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Vs 민희진, 상호성의 법칙과 죄수의 딜레마
입력 2024. 07.12. 14:08:04
[유진모 칼럼] 인기 걸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연일 패션으로 뉴진스의 패션보다 더 큰 화제성을 보이며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 2차 기자 회견을 통해 보여 준 패션으로 '완판' 소식을 전하더니 뉴진스의 지난달 일본 팬 미팅 때와 지난 9일 용산경찰서 출석 때 입고 나온 의상 등으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라섰다.

민 대표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거리는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 즉 방시혁 의장과의 다툼에 있다. 어도어의 지분 82%를 보유한 대주주 하이브는 민 대표가 배임하였다며 고소한 상황이다. 그녀를 대표 이사로 임명한 장본인이 방 의장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지분 18%를 주었다.

뉴진스는 지난달 26일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신호탄으로 첫 현지 팬 미팅을 성황리에 가졌다. 일본과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하였는데 우리나라 연예 매체들 상당수는 민 대표의 행보를 간과하지 않았다. 그녀의 패션부터 팬들에게 밥값을 대신 내 주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마치 연예 스타를 다루듯 저인망 취재를 하고 있다. 아니면 민 대표 측에서 흘렸든가.

그리고 최근 민 대표가 용산경찰서의 요청 날짜보다 앞당겨 스스로 출두한 일거수일투족을 마치 대선 후보를 취재하듯 보도했다. 언론의 접촉에 흔쾌히 응한 민 대표의 발언의 핵심은 하이브의 배임 주장이 코미디라는 것이었다. 1차 기자 회견 때 분노와 울분을 보였고, 2차 때는 마치 전쟁의 승자처럼 자신만만한 웃음을 앞세웠던 그녀는 이번에는 여유를 과시했다.



그녀가 자진해서 일찍 출두한 것은 바쁜 스케줄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하이브의 열세이다. 민 대표가 법원의 인용을 받아 하이브가 그녀를 해임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을 봤을 때 여론의 향배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1차 기자 회견을 통해 그녀는 거대 자본에 대항해 싸우는 용감한 잔 다르크로 각인되었다. 대표 이사라고 해도 그녀 역시 월급쟁이. 즉 전체 월급쟁이들을 대변하는 투사로 비쳤던 것. 그도 그럴 것이 하이브는 국내 연예 기획사 중 최초로 거대 재벌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양 측의 갈등은 헤게모니 쟁탈전 같지만 사실상 돈 다툼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어도어 출범 때부터 얼마 전까지 지속적으로 하이브 혹은 방 의장과 선을 그으며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해 온 민 대표가 눈엣가시 같았을 것이고, 민 대표 입장에서는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하이브 혹은 방 의장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자신만의 프로듀싱 영역과 경영권을 보장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도어는 하이브의 100% 투자로 이루어진 회사이다. 민 대표는 방 의장이 스카우트해 왔다. 자본주의 논리로 보았을 때 민 대표의 보스는 방 의장이고, 방 의장의 보스는 주주들이다. 주주들이 과연 방 의장과 민 대표의 싸움을 좋게 볼까? 또 뉴진스를 비롯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의 팬들이 이 다툼을 반가워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게 바로 코미디이다.

심리학에 죄수의 딜레마라는 용어가 있다. 분명히 두 사람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선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선택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의미이다. 사실상 방 의장이 투자를 결정한 회사의 대표로 스카우트해 평범한 샐러리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연봉과 성과급과 권리를 부여해 주었는데 입만 열었다 하면 하이브나 방 의장과 별개라는 식으로 말하는가 하면 최근엔 아일릿, 심지어 방탄소년단까지 자신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데 하이브 측에서 고운 말로 화답할까?

민 대표는 굳이 자신의 입으로 제 능력을 밝히지 않아도 이미 많은 K팝 팬들이 알아주고 있었다. 만약 어도어 출범 때부터 방 의장과 하이브 주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방 의장과 뉴진스가 잘해서 오늘날 자신이 이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며 겸손함을 보였다면, 또 아일릿과 소속사 빌리프랩에 대해 동업자 정신과 상도의를 지켰다면 이번 다툼을 최소한 여론전에서만큼은 완벽한 승리로 이끌 수 있지는 않았을까?

미국 LA 그래미 뮤지엄은 오는 8월 2일부터 9월 15일까지 전시회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HYBE: We Believe In Music)을 연다고 최근 밝혔다. 전시회에는 BTS, 세븐틴, 지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프로미스나인, 엔하이픈, 르세라핌, 앤팀,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아일릿, 캣츠아이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 가수들의 관련 물품들이 전시된다.

그런데 뉴진스의 이름이 빠져 눈길을 끈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전시회 참여 여부는 각 레이블의 선택에 따라 결정됐다.”라고 내용을 밝혔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홍보와 소득을 잡을 수 있는 전시회에 소속 뮤지션을 일부러 누락시키는 역주행을 하기 힘들 것이다. 가는 말도, 오는 말도 곱지 않은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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