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 민희진, 카피 논란 '의도 Vs 우연'
입력 2024. 07.24. 14:12:17
[유진모 칼럼] 걸 그룹 뉴진스는 지난 23일 공식적으로 휴식기에 들어갔으나 소속사 어도어와 민희진 대표는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물론 다툼 문제이다. 최근 한 매체는 민 대표가 하이브 CBO 시절 쏘스뮤직의 걸 그룹 연습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현재의 뉴진스 멤버들을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민 대표는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쏘스뮤직이 자신의 론칭 기획을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 록 밴드 영국 밴드 샤카탁(Shakatak)은 뉴진스의 '버블 검'이 그들의 ‘Easier Said Than Done’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도어는 "무단 사용이라는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버블검’과 ‘이지어 새드 앤 던’은 코드 진행부터(D Major9 x2- C# minor7 - F# mi-nor7) 다르며 템포(BPM),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나 흐름이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짧은 한 마디 분량의 멜로디 전개가 유사성을 띠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멜로디 전개는 ‘이지어 새드 댄 던’보다 이전에 발표된 음악들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대중음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이다."라며 일부가 유사함은 인정했다. 물론 표절이라는 의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어 "해외의 저명한 음악 학자에게 전문적 분석을 의뢰했다. 이를 근거로 샤카탁 측에 강력히 반론을 표시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반박이 필요하다면 주장하는 쪽에서 공신력 있는 분석 리포트로 다시 논의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라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민 대표를 둘러싼 논란에는 거의 카피가 따라다닌다. 첫 논란은 민 대표와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된 지난 4월에 발생했다. 자신이 빌리프랩의 걸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방 의장 측에 항의한 데서 이 갈등이 출발했다는 내용을 기자 회견을 통해 강조한 것. 심지어 그녀는 방탄소년단도 자신을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으로 뉴진스가 외국 밴드의 음악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행법상, 환경상 표절을 가려내기는 매우 어렵다. 최근 10여 년 동안 국내 가요 중 상당수가 표절 의혹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표절을 스스로 시인한 사례는 이효리밖에 없었다.



가요사를 통틀어 법정에서 표절 판정을 받은 곡은 MC몽의 노래 단 한 곡뿐이다. 근래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표절 판정을 받은 곡은 1993년 양준일의 '레베카' 등 13곡일 뿐 이후에는 사례가 드물다.

외국의 경우 21세기 들어 로빈 시크의 ‘Blurred Lines’가 마빈 게이의 ‘Got To Give It Up’을 표절했다는 소송에서 재판부가 표절을 판정한 게 거의 유일한 사례일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20세기 말부터 최근까지 유명 가수와 창작자들이 숱하게 표절 의혹에 휩싸였지만 전과자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효리의 경우 다른 작곡자의 곡이었다.

논문 표절 사례는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음악이나 영화 등에서 표절 판정을 이끌어내기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에 다름없다. 영화에서는 이미 오마주라는 형식이 인정받은 지 오래이고, 대중음악에서는 샘플링이라는 기법이 통용된 지 꽤 되었다. 게다가 이 대중 예술들은 유행의 순환과 장르의 한계 등이라는 경계 때문에 참조-변형-창조가 혼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작자에게 양심을 호소하는 것이다. 기획자와 제작자의 마케팅 등은 사실상 표절이라고 판정을 내리거나 비양심을 비난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산업체간 경쟁에서 기술이나 특허를 빼돌렸다면 그건 분명히 절도 행위이다. 하지만 마케팅 기법을 흉내 낸 데 대해 법적인 처벌을 가할 수는 없다.



서태지는 국내 가요계 최초로 정규 앨범 발표 중간에 휴식기를 가지는 신비주의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고, 이후 거의 모든 가수들이 따라 하고 있지만 표절을 주장한 적 없다. 마케팅에는 특허권이나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양복을 입는다고 서양에서 표절을 주장할 수 없다.

전술했듯 대중음악에는 유행이 있다. 현재 K팝을 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장르적, 형식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댄스 음악이냐, 발라드냐의 구분을 제외하면 유행상 분위기는 아주 비슷하다.

뉴진스의 음악이나, 패션 스타일이나, 안무의 패턴이 완전히 창의적인가? 기존의 형식을 허물고 완벽하게 독창적인 순수성을 발휘하고 있는가? 아일릿 등이 자신을 카피했다고 주장하던 민 대표는 샤카탁의 물음에 대해 직각적인 대답은 하지 않고 회사를 통해 의례적인 형식만 앞세우고 있다. 하이브, JYP, SM, YG부터 숱한 다른 연예 기획사들이 전부 표절 의혹을 피해 갔던 것을 그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녀는 뉴진스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 하이브와 쏘스뮤직, 그리고 해당 매체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본질 중 하나인 무속인 접촉 건에 대해서는 '악의적 편집'만 주장할 뿐 대중이 궁금한 '접촉' 여부, 그 이유, 대화의 진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또한 악의적 편집을 배제한 일체의 내용 역시 밝히지 않고 있다. 왜일까?

표절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의도적이냐, 우연이냐에 있다. 유희열은 사카모토 류이치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의식'이라며 우연을 강조했다. 사카모토 류이치 역시 표절로 보기 힘들다고 그를 응원했다. 뉴진스의 팬들 역시 우연이었을 것을, 어도어의 주장을 믿고 싶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의 K팝 팬들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간의 내홍에 피로도가 상승하고 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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