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연이 이끌고, 지창욱·임지연이 당긴다…10년의 기다림 ‘리볼버’ [종합]
- 입력 2024. 07.31. 17:47:4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연기, 연출, 음악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범죄 장르물 탄생이다. 배우 전도연을 필두로 지창욱이 합류해 배를 띄우고, 임지연이 거대한 바람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의 이야기다.
'리볼버'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5년 개봉된 ‘무뢰한’ 이후 10년 만에 ‘리볼버’를 내놓게 된 오승욱 감독은 “이번 영화를 생각할 때 고민이 많았다. 특별한 액션을 넣기엔 마음에 안 들었다. 다 대화로 나누는데 관객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고민했다”면서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해주셔서 날개를 달았다. 편집 감독님에겐 부사와 형용사를 부탁했다. 그걸 정확하게 과감 없이 잘라 붙여주셨다.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스태프들과 제가 ‘무뢰한’ 때보다 훨씬 더 성숙, 발전했다. 그것이 놀라워 저도 필사적으로 했다. ‘무뢰한’ 때 한 스태프들이 거의 그대로 왔는데 그분들의 힘이 크다”라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속초를 갔을 때 악몽이 떠올랐다. (데뷔작) ‘킬리만자로’의 악몽이. 내가 여기 또 왔구나, 도로, 절 등을 찍으며 완전 망하는 영화 찍는 거 아닌가 싶더라. ‘아니다, 이번엔 아닐 거야’라고 믿는다”면서 “‘킬리만자로’와 ‘무뢰한’ 때보다 조금 더 발전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 형식도 다르다. 그 안에서 배우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성취한 부분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무뢰한’에 이어 오승욱 감독과 재회한 전도연은 극중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하수영 역을 맡았다. 전도연은 “감독님이 글을 오래 쓰시는 분이다. ‘무뢰한’ 이후 10년 만에 찍은 작품이다.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리면 짧고, 경쾌하고, 신나는 작품을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4년 만에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오승욱 감독님을 좋아하기에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끈질기게 한 길만 가는 인물의 분노를 건조하고, 차갑고 냉한 얼굴로 표현했다. 역할에 대해 오승욱 감독은 “시나리오에 지나칠 정도로 ‘무표정’이라는 단어를 썼다. 도연 배우가 해석을 잘 해주셨다”면서 “팀워크가 대단히 잘 맞았던 것 같다. 제가 조금의 여지를 만들어 오면 도연 배우가 해석을 훨씬 더 잘해주셨다. 그런 면에서 팀워크가 잘 맞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전도연은 “감독님과 ‘무뢰한’을 함께 했지 않나. 대본을 읽었을 때도 ‘무뢰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표현하면 어떨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수영이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빠르게 쫓아간다. 하수영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감과 캐릭터들 간 묘한 케미는 빼놓을 수 없다.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 배우에게도 ‘이건 어떤 승리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시작에서 하수영은 투명인간이었다. 점점 길을 걸으며 점점 피와 육체를 찾고, 투명인간에서 보이는 인간이 되는 거다. 자기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마지막 돈을 얻고, 아파트를 얻는 것들은 저주받은 총을 가지고 있음에도 살인자가 안 된다는 거다. 나락까지 안 떨어지는 것만 해도 하수영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하수영이 결국 얻은 건 자기 자신이다. 죄 구렁텅이에 덜 빠진 것만으로도 굉장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라고 결말이 가지는 의미를 언급했다.
‘리볼버’는 각자의 목적을 장전한 이들이 뜨겁게 맞부딪힌다. 책임, 약속 따위는 평생 지켜본 적 없는 일명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 역의 지창욱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감독님과 이야기 하며 앤디가 특이했으면 했다. 현장에서 앤디를 연기하며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주시고, 하다 보니 특이하고 독특한 느낌의 새로운 장면이 나온 것 같다”라며 “의도했기보다 그렇게 느껴지게끔 만들어주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즐겁게 연기했다”라고 했다.
