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재킹’ 하정우 “코로나19 이후 첫 선택작, 초심 돌아가 연기했죠” [인터뷰]
입력 2024. 06.18. 16:05:18

'하이재킹' 하정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웃음기 싹 뺐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거둬냈다. 이번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했다. 배우 하정우가 1971년 조종사로 돌아왔다.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다. 오는 21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1차 편집본을 보고 2 버전을 봤어요. 기술시사에서 두 번째로 봤죠. 부족한 부분들은 편집으로 많이 보완된 느낌이 들었어요. 굉장히 속도감 있는 전개가 됐죠. 장점을 잘 살린 결과물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스러웠어요. 몰입감과 속도감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자 극장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아닌가 싶어요. 특수관에서 보면 그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영화는 1971년 1월, 속초공항발 김포공항행 여객기가 홍청 상공에서 납치당하는 일을 담아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작가적인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됐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리얼타임의 긴박감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상공에서 벌어진 1시간 5분의 시간을 3개월에 걸쳐 찍었어요. 같은 의상도 여러 벌 준비했죠. 후반에는 피분장이 더해지니까 제작진이나 감독님이 순서대로 찍으려 하셨지만 불가피하게 재촬영이 걸린 것도 있었죠. 상황에 따라 뒷장면을 앞에 찍는 것도 있어 연결 디테일을 신경 써서 맞춰야했어요. 항상 하이텐션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아침부터 와서 핏대 세워 감정을 연결하는 것도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있었어요.”



하정우는 여객기의 운명을 책임지는 부기장 태인을 연기한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뛰어난 비행 실력과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찍어 나갔어요. 이건 카메라와 렌즈 사이가 풀어야할 숙제였어요. 그래서 중간중간 상기시켜 드렸죠. ‘비슷한 레벨, 사이즈라서 지루하지 않을까요?’라고. 그 순간이 올 것 같으면 기내로 빠지게 되고, 다른 앵글을 선택해 조합하는 그런 작업을 했어요. 이번뿐만 아니라 앞서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 ‘PMC: 더 벙커’ 때도 마찬가지였죠.”

하정우는 지난해 개봉한 ‘비공식작전’ ‘1947 보스톤’에 이어 또 한 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건 있어요. ‘1947 보스톤’의 경우는 유명하신 분이니까. 이번에는 3명의 인물을 2명으로 재구성한 것이었어요. 실존인물보다는 영화적인 인물이었죠.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으로 재해석한 거예요.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제약이나 의식은 없었어요. 공군 출신 인물이 제대하고, 민간 항공기 부기장이 되는 것도 재구성한 이야기죠. 이번에는 인물을 재구성한 게 많았어요.”

3연속 실화 바탕 영화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하늘의 뜻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선택한 것도 있지만 인연이 있던 제작사, 감독님이셨거든요. 김성한 감독님은 ‘1987’ 때 처음 만났어요. 그때 되게 의아했어요. 현장에서 베테랑 감독님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전문 조감독만 하시는 분인가 싶었어요. ‘1987’ 크랭크인 초반에 제 분량을 다 찍었는데 처음엔 서로 낯설잖아요. 김성한 감독님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가까워졌어요. 나이도 동갑이었죠. 그러다 ‘백두산’에서 또 만나게 됐어요. 너무 일을 잘 하시더라고요. 이때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졌어요. 촬영이 끝날 무렵 조감독 생활을 접고, 감독으로 데뷔할거라 하셨어요. 작품을 쓰면 저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헤어졌고, 세월이 흘러 ‘수리남’ 촬영 때 시나리오 초고를 받게 됐어요. 비 오는 전주 세트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너무 잘 읽혔어요. 시나리오가 거친데 잘 넘어가고, 먹먹함이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여객기를 위험에 빠지게 만드는 납치범 용대는 여진구가 맡았다. 특히 하정우와 여진구는 tvN 예능프로그램 ‘두 발로 티켓팅’에 함께 출연한 바. 해당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하이재킹’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두 발로 티켓팅’ 사전미팅 쯤 용대 역을 누가할 것인가가 화두였어요. 많은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었죠. 20대 초중반 나이에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는 에너지와 똘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연기하는 배우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또 시대물이기도 해서 그런 얼굴,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했어요. 후보가 되는 인물들과 같이 만나 리딩도 했어요. 최종까지 두 명 정도 올랐는데 그 시기, ‘두 발로 티켓팅’ 사전미팅에서 여진구를 보는 순간 ‘얘가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처음에 여진구가 호리호리하고, 왕자님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떡대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웨이트를 해서 몸이 단단했어요. 처음 미팅하는 날 술을 마셨는데 눈알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이정도면 납치를 할 수 있겠는데?’ 싶었어요. 여진구의 눈이면 납득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감독님과 대표님에게 동시에 카톡을 남겼어요. ‘두 발로 티켓팅’ 출국을 앞두고 와인 한 잔을 하며 진구에게 ‘시나리오 줄 게 있는데 부담 갖지 말고 읽어봐’라고 했어요. 뉴질랜드에 있던 12일 동안 진구에게 딱 붙어 전담마크를 했죠. 하하. 한국에 도착해선 며칠 안에 결정해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진구가 마지막에 합류하게 된 거예요.”

하정우는 영화 ‘국가대표’에서 호흡을 맞췄던 성동일과도 다시 한 번 재회하게 됐다. 기장과 부기장으로 만난 두 사람은 남다른 케미를 선보인다. 앞서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의 주지훈, ‘1947 보스톤’의 임시완과 ‘남남 케미’를 펼친 바. 특히 두 작품은 여름 텐트폴, 추석 시장에 개봉됐기에 기대작으로 손꼽혔으나 흥행 실패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아쉬워요. ‘하이재킹’은 잘 되길 바랄 뿐이죠. 대중의 사랑을 못 받아서 아쉽지만 왜 사랑을 못 받았는지 잘 알아야 하고, 다음 작품에선 그런 결과를 가지지 않게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해요. ‘하이재킹’은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죠. 사람 마음을 사는 게 과학적, 분석적 접근이 힘들잖아요. 어떤 태도, 마음을 가져야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100번, 10번 해서 다 잘 될 수 없는 거고, 그전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면 쉬어 가야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죠. 그럴 때일수록 기본을 다지고, 어떻게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하이재킹’은 코로나19 이후 첫 선택작이에요. 새벽부터 나와 열심히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솔선수범해서 기본을 지키며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작품이죠.”

흥행 부진을 털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하정우. 그는 연기도, 연출도 모두 초심을 되새기고 있다. 하정우에게 ‘초심’이란 어떤 의미일까.

“더 뜨겁게 연기를 사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저는 영화를 사랑해요.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고요. 잘 버텨보자, 유연하게 대처해보자는 마음이 든다는 건 영화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의 연출작 ‘로비’는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 럭키한 작품이에요. 엄청난 도움을 받았죠. 그 예산으로 절대 찍을 수 없는 건데 골프장에서 협찬해주고, 장소 제공도 해주셨죠.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해요. 그분들도 요즘 한국영화가 어렵다는 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많이 도와주시고, 보태주신 작품이에요. 현재 편집이 끝났고, 내년 초에 개봉하지 않을까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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