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이슈] '추적 60분' 보도국 이관 위기…"PD 길들이기 수단" 반발(종합)
- 입력 2024. 07.16. 16:59:41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역사저널 그날' 이후 또다시 KBS 대표 프로그램이 외압 논란에 휩싸였다. KBS 측의 일방적인 '추적 60분' 보도국 이관 통보에 제작진은 "PD 길들이기 수단"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추적 60분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언론노조 KBS 본부 사무실에서 '추적 60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현 제작진이자 시사교양 1구역 중앙위원인 김민회 PD와 14년 전 보도본부 이관 시 '추적 60분'을 담당한 강윤기 PD,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지난 5월에도 KBS 시사교양 PD들은 KBS1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MC 논란으로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측은 MC로 확정된 유명 배우 대신 아나운서 조수빈을 MC로 기용하라고 압박했으나, 제작진이 이에 반발하자 '역사저널 그날' 제작 중단을 통보한 사태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은곤 부회장은 '역사저널 그날'을 비롯해 '더 라이브', '다큐멘터리 인사이드-세월호 10주기 편' 등 외압에 의해 불발된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그는 "이번에 조직개편안에서 시사교양국은 결국 해체되는 수준이다. '추적 60분'이란 대표되는 프로그램을 보도국으로 이관하고,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콘텐츠 전략 본부와 동떨어진 교양국으로 강등시켰다"며 "이번 조직 개편에서 PD들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 협회와 노조가 조직 개편을 본 건 일주일 전인 지난 8일이었다. 이후 10일 전략기획실에 요청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고, 그때야 내용 파악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적 60분'을 담당하는 김민회 PD는 이번 개편을 "비정상의 총집합"이라며 "개편 과정에서 실무자와 데스크급들도 의견 청취는 물론 결정 과정에 어떤 의견도 개진하지 못했다"라고 고발했다.
이어 "회사가 설명한 건 하나였다. '기자가 만들든, 피디가 만들든 우리 회사에서 만든 시사 프로그램은 보도시사 본부로 간다.' 이게 전부였다"라며 "회사는 시사 프로그램이 뭔지 정의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잣대를 프로그램의 개편 논리로 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PD는 "형식적으론 프로그램 이관이지만, 내용적으론 시사 교양국의 해체다. 프로그램 보도국 이관을 반대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추적 60분'은 지난 2010년 한차례 시사교양국을 떠나 보도국으로 약 3년간 이관된 바 있다. 당시 방송 예정이었던 '4대강 사업' 편이 두 차례나 연기되는 등의 사건으로 각종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14년 전 제작진이었던 강윤기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1년쯤 됐을 때 김인규 전 사장이 보도본부 이관을 추진했다"라며 "나는 이 일이 데자뷔 같다. 소름 끼치고 트라우마처럼 다가온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추적 60분' 외에 다른 시사프로그램들도 자취를 감추거나 본부가 이관됐다. 강 PD는 "그 당시에 시사교양 PD라는 직종을 없애고 방송 저널리스트라는 전 세계에 없는 직종을 만들었다. 14년 전 일들이 또 일어나는 게 소름 끼치고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2010년에는 PD 6명이 삭발했다. 그때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추적 60분'이 이관됐다. 이후 기억하기 싫은 일들이 벌어졌다"라며 "기자들은 데일리 뉴스 중심으로 훈련받고, 우리는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영상미를 추구하는 훈련을 받는다. 그런데 보도본부로 이관되자마자 업무 방식을 강요했다. 시사를 생략하고 원고를 먼저 써야 했고, 그 원고를 검열받은 후 문제 되지 않아야만 방송을 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원고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템이 검열됐으며,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은 수시로 결방, 연기됐다고 덧붙였다.
강 PD는 "사람은 역사를 통해서 배운다고 하는 데 실패로 끝났던 역사를 왜 시나리오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하려 하는지 답답하고 분노가 계속 생긴다"며 "이 논란이 지겹고 짜증 나고 분노스럽지만, 그런 희망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다시 실패할 거다. 서로 힘 빼지 말고, '추적 60분' 이관은 그만둬라"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김은곤 PD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앞서도 싸운다고 했지만, 사실상 막아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책임을 강하게 묻고자 요구했다"라며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할 때 국장님께 '어떻게 책임을 지겠냐'고 했는데, '보직을 내려두겠다'고 하셨다. 사내 게시판에도 올렸다. 열여섯 분 정도. 지금 80% 정도가 막아내지 못할 경우 보직을 사퇴하겠다는 성명서를 올렸다"라고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이사회 개편에 대해 계속 논의할 거다. 또 우리 협회뿐만 아니라 경영, 기술 등 다양한 직종에서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들과 연대해서 조직 개편을 막기 위해 운동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