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나라’, 2024년 스크린에 구현될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 [종합]
- 입력 2024. 08.06. 17:30:43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197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 그리고 그 속에 가려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2024년 스크린에 그려진다. 배우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을 비롯해 우현, 이원종, 전배수 등 믿고 보는 배우진들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이 더해져 생생한 군사 재판을 완성한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이다.
'행복의 나라'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행복의 나라’는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 사이,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을 다룬다. 같은 시기를 다룬 근래 작품인 만큼 영화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추창민 감독은 “‘서울의 봄’이 개봉되기 전 편집이 끝난 상황이었다. 영향을 받아 편집이 달라지거나 그러진 않았다”라며 “큰 사건 보다 그 사이에 숨겨진 일들,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봄’과 저희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군 역을 한 두 배우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희 영화는 특정한 누군가를 가리키기보다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재명 씨가 부단히 노력했다. 특정인물 보다 그 시대가 주는 야만성, 시대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셨다”라며 “그게 ‘서울의 봄’과 차이점”이라고 짚었다.
영화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실제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여러 차례 법정에 은밀히 쪽지가 전달돼 이른바 ‘쪽지 재판’으로도 불린 바. 또 유일한 군인 신분이었기에 단심제가 적용된 박흥주 대령에게 첫 공판 이후 단 16일 만에 최종 선고가 내려져 ‘졸속 재판’이라 언급됐다.
추창민 감독은 “10.26과 12.12 사이 파생된 이야기를 찾다 보니 박흥주라는 대령이었다. 그 인물을 활용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변호인, 박흥주는 많이 가공되어 있다. 현실, 다큐처럼 받아들이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인간으로 되게 훌륭한 분이란 건 사실이다. 그는 좌우이념을 떠나 평가할 때 참군인이었고, 가정에도 성실하고, 인간적으로 훌륭했다는 정설. 그런 분을 모티브로 삼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거 행적에 논란이 많았다면 주저했을 텐데 좌우 진영을 떠나 다 인정했던 부분이라 그분을 가지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의 나라’에 등장하는 법정과 군사 재판 과정은 제2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후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재판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
추창민 감독은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영화를 참조한다. 크게 레퍼런스가 된 영화들은 ‘12명의 성난 사람들’ 등 시대의 재판 장면들이다. 메인으로 참조했다 보다, 제가 참조한 수많은 영화 중 하나”라며 “군사법정은 생소한 곳인데 그 당시 군사법정은 어땠을까 현실적으로 표현되길 원했다. 크기, 인물의 배치, 변호인단 숫자, 검찰관 등을 정확히 일치하도록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세 인물은 故 이선균, 조정석, 유재명이 연기했다. 이선균은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를 맡았다. 조정석은 그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변호사 정인후로 분했다.
조정석은 “정인후라는 인물은 영화적 가공인물이다. 재판 기록과 속에 있었던 많은 분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중점을 둔 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정인후의 시점, 정인후를 통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 수 있게끔 롤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시퀀스를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아무래도 저도 사람이다 보니 연기하다 보면 감정이 북받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퀀스별로 조절을 잘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가거나 많이 표현됐다면 인후의 감정선들이 정확히 안 보일 수 있었다. 감정에 대한 표현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라고 했다.
이재명은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위험한 야욕을 위해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거대 권력의 중심인 합수단장 전상두로 열연한다. 그는 “전상두가 개인적 야망을 가지고 12.12를 일으키는 과정에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두 인물 서사가 중심이고, 이들을 둘러싼 이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는, 권력에 대한 어떤 상징에 대한 인물을 묘사하는 것에 있어 인물을 드러날 시간과 양이 적었다. 어떻게 하면 이들 사이에서 헤치지 않고, 전상두라는 인물 상징을 절제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반대의 상황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조정석은 “형님이 너무 (연기를) 잘해줘서 매 장면 화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감정에 많은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 그만큼 좋은 호흡이었고, 즐거웠다”라고 했으며 유재명은 “영화를 보면서 ‘정석이가 고생을 많이 했구나, 손 한 번 잡아줘야지’ 생각했다. 이야기 끝을 아는데 다음 장면마다 조정석 배우를 따라가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영화를 봤다. 역시 조정석이란 배우는 멋진 배우. 현장에서도 알콩달콩, 톰과 제리처럼 행복하게 작업했다. 앞으로도 같이 함께 배우의 길을 걸어갔으면.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칭찬했다.
특히 ‘행복의 나라’는 이선균의 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27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고인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조정석은 “역할로 따지면 이선균 배우와 제가 한 편이고, 유재명 배우와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다. 현장에서는 삼형제처럼 큰형, 작은형, 막내 느낌으로 너무 즐거웠다. 이선균 배우는 너무 좋은 형이고, 같이 연기할 때만큼은 뜨거웠다”라며 “연기가 끝나면 따뜻했던 분이 맞다. 저는 그렇게 기억한다. 영화를 함께하게 되어 지금도 너무 좋고, 행복하다. 저에게는 따뜻했던 기억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재명은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자체로 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보는 내내 겹쳐지는 시간들, 함께했던 시간들이 계속해서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자네한테 진 빚이 많아’라고 한 후 정인후 변호사의 얼굴이 보여주는 장면에서 ‘너는 참 좋은 변호사야’라고 하는 게 ‘조정석은 참 좋은 배우야, 형도’라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며칠 전 우연히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떠올랐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오프닝 멘트였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이란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오는 14일 극장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