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가 사라졌다' 홍예지 "연속 사극에 부담 느껴…대본 읽고 생각 변화"[인터뷰]
입력 2024. 06.19. 07:00:00

홍예지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저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의문을 확신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더 공부하게 되는 의욕이 되더라고요."

수줍은 미소 속에 단단한 열정이 숨어있다. 자신을 향한 의문을 보란 듯이 확신으로 바꾸겠다는 야심. 결국 홍예지는 두 번째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로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16일 종영한 MBN 주말 미니시리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박철 김지수, 연출 김진만) 는 1회 전국 기준 1.5%로 시작해 마지막 회 5.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홍예지는 어의 최상록(김주헌)의 고명딸로 왕실과 최상록의 합의로 세자빈으로 내정된 최명윤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극 중 최명윤은 '조선판 줄리엣'으로, 대비(명세빈)와 아버지의 외도, 그로 인해 사랑하는 이건(수호)과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한다. 홍예지는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세자가 사라졌다' 일등 공신으로 우뚝 섰다.

"'세자가 사라졌다' 촬영 중에 방영이 시작됐어요. 20부작 긴 극을 끌고 갔기 때문에 실감이 잘 안됐어요. 전에 찍었던 장면 보면 감정이 많이 생각나서 울기도 했어요. 촬영이 딱 한 달 전에 끝났어요. 아직은 명윤이를 다 못 보내준 것 같아요."

'환상연가'에 이어 '세자가 사라졌다'까지. 홍예지는 사극 드라마를 섭렵하며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는데. 연속으로 사극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세자가 사라졌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전작 '환상연가'도 사극이었잖아요. 사극을 다른 느낌으로 풀어낼 자신 없었어요. 대표님께서 대본을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설득하셨는데, 정말 읽자마자 바로 생각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캐스팅 계기도 놀랐던 게, 감독님께서 예능을 보고 웃는 게 명윤이 같다는 생각에 캐스팅을 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이미지가 맞다고 하신 거면, 내가 연기를 더 공부해 가면 명윤이를 정말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홍예지는 대본을 읽으면서 최명윤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걸쭉한 비속어를 내뱉는 첫 등장이 인상 깊었다고.

"명윤이는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아요. 멋있고 배우고 싶은 부분이에요. 명윤이와 저는 하고자 하거나 계획을 세워두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 비슷해요. 그런데 자기감정을 잘 나열하고 표현한다던가 이런 건 명윤이가 훨씬 잘해서 본받고 싶어요."

명윤은 이것(수호)과 도성(김민규) 두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는데. 자신을 좋아하는 도성에게 칼같이 선을 그으며 짝사랑 대처법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도성과 씬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문을 사이에 두고 도성에게 보내달라고 설득하는 장면이었어요. 대사를 읽으면서 저한테 하는 얘기 같기도 했었고, 명윤이한테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목숨만 부지하고 사느니, 다음 생에는 한 번이라도 행복하길 바라면서 목숨을 끊을 거다'라는 대사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없었던 건가, 명윤이 자체가 안쓰러웠어요.
이건과의 장면에서는 꽃핀을 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울망거릴 때 수호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게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말하는데, 굉장히 진심을 담아서 연기를 해서 그런지 명윤이 아니라 저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극 중 아버지 최상록은 대비와 30년 동안이나 밀회를 이어가며 모두를 속이고 있었는데. 명윤은 아버지가 사랑에 눈이 멀어 어머니를 죽였다는 오해를 하며 배신감에 몸을 떨기도 했다.

이에 최상록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도 치솟았는데. 홍예지는 인상 깊었던 반응으로 '최명윤이 최상록 친딸이 맞냐'는 댓글을 꼽았다.

"저는 촬영 내내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분들께서는' 친딸이 맞냐'는 반응이 많아서 놀랐어요. 실제로 많이 몰입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김주헌 선배님 얼굴만 봐도 눈물 날 것 같고 이입이 잘됐거든요."

'세자가 사라졌다'는 20부작으로 12부작, 16부작이 성행하는 요즘 기준 호흡이 상당히 긴 작품이었다.

"짧은 드라마가 오히려 촬영 기간이 길었고, 20부작 촬영 기간이 짧았어요. 20부작을 6개월 만에 찍어서 바빴지만, 명윤이에 한순간 몰입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짧은 드라마는 짧은 이야기 안에 모든 걸 다 전달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캐릭터와 빨리 작별할 수 있더라고요. 요즘 드라마는 한 7, 8 부 오면 절반 정도 온 건데, '세자가 사라졌다'는 20부작이라 뒷이야기가 한참 남았더라고요. 지치지 않게 마음을 다잡는 게 힘들었어요.




긴 호흡 탓에 몸도 마음도 더 잘 챙겨야 했다는 홍예지. 몸이 자주 아프기도 했지만, 외적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려고 했다.

"촬영하면서 자주 아프기도 했어요. 외적인 것은 좀 힘들었는데 그럴수록 내적인 걸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촬영 들어가면 책이나 글자를 잘 안 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에세이를 읽고 일기도 꾸준히 썼어요. 최근에 김창완 선생님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읽었어요. 울림이 있었어요. 그 책을 한 장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꼼꼼히 읽었어요."

홍예지는 롤모델로 배우 이보영을 꼽았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은 이보영이었다.

"이보영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내딸 서영이' 보고 이보영 선배님 알게 됐고 알아가다 보니까 연기도 가치관이나 태도도 너무 아름다우시더라고요. 이보영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어요. 이보영 선배님께서 커리어 우먼이나 차가운 역할 하시는 걸 많이 봤는데, 따뜻한 느낌도 잘 어울리시잖아요. 선배님과 직장 선후배로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지난 2022년 영화 '이공삼칠'로 셀럽미디어를 만났을 당시 홍예지는 연기 목표로 5년 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야심을 밝혔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목표는 어떻게 변했는지 물었다.

"그때는 신인의 패기가 넘쳤던 것 같아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때보다는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30% 정도 이룬 것 같아요. 지금 목표는 꾸준한 배우가 되는 거예요. 꾸준히 활동하는 게 좋은 배우가 아닌가 생각해요. 지금은 공백없이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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