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수사단' 정종연 PD "지옥문 열리는 오컬트물, 추리 아닌 모험에 초점"[인터뷰]
입력 2024. 07.10. 08:00:00

정종연 PD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파편화된 취향 사이에서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일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이건 이거대로의 역할 있을 거라고 봐요."

지난달 18일 공개된 '미스터리 수사단'은 이용진, 존박, 이은지, 혜리, 김도훈, 카리나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어드벤처 추리 예능으로, 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게임 '데블스 플랜'​과 '대탈출', 여고추리반반' 등 특유의 탄탄한 세계관과 촘촘하게 설계된 미션 등으로 두터운 팬덤을 구축한 정종연 PD의 신작이다.

정종연 PD는 최근 셀럽미디어를 만나 '미스터리 수사단' 공개를 기념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컬트 장르로 초자연적인 사건만 다루는 수사단이에요. 예를 들어 현실적인 영화면 사이비 종교가 나왔는데 그 뒤에 돈을 노리는 교주가 있잖아요. 근데 '미스터리 수사단'은 진짜 지옥문이 열리는 프로그램이에요. 미스터리 안에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고 판타지적인 세계를 다루는 거예요. 원래 추리물은 이런 걸 다루지지 않는 게게 규칙이에요. 비과학적인 요소를 다루면 이미 추리가 아닌 거죠. 초자연적 현상을 체험하는 장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종연 하면 추리 예능, 추리 예능 하면 정종연이 떠오르지만, 사실 추리 예능이라는 타이틀이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정종연 PD는 '미스터리 수사단'이 추리예능이라기보다는는 모험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탈출' 때부터 태그라인에 '어드벤처 버라이어티'라고 했어요. 추리 예능을 하는 PD라고 써주시니까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할 수 없는 걸 대리 체험하는 장르로 만들고 싶었어요. 모험으로 보시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모여서 해결한 느낌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능력치의 사람들이 나와서 해나가는, 약하지만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그런 스토리를 좋아해요. 그런 사람이 해낼 때 기쁨이 크다는 기조였고, 지금은 어느 정도 시청자 시각에 맞는, 이런 걸 좋아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을 섭외하려고 해요."

'미스터리 수사단'을 어드벤처 프로그램으로 명명한 만큼, 퍼즐 요소도 쉽고 현실에 있을 법한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스토리로 시청자를 설득해야죠. 지금도 문제, 퍼즐 이런 요소를 웬만하면 안 하고 싶어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사건의 진위로 들어가는 방법 자체를 진짜 있을법한 걸로 바꾸고 싶어요. 퍼즐로 딱나오는 게 게으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그런 요소가) 없는 게 아니잖아요. 스토리로 잘 녹이고 우리가 할만한 방식을 찾는 거죠. '여봐라' 이런 건 퍼즐은 아닌데 AI 가동하고 그런 거잖아요. 전 다른 방식이라 좋았어요. 하나씩 채워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스터리 수사단'에는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에스파 카리나, 가수 존박, 배우 김도훈이 출연했다. 여기에 첫 현장 버라이어티에 도전하는 이은지, 이용진, 혜리까지 젊고 신선한 얼굴들이 함께했다.

"타깃 에이지 자체가 낮아요. '데블스 플랜'도 낮은데 그보다도 어려요. 시청층이 어리니까 자기와 세대가 맞는, 대화가 될 것 같은 출연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세대에 맞는 텐션이 있어야 해요. 우리 멤버들이 완전 예능인이 적어요. 은지나 용진이 예능 경험은 많지만, 현장 버라이어티는 많이 한 건 아니에요. 그래서인지 옛날 버라이어티 느낌이 없어서, 퓨어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어요. 요즘 말로 '억텐'이 덜한 느낌이죠. 다른 세대의 예능으로 오고 있구나, 느껴요."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면서 기대했던 바도 있을텐데, 정종연 PD는 '미스터리 수사단' 구성이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한 만큼 나왔어요. 의외의 활약이라면 용진이 생각보다 잘 해냈어요. 자기는 일단 빼는데 한번 성취감을 느끼면 의욕이 생기고 하면서 더 중요한 인물이 돼가는 느낌이었어요. 재치 있구나, 느꼈죠. 수사라는 단원으로서 본질적 역할에서도 잘하고 있어요."

정종연 PD는 남성 출연자로 이루어진 '대탈출 시리즈', 여성 출연자들로 구성된 '여고추리반'에 이어 혼성으로 된 '미스터리 수사단'을 론칭했다. 이러한 형태의 현장 버라이어티에 혼성 출연자들은 흔치 않은 그림이다.

"남녀가 섞이면 원치 않는 텐션이 생길 수 있어요. 조심스럽기도 하고 몸에 배서 그런 거죠. 동성 간처럼 진한 스킨십 잘 안 나오고 그런 게 있기 때문에 꺼리는 부분 있죠. 그런데 안 해보고는 모르는 거 아닌가? 생각해서 질렀어요. 그냥 혼성 예능을 해보고 싶었어요. 궁금했다. 예를 들면 혜리가 '놀라운 토요일'에 나왔을 때 남녀 출연자를 똑같이 대하는 게 재밌었어요. 프리하고 하이텐션이라 남자들하고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미스터리 수사단'은 6월 3주 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36주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이 비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오른 것. 그러나 화제성과 다르게 '아쉽다'는 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기존 '대탈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시청하시는 분들은 '대찰출'의 고점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멤버십 버라이어티는 시작할 때가 가장 어려워요. '대탈출', '여고추리반' 다 그랬고요. '대탈출'도 초반에 욕 많이 먹었어요. 그에 비하면 좋은 출발이라고 봅니다. 익숙해지면 더 잘할 거예요.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탈출'은 에피소드 6개로 이루어졌다. 반면 '미스터리 수사단'은 단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짧은 호흡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다.

"(에피소드를) 많이 준비하기 힘들었어요. '대탈출'을 하더라도 에피소드를 줄일 계획이었어요. 여섯 개는 못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1년에 '대탈출'. '여고추리반'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대탈출'이 워낙 힘들다 보니까 '여고추리반'이 비교적 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한때는 '대탈출'이 기피 프로그램이었어요. ('미스터리 수사단'은) 짧아진 만큼 자주 선보일 수 있는 포맷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추리 예능 마니아가 생겨나면서 유사한 포맷의 예능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잘되면 배아프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사실은 비슷한 거 나오면 싫죠. 그런데 그걸 못 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다른 걸 해야죠. 다른 IP에 대한, 다른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생각이 많아요. '대탈출' 할 때 없던 걸 만들어내는 느낌이라 보람이 컸어요. 그런 걸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애쓴다고 격려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아무도 하지 않는걸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는 느낌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대탈출', '여고추리반', '데빌스 플랜' 모두 외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중국에 포맷을 수출하기도 했는데, 이번 '미스터리 수사단'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중국 시청자들을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대탈출'도 리메이크되고 '여고추리반'도 중국에 리메이크됐어요. 방탈출 문화가 한때 엄청나게 인기였다고 하더라고요. 넷플릭스는 중국에 안나와서 아직 반응이 없어요. 그런데 언젠가 시기를 타거나 오래 기다렸다가도 보기도 하잖아요. '미스터리 수사단'은 영원히 넷플릭스 서버 안에 있을 거라서 괜찮지 않나 싶어요.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외 시청자들도 좋아할 요소가 있다고 봐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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