시장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또 일본에서 진행될 '일한가왕전'에 대한 계획도 함께 밝혔다.

"처음에는 트롯이 뭐냐 말도 많았어요. 일본 플랫폼을 뚫는데 1년 반이 걸렸어요. OTT랑 기존 플랫폼은 접근 방식이 달라서 힘들었는데, 그에 비해 반응이 미미했어요. '트롯걸 인 재팬' 이후 '한일가왕전' 하면서 일본 아티스트에 대한 반응이 한국에서 올라오니까 일본에서 놀라더라고요. '왜 이렇게 한국 애들이 난리냐', '이건 무슨 프로냐' 일간지에서 다루게 되면서 주목받게 됐어요. '일한가왕전' 플랫폼은 7월에 발표될 예정이고, 9월에 방송 예정이에요. 골든타임에 2시간 정도 방송 예정이에요."

그렇다면 서혜진 대표가 일본 음악 시장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일본 시장의 안정성, 충성도를 이유로 꼽았다.

"트롯 오디션이라는 게 이미 있는 성인가요 시장에 젊은 스타들, 라이징스타들이 들어가면서 기존 노래를 리뉴얼하고 확장하는 데 일조했잖아요. 마찬가지로 일본의 708090 제이팝을 우리나라 트롯처럼 상정하고 거기 라이징 스타가 나타났을 때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깊고 넓고 더딘 시장이더라고요. 어렵지만 한 번 가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에 대한 안정적인 니즈가 있어요. 한번 정해지면 굉장히 길게 가거든요. 일본 가요 시장과 팬들의 안정성, 충성도를 베이스로 봤죠"



서혜진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가깝지만 매우 다른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두 나라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바가 극명히 차이 난다는 걸 알게 됐다.

"일본과 한국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정말 달라요. 한국은 대중의 눈이 높아져서 실력에 대해 정말 가차 없어요. 매력이 있어도 삑사리가 나고 이러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 정도 실력은 돼야 한다는 기준이 있죠. 그래서 한국 가수들 노래는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아요. 반면 일본은 완성된 사람보다는 미완성된 친구들이 인기가 많아요. 기술이나 기교를 많이 쓰는 것보다 깨끗하게 부르는데 잘 부르고 순수한 걸 좋아해요. 이지리스닝 할 수 있는 노래들을 편안하게 부르는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방송 제작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보수적인 일본 방송 플랫폼에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제작 과정에서 수정이 불가피한 사항에 대해서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 방송은 위원회 중심이에요. 11개 위원회가 모두 동의해야 해요.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게 아니라, 돌다리 하나씩 부쉈다가 다시 만드는 걸 10번 해서 넘어가는 게 일본 제작 시스템이에요. 하나하나 단계별로 넘어갈 때마다 위원회를 설득해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한일가왕전'을 3주에 걸쳐서 잡아놓으면 결과를 늦춰 달라고 해도 그것도 안 된다고 그런 게 있어서 의견 결정이 쉽지 않았어요."

서혜진 대표의 결론은 일본은 느리지만, 한번 잡으면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반응이 미미해서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본 시장에서 얼마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시장에 대해 추정할 만한 데이터가 아직 미미해요. '현역가왕' 17% 시청률에 일본의 '트롯걸 인 재팬'이 올라탄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한일가왕전'만으로 '우리 아티스트 어떤 게 먹힌다' 이런 데이터를 얻기에는 부족했어요. 6월 30일부터 '트롯걸 재팬' 콘서트를 한국과 일본 양국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그런 콘서트를 통해서 유료 관객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일본은 아직 그런 데이터를 수집할 루트가 형성돼 있지 않아요. 방송 끝나고 반응이 늘고 있어서 '한일가왕전' 남자 편까지 해봐야 규모, 볼륨, 액수가 구체적으로 나올 것 같아요"



트롯 열풍이 불면서 다른 방송사, 제작사에서도 트롯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서혜진 대표가 TV조선에 있을 때 제작한 '미스터 트롯', '미스 트롯' 시리즈도 '한일가왕전'에 이어 일본 진출을 선언했는데. 이와 관련해 서혜진 대표는 "결과물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하면 하는 거죠. 안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그 밑에 많은 노력이 있다는 걸 저희는 알잖아요. 플랫폼에 방송을 넣고, 수없이 착오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온 시간과 노력 쉽지 않아요. 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결과물이 나오는 게 중요하니까요. 실체를 만들어내야 결과가 있는 거지, 실체를 못 만들어내면 의미도 없는 일이에요."

앞서 크레아 스튜디오는 '2024년 크레아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최연소 글로벌 5세대 보컬 신동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 '언더 피프틴(UNDER15)' 제작을 예고했다.

"성인가요 시장에 특화됐다는 회사 이미지에서 베리에이션을 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신동들의 재능을 보는 걸 가장 잘한다고 생각해서 15살 이하의 보컬 신동들을 모아보자고 했죠. 신동이 한국에만 모여있지 않으니까, 글로벌로 시선을 돌렸어요. 15세 이하면 초등학생이에요. 연습생 들어가는 나이대가 아니죠. 또 자본력은 저희가 기획사들 발톱에도 못 따라가는 게 사실이죠. 저희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른 '보는 눈'을 무기로, 발굴, 트레이닝, 캐릭터라이징 3단계 시스템 차별점을 두고 재능 있는 친구 발굴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서혜진 대표는 설립 이래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매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크레아 스튜디오의 힘을 기르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힘을 축적한 크레아 스튜디오는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디션은 저희 크레아스튜디오의 IP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저희가 했던 프로그램 대부분 저희한테 IP가 있거든요. 크레아 스튜디오 세울 때 특화된 스코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3년 정도는 IP와 레퓨테이션을 쌓는 기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작비를 받으면 저희 거가 아니잖아요. 스튜디오가 가져야 하는 자산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까 오디션밖에 할 수 없어요. 그리고 그것만 잘하기도 힘들어요. 이국용 PD가 '연애의 맛', '우리 이혼했어요'처럼 일상을 세밀하게 파고들어서 관찰하는 걸 잘하거든요. 나중에는 그런 쪽으로도 IP를 다양하게 확보해 나갈 계획이에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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