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제니, 흡연과 컨트롤 타워
입력 2024. 07.09. 15:50:35
[유진모 칼럼] 걸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니 실내 흡연 이탈리아 대사관에 신고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다.

글 작성자 A 씨는 블랙핑크의 오랜 팬이라며 "현재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실내 흡연 장면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방문한 이탈리아 카프리섬 촬영지일 것으로 판단되어 국민 신문고를 통해 주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조사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외교부에 신고했으니 대사관으로 민원을 이첩할 것이다. 제니가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며 부디 자숙을 통해 통렬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라는 희망을 밝혔다. 또 "주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은 이탈리아 당국에 블랙핑크 제니의 실내 흡연 사건의 조사를 의뢰해 엄중히 처분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는 민원의 글도 올라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 등을 중심으로 제니의 브이로그 중 한 장면이 비난을 받았다. 제니가 메이크업을 받는 도중에 전자 담배로 추정되는 물건을 입에 댔다가 스태프의 얼굴을 향해 연기를 내뿜어 적지 않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 현재 이 장면은 편집된 상태이다. 제니 측은 이런 논란들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없다.

담배라고 확인은 안 되지만 담배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다. 정황상 담배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논란에도 아직 제니 측에서 해명이 없는 것도 그런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담배라는 가정 하에 이 상황과 그 배경을 살펴본다.

제니는 28살 6개월을 넘긴 나이이니 흡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스태프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취향은 물론 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폭거에 다름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다른 연기라고 할지라도. 게다가 외국에서 실내 흡연이라는, 불법을 떠나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은 도저히 한류 스타의 품격이라고 봐 주기 힘들다.

담배에 대해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에 매우 첨예한 이론이 격돌 중인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라가 담배 판매 등의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한 흡연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처럼 역시 비흡연자의 담배 연기에서 자유로울 권리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제니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거푸 저지르고 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도 샌다.'라는 옛말이 있다. 한국에서 스태프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을 정도이니 해외라고 실내 흡연에 죄의식을 느낄 리 만무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블랙핑크를 바라보면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이 사실상 종료된 이후 더욱 크거나 잦게 불거지는 모양새이다. 블랙핑크는 2016년 8월 8일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블랙핑크 활동만 전속 계약을 연장했다. 이후 저마다 개인 회사를 차리거나 다른 회사에 적을 두고 개별 활동 중이다.

이는 사실상 YG와 '결별했다.'라는 게 맞는 내용이다. 블랙핑크라는 브랜드의 권리는 YG에 있기 때문에 각 멤버들은 개인적으로 블랙핑크라는 이름을 전제로 상업 활동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블랙핑크로서 YG와 재계약했다.'라는 것은 누구의 의지도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더 이상 YG와 일하지 않겠다. 다만 블랙핑크는 버리기 아까운 카드이니 언제라도 블랙핑크 활동이 필요할 때에는 YG 소속으로 일하겠다.'라는 뜻이다. 즉 그들은 YG의 말을 안 듣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독립한 것이다.

만약 제니가 YG에 적을 두고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적을 두고 있을 때에는 최소한 담배 논란은 없었다. 그건 리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지난해 9월 프랑스의 유명한 19살 이하 관람 금지 등급의 쇼 '크레이지 호스'에 출연해 논란을 야기했다. 모든 것을 떠나 노출이 심한 쇼이기 때문이다.

블랙핑크 열성 팬들 입장에서는 걸 그룹 중 세계 정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블랙핑크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불쾌한 행보였던 것. 이 쇼 출연 계약은 적어도 그해 8월 7일 이전에 YG 소속일 때 했겠지만 사실상 YG와의 재계약을 안 하기로 마음먹은 상황에서 리사의 의지가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예 기획사의 보편타당한 시각에서는 그런 쇼에 최정상 걸 그룹 멤버를 내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제니의 이번 해프닝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초래한, 예정된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제니가 8년 경력의 베테랑 연예인이고 28살의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아직도 경험이 일천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영어를 잘할지라도 인식론마저 무르익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대 로마의 그리스 철학자 겸 작가 플루타르크는 '아버지로부터는 생명을 받았고, 스승으로부터는 생명을 보람 있게 하는 것을 배웠다.'라고 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나이를 먹을수록 멘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고대 중국의 왕들이 인식론이나 전술이나 전력이 부족해 저마다 책사를 찾는 데 혈안이 되었던 것이 아니다.

燈下不明(등하불명).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이다. 스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거나 심지어 스스로 오라를 뿜어 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 빛이 워낙 강하다보니 혹시 아래를 못 본 것은 아닐는지.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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