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송강호, 안주하지 않는 삶 [인터뷰]
입력 2024. 06.27. 08:00:00

송강호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송강호가 데뷔 35년 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쳤다. '괴물', '밀양', '기생충' 등 많은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는 '삼식이 삼촌'이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힘들더라도 쉬운 길을 택하기 보다는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각본·감독 신연식)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삼식이 삼촌'은 무엇보다도 송강호의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첫 드라마를 마친 송강호는 "어떤 영화든 어떤 드라마든 처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면서 "본인 연기를 본인 본다는 게 참 쉽지 않다. 볼 때마다 민망하고 못한 것만 보이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랜 시간 스크린에서 활약했던 바, 송강호에게 드라마는 당연히 새롭게 다가왔다.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새롭게 접하는 드라마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는 영화만의, 드라마는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다. 영화는 2시간 내외로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인물의 서사나 캐릭터의 입체감을 임팩트 있게 전달시켜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다. 반면 드라마는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여유 있다. 그렇다 보니 더 풍성해지는 지점이 조금 드라마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테일에 조금 더 많이 신경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배역의 경중을 떠나서 좋은 콘텐츠가,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 영화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까 봐 조마조마하고, 약간 불길한 느낌이 든다.(웃음) 영화는 영화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자유롭게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송강호가 연기한 사일개발 사장 박두칠은 극 중 1960년대 초, 격동의 시대에서도 하루 세 끼는 굶기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져 '삼식이 삼촌'이라고 불리는 캐릭터였다.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서슴지 않은 인물이었다. 송강호는 그에 대해 "나쁜 사람인데, 결국 심성은 따뜻했다고 생각한다. 결코 무지막지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최종회에서야 속마음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결국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식이 삼촌에게 김산은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우연히 김산을 마주하고, 자신과 뜻이 같다는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이후 삼식이 삼촌은 김산에게 만큼은 온 힘을 다해 헌신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극 중에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삼식이 삼촌은 돈이 많고 그 돈을 험하게 벌었다고 생각된다. 정말 힘겨운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그 돈을 모은 것을 보면,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삼식이 삼촌이 말은 안 하지만 본인이 꿈꾸는 세상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 이상을 본인 같은 미천한 사람이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다가 김산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김산은 결국 로망,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유일한 사람이다. 짝사랑보다는 열정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열정을 다 불태웠던 것 같다."

그렇다면 삼식이 삼촌이 실현하고 싶었던 꿈은 무엇일까. 송강호는 이를 "풍요로운 삶은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극 중에서 언급되는 피자는 결국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삼식이 삼촌이 김산과 마지막으로 대화할 때 '피자가 그렇게 맛있냐'라고 묻는다. 그때 김산이 '맛없다. 느끼하다'라고 답하자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풍요로움이라는 게 과연 물질적인 것이 맞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시루떡이 겉보기엔 볼품없고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도 입안에 들어가면 그렇게 맛있지 않나. 결국 우리의 이상은 마음에 있지 않나 싶다. 풍요로운 삶 자체는 피자나 고급 자동차 같은 물질적인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첫 드라마 데뷔를 마쳤지만, 아쉽게도 화제성, 글로벌 반응 등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비교적 복잡하고 어려운 근현대사와 많은 등장인물, 잦은 공간과 시간 변화 등이 시청 장벽으로 작용한 탓이었다.

"물론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특히 소재 자체가 글로벌하지 않아서 더 아쉬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일종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는 신연식 감독이 애초에 가졌던 형식을 떠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선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실제로는 많은 분들하고 공감하고 소통하지 못했다. 하지만 형식을 떠나서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성향과 지표가 더 넓어지는 지점에서는 격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9년 연극으로 시작했던 송강호는 어느덧 데뷔 35년 차가 됐다.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지만,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였다. '삼식이 삼촌'에 대한 평이 갈렸듯 작품에 대한 선택과 결과는 늘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늘 안주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안주를 하면 안정적인 형태를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제가 찍은 '1승'이라는 작품은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만드는, 풋풋한 만화 같은 이야기다. 사실상 결과를 생각하면 도저히 이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영화 '기생충'으로 상을 받고 돌아오자마자 그런 작품을 선택했다. 만약 안주했다면 더 큰 성공이 보이는 시나리오를 선택했을 거다. 좋든 나쁘든 결과를 생각하면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그런 지점들이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다. 결과가 제 의도와 다르게 나타날 때는 저도 사람이라 당연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끊임없이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한 발짝 한 발짝 다른 스텝을 밟아가는 나의 모습을 자꾸 찾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송강호는 연기를 "긴 인생을 살면서 죽을 때까지 가는 동반자"같은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또 여전히 어렵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만약 배우라는 직업이 끝나고, 법적으로 너는 다시 배우를 못 한다고 한다면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연인 송강호가 긴 인생을 살면서 죽을 때까지 가는 동반자적인 직업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목적보다는 끊임없이 연기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게 순수하고 유일한 목적이 될 수 있다. 물론 기나긴 시간 속에 수상과 같은 벅찬 감동이 오면 정말 기쁘고 좋겠지만, 그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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