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구교환 “리현상, 등장과 엔딩 얼굴 달라 도전하고 싶었죠” [인터뷰]
입력 2024. 07.12. 18:09:00

'탈주' 구교환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등장만으로 극을 압도한다. 립밤을 바르는 동작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전개를 이끈다. 이전에 없던 스타일의 추격자를 완성해낸 배우 구교환이다.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리는 영화다. 규남 역의 이제훈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함께하고 싶은 배우로 구교환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후 두 사람은 ‘탈주’로 만났다.

“크게 두 가지 요소였어요. 이제훈, 이종필 감독님. 두 분의 존재가 ‘탈주’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였죠. 이종필 감독님은 2008~2009년 때부터 오랫동안 계속 호감을 가지고 작품을 봐왔어요. 실제로 매력이 넘친다는 생각을 했죠. 이제훈 배우도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으로도 생각해봤죠. 꿈도 꿔보고요. 이제훈 배우랑 같이 장면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구교환이 분한 현상은 북의 보위부 소좌.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다. 탈주병 발생에 대한 상황 파악을 위해 규남의 부대로 온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을 보호해 준다. 허나 규남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추격한다.

“왜 규남의 탈주를 막는지 궁금했어요. 현상의 경우, 가장 심플한 뼈대는 ‘규남을 막아라’였죠. 규남의 장애물이 되어야하는 인물이잖아요. 규남이 성공을 이뤘을 때도 마치 준비한 것처럼 등장하고요. 제가 해야 하는 기능적인 요소들이 가장 큰 미션이었어요. 그 다음은 장면마다 감정이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어요. 이걸 억지로 맞추지 않는 건 아닌데 어떤 장면에서는 규남을 꼭 잡고 싶어 하다가 규남을 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쏘지 않죠. 이게 재밌는 인물이었어요. 리현상은 앞장면과 뒷장면이 확실히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어요. 붙으면 납작해지는 인물이었죠.”



구교환은 앞서 2021년 7월 개봉한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에서 태준기 역으로 북한군 캐릭터를 연기한 바. 이번 ‘탈주’에서도 북한군 역을 맡은 그는 캐릭터 표현에 신경 쓴 점은 무엇일까.

“태준기와 리현상은 다른 인물이에요. ‘모가디슈’를 ‘탈주’로 끌고 오진 않았죠. 이번에는 메카니즘, 기술적 발성과 목소리를 성취해야지라고 다가가진 않았어요. 북한 언어를 지도해주시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디까지 허용해야할까, 이런 표현도 가능하냐 물었죠. 리현상은 자기 안에 있는 감정을 언어로 숨겨야하는 것도 있지만 드러내야하는 것도 있었어요. 여기까지 표현해도 되냐 체크를 받았죠. 현상은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하는 입장이었어요.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게 대사를 만들어보자 싶었죠. 선생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통화도 많이 하면서 인물로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현상은 규남과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케미를 선보임과 동시에 선우민(송강)과는 묘한 긴장감 속 관계성을 아슬아슬하게 그려냈다. 특히 ‘탈주’를 본 관객들은 두 사람의 숨겨진 서사에 대한 추측을 쏟아내기도.

“송강 씨는 직장 동료이기도 해요. 나무엑터스 행사 때도 만났죠. 송강 배우를 가까이, 멀리서 볼 때 계속 들여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송강 씨는 저에게 나이가 보이지 않는 배우에요. 어른스럽죠. 제가 느낀 송강 씨에 대한 감정은 선우민을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다시 연회장에서 만났을 때 멈춰있는 내 모습이 창피하고 부끄러웠을 거예요. 그래서 덜컹 했던 것 같아요.”



구교환은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였던 현상의 과거를 짐작케 할 피아노 연주와 추격자의 카리스마와 냉혹한 명사수를 오가는 변화를 동시에 그려냈다. 보위부 장교의 위압적인 존재감과 어릴 적 알던 형의 다정함, 집요하고 무자비한 추격자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연기로 한층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의상, 촬영, 헤어, 메이크업이 도와줬어요. 그렇게 딱 있으면 그 인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행동도 그렇게 나오게 되더라고요. 립밤을 슥 바르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같이 만드는 거죠. 글, 연출, 상대배우, 촬영, 조명이 태도를 만들어줘요. 그래서 이 작업을 좋아해요. 혼자 만드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죠. 스타일 자체가 인물을 만들어요. 이 사람은 왜 겉모습을 신경 쓰나 생각했을 때 그 뒤에 숨고 싶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자기감정을 쉽게 보여주는 걸 원치 않는구나 생각했죠.”

한국영화의 가장 강렬한 첫 등장신 중 하나인 ‘꿈의 제인’ 이후 ‘모가디슈’ ‘D.P.’ 시리즈와 최근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까지. 늘 새로운 인물로 변신하며 어떤 역이건 자신만의 위트와 여유를 가미해 관객 마음을 움직인 구교환. 그의 필모에 ‘리현상’은 어떤 인물로 남을까.

“흐트러지고 있잖아요. 옷, 머리, 마음도 흐트러지고 있어요. 흐트러지고 있는 게 때로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강력하게 등장하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시작의 얼굴과 마지막 얼굴이 달랐으면 했어요. 리현상은 첫 등장과 엔딩 얼굴이 달라요.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느낌이었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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