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볼버’, 연기 출구가 없네 [씨네리뷰]
- 입력 2024. 08.07.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다. 114분의 러닝타임 동안 ‘연기 차력쇼’가 펼쳐진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 대결이 담긴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다.
'리볼버'
하수영(전도연)은 유흥업소의 온갖 불법행위를 눈감아준 경찰들의 비리를 혼자 뒤집어쓰는 대신 큰 보상을 받기로 한다. 수영에게 대가를 약속한 사람은 투자회사 이스턴 프로미스의 실세이자 대표인 그레이스의 동생 앤디(지창욱)다.
그런 수영 앞에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임지연)이 등장한다. 윤선은 수영을 돕는 한편 그녀를 노리는 자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등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수영 역시 윤선이 얼마든지 자신의 뒤통수를 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적당히 이용하며 함께한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5년 개봉된 ‘무뢰한’으로 세밀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승욱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차기작이다.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은 ‘무뢰한’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그의 작품이라면 또 출연을 하겠다는 말이 ‘리볼버’ 출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창욱이 합류하고, 임지연이 캐스팅되면서 ‘믿고 보는’ 배우 라인업이 완성됐다.
세 배우는 오직 연기로 승부한다.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하수영 역의 전도연은 끈질기게 한 길만 가는 인물의 분노를 건조하고, 차갑고, 냉한 얼굴로 표현했다. 출소 후 먼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수영의 깊은 상실감부터 대가를 저버린 이들을 향한 분노까지, 극 초반 무채색에 가까웠던 수영을 극 후반에는 붉은 색채를 덧입혀 입체감을 더했다.
책임, 약속 따위는 평생 지켜본 적 없는 일명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 역의 지창욱은 기존의 스윗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상스러운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등 건드리면 곧 터질 것 같은 히스테릭한 인물을 그려내며 극에 날카로운 긴장감을 더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연진 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지연은 투명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 정윤선 역을 맡았다. 그는 수영에 점점 동화되어 가는 윤선의 감정선을 절묘하게 잡아내며 두 인물의 관계에 긴장감과 궁금증을 불어넣는다. “언니~”라고 부르며 등장하는 신과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라고 내뱉는 대사는 ‘임지연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맛깔나게 살릴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밖에 후배 형사 신동호 역의 김준한, 본부장 역의 김종수, 과거 블루 오이스터 클럽 조사장 역의 정만식 등 조연 배우들을 비롯해 그레이스 역의 전혜진, 모든 진실과 함께 사라진 임석용 역의 이정재, 하수영과 임석용의 선배이자 경찰 반장 민기현 역의 정재영 등 특별출연 배우들도 ‘리볼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 각 캐릭터 간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시너지, 휘몰아치는 이야기가 한순간 몰입하게 만드는 ‘리볼버’는 오늘(7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14분이며 15세이상관람가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