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식 변증법적 정-반-합
입력 2024. 07.18. 12:25:53

방시혁-민희진

[유진모 칼럼] 인기 걸 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보다 더 화제성을 누리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가 공개한 졸업 사진 촬영 현장에서는 올해 이슈가 되었던 일들을 패러디했는데 민 대표가 어도어 모기업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멱살을 잡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사진이 뉴진스보다 더욱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것.

민 대표는 하이브, 즉 방 의장과의 본격적인 충돌이 수면 위로 부각된 지난 4월 이후 뉴진스 이상으로 대중과 미디어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녀의 말 몇 마디가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으며, 패션 아이템 역시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린다고 한다. 뉴진스가 입은 옷이 '완판'되었다는 뉴스는 안 보인다. 뉴진스를 위한 민희진인지, 민희진을 위한 뉴진스인지 헷갈릴 정도.

민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때 눈길을 끈 비결은 독특한 비주얼과 콘셉트의 세계관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전공(시각디자인 학과)과 취미(영화 감상)를 한껏 살려 뮤직비디오, 의상, 앨범 재킷 등에 몽환적인 비주얼을 구현해 내며 해당 뮤지션들과 함께 성공 가도를 내달렸다. 또한 음악과 콘셉트 등에 헤겔의 변증법적 정립-반정립-종합의 세계관을 녹였다.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소녀시대-f(x)-레드벨벳'과 'SM-하이브-어도어(뉴진스)'의 구조가 바로 정-반-합의 변증법이라고(나무위키). 그녀가 1차 기자 회견에서 상소리를 섞은 거친 말투와 행동 등으로 기존의 회견에 임한 유명인들과 사뭇 다른 반대의 행동을 보인 것이 국내외에 엄청난 혁신가로 비친 것조차 종합으로 가는 반정립으로 각인될 정도였다.

변증법은 '동일률을 근본 원리로 하는 형식 논리에 대하여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 원리로 하여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려는 논리.'(두산백과)이다. 고대 그리스 엘레아 학파의 제논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자기모순(자가당착)이 있음을 논증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올바름을 증명하는 문답법을 전개했고, 이를 소크라테스가 훌륭하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제자 플라톤이 진리를 인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매우 중요하게 전면에 배치했다. 이어 근세에 와서 칸트와 헤겔에 의해 정립되었다. 특히 헤겔은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모순이 있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정립), 어느 순간 이를 자각하게 되며(반정립), 결국 이 모순을 극복해 종합의 단계로 나아간다는 3단계의 통일론을 주창했다.

이 두 개의 규정이 함께 부정되면서 동시에 함께 살아나 통일된다는 것. 지금까지 전개된 사실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민 대표의 행동과 논리를 이 변증법적 논리에 맞춰 보자. 지난 4월 22일 하이브는 민 대표의 배임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민 대표는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 걸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해 이를 하이브에 항의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여론은 민 대표를 상도의가 없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 대표는 3일 후 기자 회견을 열고 눈물을 쏟아 내며 억울함으로 호소, 여론을 반전시켰다. 하이브가 주주 총회를 열고 자신을 해임하려 하자 법원에 호소해 두 번째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여론은 다시 뒤집어졌다. 미국 LA 그래미 뮤지엄은 오는 8월 2일부터 9월 15일까지 하이브 소속 뮤지션들의 전시회 '하이브: 위 빌리브 인 뮤직'을 여는데 뉴진스만 불참한다.



당연히 각 매체들은 그 이유를 확인하려 들었다. 어도어 측은 '전시회 구석의 안 좋은 자리를 배정받았다.'라며 불참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다른 매체는 '그래미 측이 뉴진스에 가장 좋은 자리를 제안했고 하이브가 이를 어도어에 전달했음에도 불참한다.'라고 보도했다. 어도어는 다른 매체를 통해 '벽 칸막이가 없다.'라고 또 다른 내용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계속 여론이 악화되자 어도어는 또다시 "뉴진스가 제대로 보여 줄 게 없어서."라고 불참 이유를 바꾸었다. 어도어의 불참 결정은 지난 3월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방 의장과 민 대표의 갈등은 최소한 이미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반-합의 세계관은 발전과 화합을 통한 통일론이다. 자기모순을 극복함으로써 타인의 모순을 이해하고 해소해 준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민 대표 역시 완벽하지 못하다. 지금까지도 천재로 인식되는 소크라테스조차 '내가 아는 단 한 가지는 내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라는 저 유명한 불가지론을 외쳤다. 민 대표가 뉴진스를 성공으로 이끈 배경에는 멤버들의 노력, 여러 스태프의 서포트, 팬들의 지지가 있었다. 하이브의 신뢰와 지원은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민 대표의 철학대로, 또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에 따라 그녀 역시 어느 정도의 모순과 모자람은 있다. 사실상 그녀의 변증법인 이번 어도어의 전시회 불참의 이유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놓고 보면 그녀에게는 정립만 있지 반정립은 물론 종합의 기미가 안 보인다. 그녀는 2차 기자 회견에서 방 의장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분쟁 전까지 방 의장과 민 대표는 개별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해 온 사이이다. 사무실도 한 건물 안에 있다. 서로 전화번호를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공개된 기자 회견에서 손길을 내민다는 데에서 전시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을 위해서는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하고, 그것은 기자 회견을 통해서가 아니라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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