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밤녀'가 최진혁에 남긴 것들 [인터뷰]
- 입력 2024. 08.05. 16:01:03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작품을 찍고 기다린 적도, 존경하는 동료들이 생긴 적도 처음이라는 최진혁. 어느덧 데뷔 19년 차 배우 최진혁에게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배움의 장이었다.
최진혁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극본 박지하/ 연출 이형민, 최선민/ 이하 '낮밤녀')는 어느 날 갑자기 노년 타임에 갇혀버린 취준생과 낮과 밤 올 타임 그녀에게 휘말린 능력캐 검사의 기상천외한 인턴십X앙큼달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극 중 최진혁은 서한지청 계지웅 검사 역을 연기했다.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방송을 기다리는 게 처음이라 어색하더라. 거의 두 달 정도 방송했는데 벌써 끝나나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스태프, 배우들이 다 함께 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다들 아쉬워하고 있다. 전에는 식당 같은 곳에 가면 '미우새' 잘 보고 있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낮밤녀' 잘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 넷플릭스 순위권에도 들어가 있고 주변에서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게 느껴진다"
까칠한 완벽주의이자 어릴적 아픔을 지닌 검사 계지웅 역을 맡은 최진혁은 액션, 코믹, 로맨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어린 지웅이가 연기를 잘해서 와닿았다. 저는 실제로 엄마에 대한 애착이 큰 편이라 쉽게 몰입할 수 있어서 그 부분엔 어려움이 없었다. 일할 땐 똑 부러지는데 임순이랑 있으면 뭔가 1% 모자라고 사람 냄새도 나는 캐릭터로 가는 게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딱딱하면 재미없지 않나. 내가 너무 차갑게만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개그와 진지함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완급 조절을 한 것 같다. 그만큼 애드리브도 난무했다. 예상치도 못한 장면에서 터져서 대사도 못할 정도 였다"
극 중 이정은과 정은지는 2인 1역을 소화, 두 여주의 싱크로율만큼이나 이를 이어받는 최진혁의 역할도 중요했다. "임순이 사직서 낼 때, 내가 길에서 '나이 많은 사람하고 일하기 싫다'면서 울먹이는 장면이 있다. 그때 임순이 미진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마음 아프면서도 두 분이 한 몸을 연기하고 있구나 많이 느꼈던 거 같다. 기회가 되고 재밌는 대본이 있다면 2인 1역을 해보고 싶다"
임순과 이미진뿐 아니라 사무관 주병덕(윤병희)과 각기 다른 시너지를 형성하며 다양한 감정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 최진혁. 그는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를 만나 나올 수 있었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스태프들이 좋은 구성이었다. 현장이 무거운 경우도 많은데 우리 스태프들은 웃겨서 촬영을 못 할 정도로 좋아해 주셨다. 여태까지 연기한 인생 중에 제일 분위기가 좋았던 현장이었다. 감독님이 워낙 선하시다. 6부에 클럽 신이 있었는데 한파였다. 설정이 여름이다 보니까 보조 출연 스태프분들이 다 짧은 치마에 스타킹도 안 신은 채로 나와야 했다. 그걸 감독님이 다 실내로 돌렸다. 이정은 선배는 사비로 회식 제안도 해주셨다"
계지웅과 이미진이 만들어 내는 로맨스 케미스트리에 힘입어 '낮밤녀'는 7월 2주 차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에서는 190만 시청수, 1640만 시청 시간으로 3위를 기록, 총 28개국에서 TOP 10에 오르며 4주 연속 글로벌 순위 진입에 성공했다.
"촬영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잘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감독님은 자신 있어 하셨다. 시청률 오르는 추세가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저희로선 만족했다. 너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 하는 시간이었다. 해외에선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해서 반응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또 판타지가 살짝 있는 걸 좋아한다. 낮엔 임순, 밤엔 이미진. 분명 해외에서 좋아할 수 있는 소재라 생각했다. 멜로가 섞여 있고 코미디가 많은 드라마다. 워낙 이정은 선배님도 그렇고 은지가 에너지 있게 잘 끌어줘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않았나. 에너지가 없었다면 재미없었을 이야기다"
다만 방송 중반부에선 계지웅이 이미진과 임순이 동일 인물인 걸 모르는 게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진혁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수긍했다.
"저도 답답했다. 내가 계지웅이라면 사람을 붙어서 미행한다든지 했었을 텐데 촉이 좋은 에이스 검사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게 저한텐 납득하긴 어려웠지만 이야기 자체가 틀이 쓰여 있는 상태라서 (바꾸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수긍하고 그것 때문에 이어지는 상황들이 많아서 수용했다"
최진혁은 최근 '미우새'를 포함해 각종 예능에서도 활약 중이다. 예능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최진혁은 배우로서 지닌 무거운 이미지 편견을 깨기 위해 예능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예능을 부담스러워서 거절했었는데 내가 무겁고 차가운 이미지라 항상 직업이 형사, 변호사, 검사 이렇다 보니까 그 틀을 깨보고자 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많이 무겁게 알지?'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한 게 '미우새'였다. 평소에 장난기가 많고 허술한 부분이 많다. '미우새' 이후 편안하게 많이 다가와 주시더라. '낮밤녀'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 작품에서 초반의 계지웅은 어쩔 수 없이 차갑게 보였어야 했다. 갈수록 병덕, 임순이 연기하는 걸 보니까 무겁게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톤을 맞췄던 것 같다"
2006년 KBS2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최진혁은 내년이면 데뷔 20년 차이자 마흔 살이 된다. 마흔을 앞두고 큰 고민 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더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최진혁이다.
"더 나이가 들어서 못할 수도 있는 액션, 느와르 쪽을 해보고 싶다. 전문적으로 영화에서 표현해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잔인한 모습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생각이 많고 진중했다. 연기의 틀을 깨보고자 서른이 된 해부터는 술도 많이 마셔보고 일탈하려고 노력했다. 원래 I(내향형) 성향이었는데 E(외향형)으로 바뀌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배우면서 연기도 편안해지고 작업하는 게 다르더라. 요즘 바뀐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배웠다. 어딜 가나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듣고 싶다. 현재 차기작은 검토 중이다. 당분간 좋은 소식으로 찾아뵐 것 같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애닉이엔티,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