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차 배우 설경구,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 [인터뷰]
입력 2024. 07.07. 22:41:25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설경구가 1994년 아침 드라마 '큰 언니' 이후 오랜만에 '돌풍'으로 시리즈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그의 연기 인생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다. 이른바 ‘권력 3부작’으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박경수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극 중 설경구가 연기한 박동호는 부패한 정치권력을 청산하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는 국무총리다. '길복순', '야차', '킹메이커' 등을 통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설경구가 자신의 신념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국무총리 박동호 역을 맡아 이제껏 보지 못한 또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였다.

"느닷없이 왔다. '보통의 가족' 찍고 있을 때 김희애 매니저와 제 매니저가 '돌풍' 이야기를 했나보더라. 매니저가 먼저 보고 재밌다고 하길래 제작사를 통해 정식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박경수 작가 작품 제목은 알고 있었는데 잘 몰랐다. 대본을 받고 단숨에 읽었다"


특히 설경구가 데뷔 후 무려 30년 만에 참여한 드라마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현장과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설경구는 대본을 받고 선뜻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다. 설경구가 참여하는 데 있어 김희애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결정을 쉽게 못 하겠더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했다. 책이 좋아서 하고는 싶은데 드라마 환경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영화와 다르다는 선입견에 지레 겁먹었었다. 익숙지 않아서 자신이 없었다. 방대한 양의 대사를 소화할 자신도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김희애가 한 번 더 푸시를 해줬다. 박경수 작가가 쪽대본을 줬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제작사에서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해서 믿고 고민하다가 김희애가 세게 푸시를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선입견이 깨진 것은 사실이나 방대한 대사량, 영화와 다른 긴 호흡 등 분명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동호 캐릭터에 자신의 얼굴을 보여하며 인생캐를 탄생시킨 설경구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대사가 가장 많았다. 또 절대 안 쓰는 말들이 많아서 농담으로 '밥 먹었니?'라는 말 좀 하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는 순서대로 찍지 않고 장소대로 찍는다. 힘든 순간이 있었다. 박동호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주어진 대본에 집중했다"

박동호는 절벽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으며 충격적인 결말을 맞는다. 박동호 운명을 모르고 시작했던 설경구는 결말을 보고 박경수 작가가 정말 독하게 썼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대충 눈치로 알았다. 죽음에 이를 수 있고 존재감 없이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결말을 보면서 박경수 작가가 정말 독하게 썼다고 생각했다. 박동호는 죽으면서까지 정수진 눈을 쳐다본다. 너의 몰락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정말 지독하다. 초반에도 대통령 시해 장면이 나와 충격적이었고 극적 재미를 느꼈다"

상대역 김희애와는 세 번째 만남이다.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과분한 사람이었다. 빈틈이 없는 사람이다. 연기할 땐 뭔가 아우라를 갖추고 오는 것 같다. 불편함 없이 연기했다"


'돌풍'은 그야말로 설경구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었다. 드라마 선입견이 깨졌다는 설경구는 차기작도 드라마로 정했다. "말로는 '드라마 책 좋으면 하지'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벽이 있었나 보더라. 완벽히 해제되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막상 들어오니까 주춤했지만 하고 나니까 벽이 없어지더라. 다음 작품은 디즈니+ '하이퍼 나이프'다. 망설임 없이 결정하고 있더라"

32년 차 배우 설경구에게도 여전히 '연기'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숙제를 주는 일이 감사하고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설경구다.

"다른 직업 같은 경우 30년 되면 고수인데 여기는 어떤 카드 꺼내야 할지 매번 고민이 된다. 한 번도 완성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모든 배우들이 하는 고민인 거 같다. 숙제를 주시는 일이 감사하다. 배우는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다음 작품을 위한 재충전도 좋지만, 현장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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