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사유의 장미', 마침내 활짝 피어난 '옥스칼'[무대 SHOUT]
- 입력 2024. 07.31. 11:44:24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50여 년 만에 불멸의 고전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이 무대에 살아났다. 다시 한번 '오스칼 신드롬'이 일어날 조짐이다.
베르사유의 장미
지난 17일 개막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베토벤; Beethoven Seret' 등을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6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일단 '베르사유의 장미'가 뮤지컬로 탄생하게 됐다는 자체에 원작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원작은 1972년 일본에서 첫 연재 이후 누적 2,000 부 이상 판매된 메가 히트작으로,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며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현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스칼 신드롬'을 일으키며 거대한 팬덤을 양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1993년 애니메이션 방영 최고 시청률 28%를 기록, 남녀노소 불문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전 세계 최초 상연이다. 공연장에는 일본 등 해외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베르사유의 장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 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러닝타임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150분이다. '오스칼' 역을 맡은 옥주현은 이 작품을 두고 "시간 순삭할 작품"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옥스칼' 옥주현의 자신감대로 공연은 지루할 틈 없이 숨 가쁘게 흘러간다.
특히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오스칼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한 앙드레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원작과는 달리 앙드레와의 로맨스가 옅어진 게 특징이다. 귀족의 신부이었던 오스칼의 시선으로 프랑스혁명의 격량을 바라보며 인간의 존엄성, 삶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둔다.
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끝내 추락하는 폴리냑, 혁명 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귀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도둑이자 민중의 영웅인 베르날 샤틀레 등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 등장인물들의 서사까지 극대화해 촘촘하게 보여준다.
다만, 다소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으려고 하다 보니 숨 가쁘게 흘러가는 느낌은 있다. 그럼에도 따라가기 버겁거나 혼란스럽진 않다.
대비도 뚜렷하다. 귀족과 평민, 여성과 남성, 국가와 민중, 사랑과 연민 등 다채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정체성의 갈등을 관객들에게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주요 넘버인 '나 오스칼', '베르사유의 장미'는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자유, 사랑 그리고 평등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가사에 담아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나 오스칼'은 이 작품의 백미다. 오스칼은 자신의 운명과 삶의 방향성은 오직 자신만이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백마 탄 왕자는 필요 없다"라며 드레스를 벗어던진다. 여기에 폭발적인 가창력이 더해져 청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배우들은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예고한다. 오스칼 역의 옥주현은 독보적인 가창력뿐만 아니라 말투, 제스처 등 인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앙드레 역의 이해준은 초고난도 넘버 앙드레의 곡 '이대로 아침까지', '독잔'을 탄탄한 가창력으로 소화해 내며 그간의 활동으로 쌓아온 실력과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외에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아 권력을 손에 쥐는 '마담 드 폴리냑' 역을 맡은 리사와 일명 '흑기사'가 되는 민중의 영웅인 '베르날 샤틀레' 역의 박민성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다만, 아쉬운점도 있다. 근위장교인 오스칼의 검술, 맨몸 액션 신이 다수 나오는데, 동작이 어설프고 상대 배우와의 합이 다소 엉성해 몰입감을 흩트린다.
여기에 공연 도중 음향 사고도 났다. 지난 26일 공연 당시 2부 시작과 함께 짧은 순간이었지만, 음향 사고가 발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