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재난 ‘하이재킹’, 기시감이 숙제 [씨네리뷰]
- 입력 2024. 06.20.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신선함보다 기시감이 더 느껴진다. 실화가 주는 감동, 장르적 재미 둘 다 놓친 모양새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급박한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단조롭게 흘러가 아쉬운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이다.
'하이재킹'
뛰어난 비행 실력으로 촉망받던 공군 전투기 조종사 태인(하정우)는 2년 전, 상공 훈련 중 납북을 시도하는 여객기 격추 명령을 받지만 하이재킹 상황을 의심하고 끝내 명령을 거부해 강제 전역 당했다. 이후 민간 항공사 여객기 부기장이 된 태인은 기장(성동일)과 함께 1971년 속초발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용대는 납북된 일부 사람들이 북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다는 뉴스를 보고, 여객기를 납치해 북으로 갈 계획을 세웠다. 조종실까지 장악한 그는 무작정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혼란스러운 기내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태인은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로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 재해석했다. 여기서 ‘하이재킹’의 뜻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기내 안이다. 기내 안으로 들어간 카메라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는다. 이에 관객들 또한 비행기 안에 들어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제폭탄이 터진 후 아수라장이 된 기내 안, 360도로 공중을 회전하는 ‘임멜만턴’ 장면, 추격전과 공중전, 리얼한 CG 등 연출은 몰입과 실감을 더한다.
전개 속도도 나쁘지 않다. 10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인 이 영화는 마하의 속도로 결말까지 달린다. 그러나 실화가 가진 매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을까.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단조롭고, 진부하게 다가온다. 앞서 개봉한 ‘비상선언’(2022) 등 여객기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하이재킹’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결말이 정해져있다고 하지만 위기 상황과 해결 방법은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다.
끌고 나가는 이야기에 힘이 빠지니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정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싹 뺀, 담백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어딘가 밋밋한 맛이 남는다. 첫 악역에 도전한 여진구는 선한 이미지가 굳게 자리 잡은 탓인지 극의 긴장감을 높일 만큼의 악역으로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끝이야?’라고 느껴지는 맥 빠진 퇴장도 허무함을 안긴다.
‘하이재킹’은 영화 ‘1987’ ‘백두산’ ‘아수라’ 등 작품에서 조연출로 내공을 쌓아온 김성한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근래 개봉된 상업영화 중 이례적으로 수요일이 아닌, 금요일(6월 21일)에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0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키다리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