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 정려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인터뷰]
- 입력 2024. 07.18. 14: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배우 정려원에게 tvN 토일드라마 '졸업'은 운명처럼 다가 온 작품이다.
정려원
정려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tvN 토일드라마 '졸업'(극본 박경화, 연출 안판석)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졸업'은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제자 이준호(위하준)의 설레고도 달콤한 미드나잇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최종회는 수도권 평균 7.4%, 전국 평균 6.6%를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이어 "'졸업' 마지막 회를 다 함께 봤다. 감독님은 촬영 때문에 아쉽게 오지 못하셨다. 감독님과 방송이 끝나고 이야기를 나눴다. '합이 너무 잘 맞다. 진짜 흔치 않은 현장이었다. 앞으로 자식을 낳게 된다면 자식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거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감독님의 말에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회를 봤었다"라고 덧붙였다.
'졸업'은 정려원이 지난 2018년 SBS '기름진 멜로' 이후 6년 만에 선택한 멜로물이다. 그는 "장르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멜로'라는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마냥 가볍지 않은 그런 멜로를 원했었다. 9월이라 계절감도 좋았다. 무엇보다 안판석 감독님의 멜로물이었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려원은 위하준과의 호흡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줬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 준호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애교가 더 많게 느껴졌다. 실제로 봤을 때는 미소년 이미지는 아니더라. 생각보다 과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준호라는 캐릭터가 위하준 배우를 통과하면서 차분해졌다. 제가 연기한 혜진이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무뚝뚝했었는데 조금 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됐다. 서로에게 맞게 캐릭터가 만들어졌다"라며 "'최악의 악'에서 위하준 배우의 연기를 봤었는데 '멜로를 잘하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로 앞에서 혜진에게 고백하는 신에서 '멜로 눈'이 되더라. 눈이 좋은데 지금까지 멜로를 하지 않았지 싶었다. 이 장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자주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줬다. 능숙한 느낌은 아니지만 이 배우의 매력은 진실하다는 점이다. 그게 좋았다. 그 눈빛을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졸업'은 대치동에 밤이 내리면 찾아오는 로맨스는 물론 미처 몰랐던 학원 강사들의 다채롭고 밀도 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피스물에 가까운 멜로물을 접한 정려원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거 오피스 드라마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변호사, 검사보다 대사가 더 많더라. 처음에는 영어 강사라서 저에게 대본을 주셨구나 생각했다. 영어권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데 국어더라. '큰일 났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긴장을 하긴 했다. '잘 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 대본을 받고 국어 강의 유튜브를 엄청 많이 봤다. 습관처럼 나올 수 있도록,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피나는 노력 덕분일까. 국어 강사 서혜진 역을 맡은 정려원은 '스타 강사를 삼켰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해 냈다. 특히, 본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정려원의 강의 장면 미방분은 온리인 상 '입시 시절 생각나서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온다'는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라는 호평과 함께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려원은 "1부에서 서혜진의 캐릭터를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원가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서든 강사 같은 모습을 1부에서 꼭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강의하는 신을 제일 많이 연습했다. 만약에 그 장면이 아닌 거 같으면 아무리 뭘 해도 아닐 거 같더라.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습을 진짜 많이 했던 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문을 해주신 차민주 선생님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개인적으로 국어 선생님들의 영상을 많이 보면서 연습했다. 자다가 눌러도 바로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촬영할 때는 안판석 감독님이 풀샷으로 한번 찍고 끝내셨다. 방송에는 심지어 40초 정도 나왔다. 그래서 좀 아쉬웠었다. 그런데 tvN 측에서 (강의 장면) 미방영분을 풀어주셨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방영분을 보신 분들이 'PTSD 온다'라고 하시더라. 그렇다면 '설득이 된 거구나' 싶었다. 감사했다. 사실 그 장면에 저는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안판석 감독님이 절제미를 아시는 분이다. 감독님은 오히려 뭘 더 빼시는 분이다. 빼도 부족하지 않구나 생각했다. 방송을 보면서 그걸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의 인물들을 밀도 있게 연기한 김정영(우승희 역), 서정연(최형선 역) 등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 순간도 정려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X(트위터)에서 '졸업에서 서정연, 김정영 두 배우의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캐릭터에서 모성을 걷어냈을 때 중년 여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지는지 이들이 어디까지 날아다닐 수 있는 지를 다시금 알게 해 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공감했다. (서)정연 언니가 내려놓고 악역을 하는 걸 처음 봤다. 너무 강렬하더라. '칼을 품고 있다가 결국 꺼내는구나' 싶었다. 진짜 멋있었다. 계속 감탄했다. 우승희 부원장(김정영)이랑 이준호(위하준)가 부딪히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두 분 다 촬영 전에는 정말 서글서글하시다. 촬영에 들어가면 눈이 싹 바뀐다. 귀신같이 연기한다. 너무 잘한다. 여유가 느껴진다. 두 분을 보면서 연극을 자주 하셨던 배우들의 특징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연극이라는 장르에도 관심이 생겼다. 연극을 해보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할 때 원테이크로 한 신들이 많다. 짧게나마 연극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만약 연극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대본이 있으면 알려달라'며 배우들에게 물어보곤 했다(웃음)."
인터뷰 내내 '졸업'을 인생작이라고 거듭 강조한 정려원은 "일기를 썼었다. 작년 3월쯤에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 작가님을 각 잡고 썼다. 그리고 두 달 뒤에 '졸업' 대본이 왔다. 스케줄도 딱이더라. 멜로 장르라 더 좋았다. 거기다가 안판석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더라. 일기에 썼던 이름인데, 이렇게 간절히 바라고 원하고, 준비되어 있으면 만나게 되는구나 싶더라"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안판석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주위에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했었던 배우들이 '네가 안판석 감독님과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너무 궁금했다.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한국적이면서도 또 프랑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나지 않나.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꼭 만나보고 싶었다. 만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엄청 신났던 기억이 난다."
그토록 꿈꿔왔던 안판석 감독과 함께 한 현장은 어땠을까.
"'졸업'을 통해서 저를 응원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안판석 감독님 스타일은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된다'라고 하신다. 다 열어주신다. 그래서 제가 스스로 결정을 해야 했다. 스스로가 'OK'를 해야 한다. 배우이기 때문에 감독님에게 확답을 받고 싶은 순간도 있지 않나. 그런 게 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도 만족할 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불안과 걱정을 다 내려놓고 온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후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게 없다. 걱정도 별로 없다. 내 안에 불안을 '졸업'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