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이제훈·구교환, 집요한 탈주자와 추격자 그 속에 피어난 브로맨스 [종합]
입력 2024. 06.17. 17:24:34

'탈주'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드디어 만났다. 이제훈의 러브콜에 하트로 화답했던 구교환. 두 사람이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를 통해 탈주하는 자와 추격하는 자로 만났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탈주’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이종필 감독, 배우 이제훈, 구교환 등이 참석했다.

앞서 이제훈은 202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구교환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에 구교환이 하트로 화답하며 두 사람의 만남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탈주’를 통해 호흡을 맞추게 된 이제훈은 “상대 배우로 현상 역할에 누가 하면 좋을지 많은 상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저의 사심이 가득 담긴 표현이 된 거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같이 작업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현장에서 하트를 날린 걸 형이 예쁘게 하트로 화답해주셔서 같이 작품하면 너무 좋겠다 싶어 제작사 분들에게 ‘탈주’를 같이 해보자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시나리오 보내드리고 금방 답이 왔다. 너무 꿈같았다. 촬영할 때도 ‘왜 이제야 만났지, 진작 만났으면 행복이 빠르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촬영 내내 즐거웠다.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현상 역은 구교환 배우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새롭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다. 함께 연기를 하면서 고생했던 순간들도 있을 텐데 오늘 다시 보게 되니 기쁨으로 다가오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구교환 또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이제훈 배우를 염두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찐 표정을 보고, 시나리오를 전달받으면서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규남과 현상의 전사가 영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스핀오프, 프리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종필 감독은 “현상 역의 구교환 배우는 제훈 배우가 원했다. 청룡 전에도 부산영화제에서도 봤는데 오래 전부터 원하셨다. 저도 너무 하고 싶었다. 제안 드리기 전에 현상은 단순히 추적자 캐릭터였다. 주면 안 할 것 같아서 입체적으로 각색했다”라며 “제훈 배우는 규남이가 겉으로 힘든 티를 안 내고, 직진하지 않나. 신념을 가지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전 스쳤던 인연으로 먼발치에서 보면 배우로 신념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말년 중사 규남은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정할 수 없는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남으로의 탈주를 꿈꾼다. 적어도 하고 싶은 걸 해 보다가 실패할 자유는 있지 않겠냐는 그의 말은 탈주의 이유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남아프리카 청년들이 밀입국하기 위해 비행기 바퀴에 몸을 묶었다는 걸 봤다. 또 친한 친구가 회사를 때려 치고 싶다며 운 적 있다. 그런 마음이 규남과 비슷할 것 같았다. 남한, 북한 캐릭터가 나오면 남북관계, 이데올로기 또는 휴머니즘 이야기가 되는데 언어,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인간 자체의 근원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큰 콘셉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탈주라는 근원적인 욕망을 다루고자 했을 때 배경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고민했다”면서 “마치 관객들이 꿈을 꿨는데 북한에 온 것 같은, 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콘셉트가 중요했다. 시작은 악몽인데 점점 남쪽으로 향하면서 자신의 의지로 달려가며 짜릿한 꿈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훈은 사선 넘어 질주하는 규남 역을 맡았다. 규남과 반대편에서 추격하는 추격자 현상 역은 구교환이 분했다. 두 사람은 지키고 싶은 오늘과 가고 싶은 내일로 충돌한다. 이종필 감독은 “규남은 맞닥뜨리는 게 중요했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크게 당황하지 않고, 직진해야 했다. 물론 위험할 수 있겠으나 이 사람은 뻣뻣한 느낌이었다. 고민은 끝났고, 그냥 가는 것이라 어떤 걸 만났을 때 빤히 보며 직진하는 게 중요한 개념이었다”면서 “현상의 경우, 여유가 있었으면 했다. 추격 영화를 보면 추격하는 사람이 놓쳤을 때 아쉬워하는 걸 못 보겠더라. 구교환 배우의 소속사 대표님과 통화한 적 있는데 ‘명확한 탈주를 하는데 현상도 내면의 탈주가 있었으면 어떻겠냐’는 말이 와 닿았다. 거기에 포커싱을 맞춰 만들어갔다”라고 했다.

‘탈주’는 질주하는 에너지를 담은 영화다. 벗어나고 싶은 오늘, 가고 싶은 내일이 있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종필 감독은 “귀순병사의 사연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블라인드 시사를 개봉 전에 하는데 ‘최근에 고민했던 문제에 답을 찾았다’는 말이 좋았다. 북한도 나, 우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면 한다는 연출의도가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북한이니 철저하게 조사했다. 말투, 어휘 등을 철저히 조사 후 일부러 다르게 했다. 꿈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저에게는 중요했다. 북한 관련해선 다큐멘터리나 이데올로기를 다룬 것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달랐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러닝타임 94분인 ‘탈주’는 빠른 템포로 긴박하게 흘러간다. 이종필 감독은 “목표는 ‘시간순삭’을 성취하고 싶었다. 더 줄일 수 없을까 고민했다. 촬영 전 제훈 배우와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얘기한 건 또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 보자였다. 빠른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바람이 있다면 극장에 나와서 관객 개인에게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 보는 영화였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특히 이 감독은 ‘탈주’가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작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속 개봉에 대해 “‘서울의 봄’ 나오기 전까지 너무 암담한 시기였다. 극장 개봉을 하는 게 괜찮을까 고민이 있었다. 반응들이 여름에 하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하게 됐다”면서 “오물풍선 같은 것은 긍정적인 영향이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이데올로기 보다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기에 재밌는 영화가 되길”이라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이제훈은 “추격액션에 대한 짜릿함, 긴장감을 극장에서 보실 때 큰 쾌감을 느끼지 않을까”라며 “더운 여름, 극장에서 에어컨과 함께 맛있는 걸 드시면서 ‘너무 재밌었어’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라고 했으며 구교환은 “불 꺼져있고, 아무 생각 없이 화면만 응시하고 싶은 날이 있지 않나.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싶은 날. 혼자서 보면 돌아오는 길에 음미하고, 친구와 봤다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런 경험을 올 여름 다시 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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