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물 공식 답습,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씨네리뷰]
- 입력 2024. 07.11. 23:51:06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마치 재난 현장에 있는 듯한 리얼함이다. 헬기 추락, 다리 붕괴 등 실감나는 장면들이 몰입을 더한다. 다만 재난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뻔한 전개가 예상대로 흘러가 아쉬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안보실 행정관 정원(이선균)은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국가 안보실장(김태우)의 신임을 얻고 있지만 딸 경민(김수안)에게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유학 가는 경민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한 주유소에서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을 만난다.
정원은 사장에게 직접 돈을 주겠다며 조박을 무시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사상 최악의 재난 현장을 맞닥뜨리게 된다. 연쇄 추돌 사고에 이어 헬기 추락, 예기치 못한 군사용 실험견들의 습격을 받게 된 것.
군사용 실험견들을 수습하기 위해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 연구원 양박사(김희원)가 나서지만 상황은 계속해서 꼬이고 만다.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상황 속 이들은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를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서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최첨단 CG 기술은 물론,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이 눈길을 끈다. 1300평의 세트장으로 재현한 공항대교, 300대 이상의 차량으로 완성된 100중 추돌 사고 장면, CG로 구현한 11마리의 군사용 실험견 등이 실감나게 표현됐다. 붕괴 직전의 공당해교 한복판 위에 있는 듯한 강렬한 몰입을 선사한다.
재난의 대상도 흥미롭다. 우리가 일상에서 함께 생활하고, 친근하게 여기는 ‘개’라는 존재가 공격의 방식도, 이유도 예측할 수 없는 위협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변하는 설정이 강력한 서스펜스와 함께 긴박감을 더한다.
일상의 공간이 악몽의 현장으로, 친근한 존재인 개들이 위협의 대상으로 바뀌는 점 등이 기존의 재난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하지만 결말까지 전개가 너무 낯익다.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클리셰를 그대로 담아냈기에 예측 가능한 결말이다. 이에 관객들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캐릭터들의 얕은 서사도 아쉽다. 정원, 경민 부녀를 비롯해 노부부 병학(문성근), 순옥(예수정), 자매 미란(박희본) 유라(박주현)의 빈약한 서사는 공감대를 잃어버려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극에서 홀로 유쾌함을 담당하는 조박 역의 주지훈은 전체적으로 붕 떠있어 겉도는 느낌마저 든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개봉 전, 제76회 칸 국제영화에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받은 바. 주연 배우인 故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개봉이 잠정 연기됐다. 후반작업을 거친 이 영화는 영화제 출품 버전보다 5분가량 짧은 96분으로 관객과 만난다.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