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이제훈, 내일에 대한 고민 [인터뷰]
입력 2024. 06.26. 16:07:50

'탈주' 이제훈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뛰고, 넘어지고, 구르고, 빠지고, 그리고 다시 일어나 달리고. 몸을 내던져 고군분투했다.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 속 북한병사 임규남 역으로 분해 러닝타임 94분 동안 전력투구한 배우 이제훈의 이야기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이제훈은 내일을 향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임규남 역을 맡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맞이한 순간이 4년 정도 됐어요.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봤죠. 확실히 큰 화면에서 좋은 사운드로 들으니까 강렬하게 왔어요. 빨리 관객들이 시원한 극장에 오셔서 ‘탈주’를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개봉하게 되면 무대 인사를 하게 되는데 관객들 반응도 듣고 싶고, 감사하다는 표현을 드리고 싶어요.”

규남은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말년 중사다. 제대해 봐야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정할 수 없는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남으로 탈주를 꿈꾼다. 여기를, 운명을 벗어나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망에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도 규남은 멈추지 않는다. 검문에 걸려도 먼저 다가서고, 늪이 나타나면 빠져 죽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건너고, 밟는 순간 죽음일지도 모르는 지뢰밭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간다. 말 그대로 모든 장면에서 고군분투한 이제훈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느 정도 상상하지만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체감으로 오지 않았어요. 매신을 찍으면서 경험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헤쳐 나가는 난관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뛰고, 철조망을 넘기 위해 굴을 판 것에 기어 들어가 넘어가고, 하나의 순간들이 목숨을 걸고 했어요. 그래서 매 컷마다 긴장되는 상태에서 하지만 수없이 이 길을 오가면서 조금씩 탈출에 대한 길을 만들어왔고, 그것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마지막 디데이까지 남은 상황, 마음의 결심을 가지고 나아가야하는 순간에 얘기치 않은 상황에 의해 소용돌이 속에 빠져 극한의 위기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 때마다 저를 몰아붙였어요.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험난한 순간이 있는데 특히 진흙탕에 빠졌을 때 늪에 빠진 표현이 기술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상황을 스스로 연기해야 했어요. 빠진 후 한참 뒤 숨을 참고 나간다는 것들이 실제로 경험되어지길 바랐죠. 다들 걱정이 많았지만 ‘괜찮다, 나는 해보고 싶다’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도했죠.”



특히 이제훈은 탈의 장면을 위해 잘 먹지 못하고 계속 노동하고 질주하는 자의 마른 장작 같은 단단하고 날렵한 몸을 만들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체중을 58kg까지 감량했다.

“평소에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을 통해 스스로 몸 관리를 해왔다고 생각했어요. 규남은 먹는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 먹을 게 생겨도 굶주린 동료병사에게 나눠주는 스타일이죠. 탈주가 시작된 이후의 상황은 짧은 시간, 2박 3일을 보여주는 거라 3~4개월 동안 유지하려 했어요. 규남의 극한 모습을 몸으로 표현해내고 싶었죠. 점심시간에 밥차 냄새를 맡을 때마다 참을 수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그것마저 규남이 참아내며 자유와 꿈을 위해 목숨을 건 것이잖아요. 정말 많이 절제했어요.”

꿈을 허용하지 않는 현실에서 탈주해 세상이 무모하다고 하더라도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지언정 결과까지 자신이 책임지고 내딛는 규남의 질주 에너지는 요즘 시대의 열망과 닮아있다. 규남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자 내달리는 이야기를 담은 ‘탈주’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인간으로서 저의 모습과 배우로서 저의 모습을 많이 생각했어요. 규남이 자유로움을 꿈꾸면서 현상이란 존재가 조금 더 안락한 위치를 제공해주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걸 제안하잖아요. 과연 그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생각했어요. 배우 일을 꿈꿨을 때 열심히 해볼까 했을 때 걱정해주는 사람이 대다수였어요. ‘너는 잘 할 거야, 할 수 있어’ 이야기 하는 사람보다 배우는 뭔가 이룰 수 없는 꿈같이 받아들여졌죠. 그럼에도 저는 하고 싶었고, 너무 원했어요. 20대 초반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걱정하잖아요. 저는 20대 중반까지도 배우의 꿈을 꿨어요. 돈을 버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일푼이었죠. 꿈을 꾸면서 학교를 가고, 전공이지만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잖아요. 꿈을 위해 계속해서 맨땅에 삽질하며 헤딩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을 규남에게 대입했을 때 보장된 것이 있더라도 실패할지라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인생을 살면서 더 중요한 가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공감했죠. 정신적, 몸과 마음을 받쳐 몰입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타협이 없잖아요. 고민을 하거나 누군가 나에게 좋은 것을 제공했을 때 여기서 산다면 좋은 일이 있을거야가 아닌, 실패할지언정 꿈을 향해 간다는 게. 인간의 기본 욕구, 도전 정신이 위대하다고 봤어요. 관객들이 보셨을 때 혹시라도 잊고 있는 게 무엇인지, 현실에 타협하고 살고 있는데 저 사람은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 보며 되짚어 볼 수 있고, 여러 생각이 드는 작품이란 판단이 들었죠. 메시지도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규남을 뒤쫓는 현상. 그는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다. 탈주병 발생에 부대로 오고,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규남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지키고 싶은 오늘과 가고 싶은 내일로 충돌한다.

“탈출을 하려고 하는 과정이 담긴 지도를 책에 보관하잖아요. 그 책을 선물해준 사람이 현상이죠. 어떻게 보면 꿈을 꾸는 자에게 자유가 있다는 씨앗을 현상이라는 존재가 심어준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것을 규남은 계속해서 매일 밤마다 꿈꾸면서 조금씩 실행에 옮겼고, 실제적으로 몸을 다 내던져서 탈출을 감행하죠. 현상은 현재의 누군가가 주어진 운명에 맞닥뜨려서 하루하루 사는데 규남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요. 그게 특별한 관계이면서 탈주의 재미가 단순히 쫓고, 쫓기는 자의 단순한 로직이 아니라는 걸 관객들이 보시면서 확인하지 않을까 싶어요.”

‘탈주’는 사회가 정한 행복의 기준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시되는 분위기 속 규남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자 내달리는 이야기를 담아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은 채 현실을 받아들인 현상이 규남을 추격하는 과정에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내일이 분명한 규남의 탈주는 언제나 더 나은 미래의 삶을 꿈꾸는 모두에게 힘 있게 다가갈 전망이다.

“개인의 행복 척도가 다르잖아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으면 해요. 그 질문이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행복해라고 하면 그 삶을 사는 거죠. 그런데 내가 사는 삶의 행복이 이게 다인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 봐야 하잖아요. 단순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 결국 왜 행복하지 않은 것인지, 행복하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나이가 됐으면 하는 고민이라 생각하죠. 직장에 오래 다니고, 가정을 이루고, 혹은 수험생, 취업준비생, 창업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과연 이것을 어떻게 보면 정해진 코스대로 일반적인 선택을 하잖아요. 그것에 대한 부분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그 해답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없다, 지금 충분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고민을 통한 실행을 했으면 한다는 걸 ‘탈주’라는 작품을 통해 영화적인 이야기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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