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ID 하니 예비 신랑 양재웅 비난의 의미
- 입력 2024. 07.31. 11:58:27
- [유진모 칼럼] 걸 그룹 EXID 멤버 하니(안희연, 32)와 오는 9월 결혼하는 정신과 전문의 양재웅(42) W진병원 대표 원장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당연히 안희연에 대한 여론 역시 확연하게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 사건은 부모의 잘못 때문에 자식이 욕먹어야 하는, 이른바 '과대 연좌제'와는 다른 내용이다. 예비 배우자이기 때문에 동급으로 취급받는 것.
양재웅
그뿐만이 아니었다. 병원 측은 손, 발, 가슴 등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강행했고, 2시간 후 A 씨는 배가 부풀어 오르고 코피를 흘리더니 이내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유족들에 의하면 의사소통이 원활한 환자였다. 후속 조치도 유가족은 물론 대중의 분노를 키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양 원장은 A 씨 사망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여러 개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사고 직후인 지난 6월 1일 안희연은 아주 밝은 분위기로 결혼 소식을 전했다. A 씨의 사망을 안희연은 몰랐을 수 있겠지만 양 원장이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 유족은 병원 측에 강력하게 어필했지만 양 원장은 사과는커녕 "변호사에게 이야기하라."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유족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유족들이 지난달 병원을 유기 치사죄 등으로 고소하고 지난 26일 SBS가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양 원장과 병원 측의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 29일 양 원장은 연예 활동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며 고개를 조아린 것.
그럼에도 양 원장과 안희연을 향한 유족과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모른다. A 씨가 사망한 날부터 지난 30일까지의 확연하게 비교되는 태도가 부아를 더 크게 부채질하고 있다. W진병원은 정신 병원이다. A 씨는 복통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조치만 취한 뒤 내과나 종합병원으로 옮겼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치료나 후송 조치는커녕 원활한 대화가 가능한 환자를 침대에 묶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키웠고, 환자는 사망했다. 도대체 이 병원 근무자들은 의료인으로서의 기초적 소양과 지식을 갖추기는 한 걸까? 게다가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병원의 얼굴' 양 원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송에 환한 얼굴로 출연했다.
그리고 환자 사망 후 불과 5일 만에 안희연은 결혼을 발표했다. 당시 안희연이 사망을 모른 채 결혼을 발표하겠다고 했었더라도 양 원장만큼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라면서 말렸어야 상식적이다. 상황적으로 그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몰랐거나, 아니면 히포크라테스의 후예가 될 자격이 없는 비양심적인 의사일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유가족의 주장과 항의에 다소 과장이 있다고 100보 양보하더라도 지난 2달 동안 양 원장과 병원 측이 이 사건을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았고, 보도가 되기 전까지 유가족에게 '배 째라.'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으며, 이전에 사과가 없다가 보도가 되자 그것도 3일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사과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진실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번 사건은 해당 병원 한 군데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몇 가지 교훈을 남긴다. 먼저 방송의 앞다툰 의사 출연의 후유증이다. 교양 프로그램이라면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강에 관한 상식과 지식을 전달해 주기 위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의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예능화하는 데 대한 이면이 존재한다는 문제점이다.
유족에 따르면 희생자 A 씨 역시 양 원장을 방송에서 보고 그 유명세를 믿고 치료를 맡긴 것이라고 한다. 방송 출연에 의한 유명세, 즉 지명도가 곧 실력은 아니라는 게 이 사건으로 증명되었다. 즉 의사 섭외 기준이 실력 순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각 방송사 PD나 작가들에게 출연자 섭외 시 최소한의 인성 취재는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이전 사례를 볼 때 드라마의 경우 '학교 폭력' 문제가 예민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 굉장히 중요한 문제는 요즘 의료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화두인 전공의 파업에 대한 민폐이다. 현재 정부와 전공의는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정부가 의학 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의 측은 그에 대한 부작용을 이야기하며 파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갑자기 많은 인원을 증원할 경우 첫째, 의료비가 수십조 원이 증가하고, 그것은 그대로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둘째, 그렇게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진이 부족하고, 그런 증원은 곧 자격 미달의 전공의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셋째, 지금 중요한 것은 증원이 아니라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인기 학과가 아닌 흉부외과나 소아과 등의 비인기 학과 증원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의사들이 수도권에만 몰려 상대적으로 시골에 의료진이 태부족하다는 문제 역시 무조건적인 증원보다 선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이다.
그런데 실제 종합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는 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속사정도 모른 채 의사들의 이기주의라며 일방적인 비난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양 원장 측의 납득하기 힘든 조치와 후속 행동은 의사에 대한 편견을 더욱 부추길 소지가 크다. 과장해 표현하자면 그는 의사들의 공적이 될 판이다. 각 방송사 관계자들은 게스트 섭외에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