이어 “앤디 역을 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시나리오 안에 앤디는 굉장히 공백이 많았다. 감독님과 앤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마음껏 할 수 있게끔 감독님이 배려해주셨다. 동료들도 배려해주셔서 즐겁게 뛰어놀았다”면서 “욕 같은 경우, 앤디 말의 70%가 욕이다. 행동, 그 사람의 말씨가 캐릭터를 잘 표현해줄 수 있겠다 싶어 과하게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앤디가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이나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데 있어 상스러운 욕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쓰는 욕도 그렇게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전도연과 호흡으로 지창욱은 “어려운 게 아니라 긴장을 많이 했다. 선배님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뵀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작업했으면 하는, 동경했던 선배님이다. 어렵기보다 현장에 갈 때 유난히 긴장하고 갔던 것 같다. 그럼에도 선배님과 같이 촬영한 장면은 편하게 했다”면서 “바 장면이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 많이 긴장했다. 저에겐 어려웠던 장면이었다. 중간중간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추가했던 액션들, 동선들도 많았다. 맞을 때도 시원시원하게 재밌게 맞았던 것 같다. ‘리볼버’ 작품을 하면서 즐기면서 재밌게 연기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전도연은 “제가 선배이다 보니 어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이야기를 하긴 한다. 현장에선 그렇지 않다. 액션신 찍을 때 창욱 씨가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창욱 씨가 감정 때문에 대역 대신 자신이 하겠다고 하더라. 배려를 많이 받으면서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임지연은 투명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 정윤선을 연기한다. 임지연은 역할에 대해 “캐릭터 자체가 하수영과 반대로 화려한 옷을 입고, 톡톡 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해두지 않고 연기했다. 왜 따라가는지 하나하나 이유를 두다가 ‘에라 모르겠다’, 느껴지는 대로 움직이고, 반응하자는 생각이 컸다. 이중적인 모습을 두고 연기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임지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송혜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김태희와 호흡하며 ‘언니 콜렉터’란 수식어를 얻은 바. 임지연은 “그동안에는 (극중) 적대적인 관계였다. 수영과 윤선은 ‘베트맨과 로빈’처럼 환상의 파트너 같았으면 했다. 그렇게 연기했는데 잘 어울리지 않았나. 투샷이 재밌었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라고 웃음 지었다.
오승욱 감독은 캐릭터들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전적으로 전도연 배우를 떠올리며 썼다. 전도연 배우가 가지고 있는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여러 액션도 있지만 악당과 마주쳤을 때 공감능력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마지막 절에서까지 대사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하수영 자체가 품격 있고, 격의가 있었으면 했다. 집을 사고, 비리 경찰일 때, 교도소에 간 후 나왔을 땐 뭔가 차분해지고, 사람과 인간으로서 격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인간이 가진 품격 등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잃지 않는 캐릭터가 되길 원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외 캐릭터는 생각한다고 써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재미없고, 답답한 시나리오가 된다. 쓰다보면 툭 튀어나온다. 앤디의 경우에도 30신정도 쓰니 툭 튀어나왔다. 즉흥적으로 가는 게 잘 써지더라. 하수영을 돋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전체 세상, 그 안에 인간 군상들을 그리는데 조금 더 포커스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등 특별출연도 눈길을 끈다. 오승욱 감독은 “이정재 배우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한재덕 대표님이 배우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이런 영화가 있는데 A 배우에게 특별출연해주면 어떻냐고 하셨다. 그 배우가 힘들 것 같다고 하니 이정재 배우가 ‘그럼 내가 하겠다’라고 해서 기적처럼 출연하게 됐다. 특별출연으로 날개를 달아주셨다. 촬영하면서도 계속 아이디어를 내셨다. 잠깐만 나오는 식이 아닌, 주연 같은 생각을 가지고 대단히 적극적으로 했다. 정재영 배우는 저와 술친구다. 조감독 시절부터 친했다. 전도연 배우와 이 역할에 대해 누가 할 것인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둘 다 정재영 배우를 떠올렸다.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두 분이 좋은 연기를 했던 게 기억나 부탁했다. 흔쾌히 출연해주셨다”라며 “전혜진 배우는 한재덕 대표님이 사정을 했다. 시간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출연해주셨다. 마지막 절에서 찍을 때 너무 감사했다. 연출이 아닌, 카메라만 비추었다. 정말 본능과 직관으로 장면을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비화를 밝혔다.
‘리볼버’는 오는 8월 7일 극장 개봉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